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습식 스프링클러설비 의무화… 동파 대책 검토 ‘활발’지하주차장 소방시설 개선대책 내달 중 마련, 내년 법령 개정 추진
[FPN 최영 기자]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추진되는 습식 스프링클러설비 의무화 대책과 관련해 성능이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에 대한 기술 검토가 한창이다.
소방청은 지난 9월 인천 청라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발표하면서 모든 지하주차장에 화재 발생 시 감지ㆍ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습식 스프링클러의 가장 큰 장점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물을 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재감지 신호를 받아 수신기를 통해 기동 신호를 보내줘야만 하는 기존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의 미작동 문제를 원천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천안 불당동 아파트, 대전 현대아울렛, 인천 청라 아파트 등 지하주차장 대형화재 때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자동화재탐지설비와 별개로 스프링클러 헤드만 열리더라도 빠르게 동작하는 습식 스프링클러의 강제화는 소화설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꼽힌다.
문제는 습식 스프링클러설비를 강제했을 때 나타나는 현실적 여파다. 우리나라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설비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는 이유는 동파 우려 때문이다.
천장 위 등 2차 측 배관에 물이 항상 차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설비는 겨울철 동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배관 내 물이 얼어버리는 날엔 배관 손상과 함께 수손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동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히팅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전력 소모에 따른 관리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결국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에도 배관 내 물이 얼지 않도록 하려면 주기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열을 가하는 별도 동파 방지 기술이 필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하주차장 습식설비를 설치할 경우 동절기 동파방지 설비 적용으로 인한 공사비는 약 4.7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열선 기능 유지에 필요한 유지관리비는 가구당 연간 약 8.5만원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LH 자체 분석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동파 방지 기술에 대한 신뢰성이다. 현존하는 동파 방지 기술 중 가장 보편적인 건 열선이다. 최근엔 메탈히터나 필름히터 등 다양한 방식의 동파 방지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파 방지 기술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동파 방지 기술 적용 현장에선 화재가 발생하거나 기능 문제로 겨울철 실제 동파를 예방하지 못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소방청은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은 성능이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동파 우려 구역에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여러 기술을 검토 중이다.
검토가 이뤄지는 기술은 논인터록 밸브를 적용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와 부압 건식 밸브를 적용한 시스템 등 두 가지다.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관리자가 연동 정지를 시키더라도 스프링클러 헤드가 녹아 개방될 경우 물을 뿌릴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난 15일에는 이 같은 기술들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물 테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소방청이 운영하는 화재안전 TF와 LH 등이 참석한 이 날 성능시험엔 4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각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했다.
소방청은 추가적인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올해 중 개선된 성능을 가진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의 제한 사항 등을 마련하고 최종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TF 회의를 더 거쳐 스프링클러설비 등을 포함한 지하주차장 소방시설 개선 세부 대책을 12월 중 마련할 계획”이라며 “확정 대책을 기반으로 한 관련 법령 개정은 내년도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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