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독자 기술로 방열복 장점 극대화”… 한스세이프티100% 국내산 아라미드 섬유로 내ㆍ외장형 방열복 제작
|
머리부터 발끝까지 은빛으로 뒤덮인 옷을 입고 금색의 안면 렌즈를 착용한 사람들. 마치 다른 행성을 탐사하고 있는 우주인 같지만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뜨거운 화염과 맞서 싸우는 자들이다.
이들이 착용한 옷은 ‘방열복’. 방열복은 가스폭발 등 초고위험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이나 복사열 근접 작업자를 위한 필수 보호복이다. 열기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내열성이 뛰어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소방대원이 자주 착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방열복을 입고 소방 활동을 하기엔 불편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독자 기술로 뜨거운 화염으로부터 신체를 더욱 보호해주면서도 착용감은 한층 높인 방열복을 출시한 업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100% 국내산 아라미드(Aramid) 섬유로 방열복을 제작한 한스세이프티(대표 한승욱)다.
한스세이프티는 소방과 군 등 공공 분야뿐 아니라 각종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개인안전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방열복과 화재 시 소방대원이 필수로 착용하는 방화두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무엇보다도 수천 번의 실험을 통한 독자 기술로 최대한 기존 방열복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게 큰 차별성이다. 게다가 제품개발에 필요한 실험설계부터 품질, 신뢰성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술연구소와 편직 설비, 가공, 봉제 공장을 갖추고 있다.
모든 제품은 품질검사를 마쳐야만 세상에 나온다. 방화두건의 경우 A부터 Z까지 직접 제작한다. 한스세이프티라는 이름을 걸고 나오는 제품에 하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열에 강한데 편하기까지? 고정관념 깬 신개념 방열복
한스세이프티의 방열복은 국내산 아라미드 섬유만을 고집한다. 아라미드는 총알도 뚫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강도와 500℃의 불 속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 큰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는 뛰어난 인장강도를 가진 섬유다.
이 같은 특성으로 방열복과 우주복, 방탄복 등 피복뿐 아니라 광케이블, 전기차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등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쓰인다.
아라미드는 크게 메타 아라미드(Meta Aramid)와 파라 아라미드(Para Aramid)로 나뉜다. 메타 아라미드는 내열성과 화학물질ㆍ자외선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파라 아라미드는 인장강도와 탄력성이 높다.
한스세이프티는 같은 아라미드지만 특성이 다른 두 제품의 장점을 모두 살리기 위해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섰다. 방열복은 보통 열에 잘 견디게 만들면 탄력이 줄어 편의성이 떨어지고 착용감을 높이면 고유의 성능을 잃어버린다.
이에 한스세이프티는 메타와 파라 아라미드를 혼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열에 잘 버티면서도 신축성을 갖춘 섬유를 개발하기 위해 비중을 줄이기도, 늘리기도 했다. 수천 번의 실험 끝에 메타와 파라 아라미드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표면은 내화학 특수 박막 코팅기술을 적용해 기존 복사열 반사 성능 대비 30% 이상, 내화학 성능은 95% 이상 향상했다. 또 겉감(알루미나이즈드 필름ㆍ아라미드계 섬유)과 중간층(아라미드계 펠트), 안감(아라미드계 펠트ㆍ아라미드계 섬유)을 각기 다른 소재로 설계한 삼중 구조로 열방호 성능을 한층 높였다.
한스세이프티에 따르면 이 방열복은 복사열 방호성능시험에서 200초 이상(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준은 120초) 버틸 수 있다.
방열두건 렌즈는 내열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했고 반사광, 자외선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코팅했다. 헬멧 자동조정 기능이 있어 탈착도 편리하다. 파노라마 구조로 시야각을 타사 제품 대비 120% 높였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공기호흡기 외장형은 2022년 8월, 내장형은 지난 3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았다.
한승욱 대표는 “우리 제품은 외국산 방열복보다 훨씬 뛰어나다. 원활한 수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후관리가 빠른 이점도 있다”며 “기존 방열복의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앞으로 소방에서도 많이 찾을 거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FI인증 받은 방화두건…
자체 개발한 국내산 아라미드로 제작
방화두건은 소방대원이 재난 현장에서 불꽃과 열, 이물질 등으로부터 머리, 목, 안면 부위를 보호하는 장비다. 한스세이프티는 2021년 ‘소방용 방화두건’으로 KFI인증을 받았다.
