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덕고산 암흑 속 15시간 사투… “구조대원 몸 상처는 남았지만 구조 다행”

광고
정재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7/31 [17:58]

덕고산 암흑 속 15시간 사투… “구조대원 몸 상처는 남았지만 구조 다행”

정재우 기자 | 입력 : 2024/07/31 [17:58]

▲ 지난 28일 덕고산에서 15시간에 걸쳐 등산객 2명을 구조한 홍천소방서 구조대원들 © 홍천소방서 제공

 

[FPN 정재우 기자] = 지난 28일 산에서 무려 15시간에 걸쳐 등산객 2명을 구조한 홍천소방서(서장 김숙자) 구조대원들의 이야기가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대원들은 부상을 입고 장비가 손상되는 상황에서도 구조대상자들의 수색과 안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소방서에 따르면 전날인 27일 오후 5시 22분께 “덕고산에서 부상을 당했고 길을 잃었다”는 내용의 신고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하산 중 낙상을 당한 강 모 씨(78)와 길을 잃은 이 모 씨(77, 이상 남)로 이날 산에 함께 올랐다 사고를 당해 하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 지점 일대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방서는 산악구조대원 8명과 구급대원 4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구조대원인 곽영민 소방교와 이태경 소방사가 선두에 섰고 다른 구조대원들과 하정훈 소방장 등 구급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강 씨와 통화를 이어가며 사고 지점을 찾던 대원들은 그의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고 횡성119항공대에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기상 악화와 가파른 지형이라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결국 대원들은 오후 8시 29분께 강 씨를 발견했다. 강 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헬기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수색을 이어가던 대원들은 오후 10시 6분께 절벽 근처에서 탈진 상태의 이 씨를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 이 씨는 자력 이동이 불가능한데다 험준한 지형과 젖은 땅으로 인해 현장 대원들만으로는 원활한 구조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강 씨를 구했을 때보다 기상이 더욱 악화돼 헬기 운용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씨를 찾는 과정에서 하정훈 소방장이 굴러떨어진 바위에 맞아 팔을 부상당하는 사고도 발생했고 다른 구급대원들도 탈진한 상태였다.

 

결국 소방서는 소방서 구조대원 2명과 특수대응단 구조대원 7명을 후발대로 추가 요청하는 한편 구급대원들의 조기 하산을 결정했다. 하정훈 소방장 등 구급대원들은 다음날(28일) 자정 43분부터 특수대응단 대원 2명의 인솔 하에 하산을 시작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김길녕(팀장)ㆍ이수언 소방서 구조대원 등 나머지 대원들이 비박을 택했다. 하산이 가능하기 전까지 기다리며 이 씨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원들은 이 씨의 안전을 고려해 절벽에서 최대한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옮긴 후 담요로 그의 몸을 감싸고 음식과 물을 제공하며 체온을 유지시켰다.

 

이날 오전 6시 50분께 기상이 좋아진 것을 확인한 대원들은 횡성항공대에 다시 헬기를 요청했다. 대원들은 헬기가 이 씨를 안전하게 구조한 뒤 하산에 나섰다. 무려 15시간에 걸쳐 이어진 ‘산중 사투’가 마침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두 구조대상자들을 구조하는 과정은 출동 대원들의 몸과 장비에 고스란히 남았다. 팔 부상을 당한 하정훈 대원은 물론 벌에 쏘이거나 진드기에 다리를 물린 대원도 있었다. 한 대원의 구조화는 밑창이 심하게 손상돼 완전히 이탈했다.

 

▲ 밑창이 분리된 구조화 © 홍천소방서 제공

 

▲ 구조 후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 홍천소방서 제공

 

강 씨는 결출상과 타박상 등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정훈 소방장 역시 몸을 회복 중이다.

 

김길녕 대원은 “당시 현장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 대상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정재우 기자 wampc@fpn119.co.kr

FPN TV
[FPN TV/화재학습②] 부천 호텔화재 당시 소방 대응 논란과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1/8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