필자는 119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면서 경련 관련 응급환자를 100명 이상 이송한 경험이 있다. 보통 초보 엄마는 아이에게 열경련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매우 당황한다. 추가로 옷을 입히는 등 부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
경련은 갑작스럽게 뇌 신경 세포가 과도할 정도로 무질서하게 방전하면서 나타나는 신체적인 증상을 뜻하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몇 초에서 몇 분간 지속하다가 소실돼 멈추고 환자는 깊은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생리학적으로 ‘경련(convulsion)’과 ‘발작(Seizure)’은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용어다. 발작 중 근육의 강한 수축으로 표현되는 걸 ‘경련(Convulsion)’ 또는 ‘경련성 발작(Convulsive Seizure)’이라고 부른다.
발작 중엔 경련성 발작 외에도 ‘비 경련성 발작(Non-Convulsive Seizure)’이 있기에 발작이 더 넓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구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영어권에선 ‘Seizure’, ‘Convulsion’이 혼용되고 그 번역어인 경련, 발작도 거의 유사하게 사용된다.
경련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론 뇌전증(Epilepsy)과 열성 경련(Febrile Seizure)이 있다. 뇌전증은 발작이 한 번 발생한 다음 재발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질환이다. 발작이란 용어는 위에서 서술한 것 같이 몸의 증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간질이라는 용어는 환자의 병적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열성 경련은 주로 5세 이내의 소아에게서 나타난다. 발작이 5분 이내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전신을 떠는 전신형 경련이 유발된다. 유전적인 영향이 강하며 38℃ 이상 고열에 의한 경련이 주로 나타난다.
경련은 급성 또는 만성으로 발생한다. 만성적으로 경련이 발생하는 사람은 대개 전구 증상(전조 증상, 병의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 환자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증상으로 이상한 냄새나 맛 또는 환각 등을 동반)이 먼저 나타난다.
이런 경우 보호자는 환자의 경련을 예측하고 주변 사람에게 조용하게 이야기한 다음 환자가 다치는 걸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곳에 앉히거나 눕히는 게 좋다. 경련 초기 환자는 얼굴과 팔다리가 툭툭 튀듯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침과 거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얼굴이 창백하거나 파란색으로 변하고 심박동수가 빨라지면서 동공이 커진다.
경련 후기가 되면 침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며 눈은 상방을 주시한 채 고정되고 근육이 처지면서 요실금과 무의식 상태로 빠진다. 경련이 끝난 후엔 의식 저하, 기억상실증, 두통 등이 발생하고 때로는 국소적 신체 마비인 ‘부분 마비(Focal paralysis)’나 저산소증으로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신경 원인성 폐부종(neurogenic pulmonary edema)’ 증상이 나타나는 ‘경련 후 기간(Postictal period)’이 오기도 한다.
대개 경련은 몇 분 이내로 끝나기에 특별한 병원 치료가 필요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경련제 중단 등으로 하루에 2회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15분 이상 지속하는 ‘뇌전증 지속상태(Status epilepticus)’, 외상이 동반된 경련, 최초의 경련, 임산부나 당뇨 환자의 경련, 경련 후 10분 이상 의식이 회복되지 않으면 응급상황으로 생각하고 즉시 119에 신고한 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또 심정지가 발생한 직후엔 ‘심정지 호흡(agonal gasp)’이나 경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는 환자가 단순 경련 상태인지 심정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구별이 어려울 땐 즉시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판단토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반인이 반드시 알아 둬야 할 경련 환자 응급처치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봤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인이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먼저 경련 증상과 심정지 상태를 구별한 다음 경련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작하는 동안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변 물건을 치우고 발작을 편히 끝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뇌전증 지속상태(Status epilepticus)’ 등 응급상황이라면 반드시 119에 신고한 후 구급대원이 응급실로 이송토록 해야 하고 환자의 호흡이 없으면 심정지 여부를 확인한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본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횡성소방서 둔내119안전센터 소방위 최일순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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