한스세이프티에 따르면 방화두건 사용자의 대부분은 니트와 같은 소재를 선호한다. 고리형식 편물로 신축성이 좋고 촉감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물 사이에 구멍이 있다 보니 열이 쉽게 관통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수한 불꽃 열방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방화두건을 만들기 위해선 연구가 필요했다.
이에 한스세이프티는 한국섬유소재연구원과 함께 공극률, 즉 편물 사이 구멍 크기는 최소화하고 최대의 탄성을 보이는 ‘고신축 편직 구조체’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했다. 실험 결과 불꽃 열방호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크게 개선됐다.
또 열 번 이상 세탁해도 수축이나 늘어남이 거의 없고 촉감도 기존 섬유보다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게 한스세이프티 설명이다.
한스세이프티 방화두건은 이중구조 구성으로 난연성과 내열성, 불꽃 열방호성 등이 우수하고 편직 후 삼중 후처리를 거쳐 인체 유해성분을 완전히 제거한 게 특징이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머리 치수와 착용성 등 설문 조사 결과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스세이프티의 고객친화 사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현재 이 방화두건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인천소방본부, 경남소방본부 등 전국 소방관서에 납품되고 있다.
“이름 내걸고 세운 기업, 자신 없었으면 설립 안 했죠”
[인터뷰] 한승욱 한스세이프티 대표
“한스세이프티는 제 성(成)인 ‘한’과 안전을 뜻하는 ‘세이프티’를 합친 말입니다. 웬만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없으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을 사명으로 짓지 못했겠죠. 한스세이프티는 이제 출발점에 섰습니다. 독자 기술로 탄생한 우리 제품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한승욱 대표는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전공을 살려 2009년 국내 대표 안전 분야 기업인 H 사에 입사해 10년간 방독면과 방열복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다 대학생 때부터 가슴에 품은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용기 내 회사를 나왔다.
“2018년 아내가 쌍둥이를 출산했어요. 아내도 직장인이라 저까지 회사에 얽매여 있으면 도저히 키울 수가 없겠더라고요. 둘 중 하나라도 여유가 있어야겠다는 판단이 섰고 언젠가 창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때를 적기라고 봤죠”
한 대표는 퇴사 1년 만인 2020년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이라는 경영이념으로 한스세이프티를 설립했다. 주력 제품으로는 방열복을 내세웠다. 전 회사에서 다년간 방열복을 연구해 왔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열 성능이 뛰어난데도 방열복을 기피하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소방대원이 더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하기 위해선 방열복이 필수라고 생각했고 더 많이 입게 하려면 착용감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봤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방열복의 국산화를 성공시키고 싶은 열망도 있었습니다”
그는 한스세이프티가 방열복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독자 기술을 갖춰야만 한다는 소신과 신념이 있었다. 이에 창립 직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실도 만들었다.
복사열 방호 성능과 불꽃 열방호 성능, 내열성, 난연성 평가 장비 40여 대를 갖춘 시험실은 KFI 방열복 성능 기준 시험 대부분을 할 수 있는 규모다.
“웬만한 업체보다 시험 장비가 훨씬 많을 거예요. 매출의 95% 이상을 시험 설비 구축에 투자했기 때문이죠. 저희는 창립한 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신생기업은 기존 제품과 비슷하게 만들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우리만의 기술을 갖춰야만 했던 이유입니다”
이런 노력 끝에 한스세이프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던 복사열 방호 성능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방열복을 탄생시켰다. 소방대원이 만족할만한 방열복 개발을 위해 한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 번 시험을 진행했다.
“성능은 기본이고 입었을 때 편안함을 느끼도록 최대한 얇아야 한다는 게 방열복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얇게 만들면 열방호성이 떨어져 존재 이유가 사라지죠.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메타와 파라 아라미드의 비율을 조정하며 수차례 시험했고 방열복 표면 알루미늄 코팅과 라미네이팅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방열복을 제작하는 기업이 한스세이프티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승욱 대표는 이 시장에서 성공할 거란 확신에 차 있다. 대한민국 기술력만으로 성능과 편의성 모두를 만족하는 제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방열복 중 좋은 제품이 많습니다. 그러나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는 이유죠. 독자 기술로 한 땀 한 땀 만든 방열복이 해외 화재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그 날을 꿈꿉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