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다Talk] 소방의 국과수를 꿈꾼다… ‘국립소방연구원’조철희 소방경, 나용운ㆍ권진석 연구사‘국민 안전가치를 창출하는 소방 현장 과학기술 선도기관’을 비전으로 소방의 과학화를 이뤄내기 위해 오늘도 분주한 ‘국립소방연구원’.
1991년 소방연구실로 출범한 국립소방연구원은 2006년 소방과학연구실을 거쳐 2019년 소방청 소속의 연구원으로 승격했다.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에 자리 잡은 연구형 책임운영기관으로 1과(연구기획지원과) 3실(대응기술연구실, 화재안전연구실, 소방정책연구실)로 구성된다. 이곳에는 소방직과 일반직, 연구직, 연구 공무직 등 68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 중 대응기술연구실은 대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소방관들이 현장에 대응할 때 애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해 주고 대응과 관련된 좋은 기술이 있다면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
화재안전연구실은 국립소방연구원 이전의 소방과학연구실일 때부터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 즉 화재조사를 하는 곳이다. 화재와 관련해 원인을 분석하고 감식과 감정을 한다.
소방정책연구실의 경우 정책적이거나 기획적인 연구를 한다. 소방 관련 법령이나 제도 보완 시 백데이터를 만드는 업무를 도맡는다.
소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꿈꾸는 이곳에서 소방관과 국민안전을 위한 연구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조철희 소방경과 나용운 연구사, 권진석 연구사다. 남다른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을 <119플러스>가 국립소방연구원을 찾아 직접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철희 소방경 2013년 화학 특채로 소방에 임용돼 현재는 국립소방연구원 소방정책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소방경 조철희입니다. 가스기능장과 위험물기능장 등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용운 연구사 2016년 국립소방연구원에 임용돼 현재는 대응기술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나용운 연구사입니다.
권진석 연구사 2015년 국립소방연구원에 입직해 대응기술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권진석 연구사입니다.
현재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조철희 소방경 유기합성화학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해 오랫동안 수많은 후보 화합물을 반응시켜 신물질을 합성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얻게 된 화학물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걸 개인의 역량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국가ㆍ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고 싶어 소방 조직 내 특수화학재난 대응 업무 조력자로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소방관서 현장대응단에서 근무할 당시 출동 소방대원들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보완ㆍ대응 방법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21년 국립소방연구원에 지원해 근무하고 있습니다.
나용운 연구사 국립소방연구원 입사 전 LG전자에서 휴대전화를 개발했습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도 잠시 일했어요. 일하다 보니 소방 분야가 좀 낙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개척된 곳이 많은 연구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에 국립소방연구원을 선택하게 됐고 현재는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권진석 연구사 일본에서 재난 안전 분야를 공부하던 중 일본의 국가 연구기관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재난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부처도 재난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소속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국민안전을 위한 중점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국가 연구기관은 다른 연구기관과 달리 선제적 연구수행이 가능하다는 점과 연구결과가 즉각적인 정책반영으로 이어져 국민안전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나요. 조철희 소방경 동료 소방대원이 현장 활동 중 심각하게 부상하거나 순직했을 때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또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사고ㆍ유해 인자 노출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보건ㆍ안전 증진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용운 연구사 전기차, ESS 화재 분석과 대응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전기 자전거, 전기 킥보드 등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에너지저장장치에 관한 화재연구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권진석 연구사 다양한 연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중점적인 업무는 임용 후부터 지금까지 총괄 운영 중인 ‘119리빙랩’입니다. 119리빙랩이란 소방 관련 연구를 수행하거나 제품을 개발하는 소방산업체 등 관계 기관에서 해당 기술이나 제품의 효과성 검증을 의뢰하면 실제 제품 수요자인 소방공무원이 직접 사용 또는 운용해본 뒤 개선사항을 제안하는 서비스입니다. 각종 소방 장비의 실ㆍ검증 실험 등을 통해 제품ㆍ장비를 고도화하고 소방 현장 적용을 지원합니다.
또 소방청, 경찰청, 관세청, 특허청, 해양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재난 현장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장 실용화를 위한 아이디어 제안공모전인 ‘국민안전발명챌린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방대응력 향상을 위한 소방대원 훈련 테스트 베드 건축물(2개 동) 구축ㆍ운영을 위한 업무도 진행 중입니다.
서울소방학교의 소방과학연구센터처럼 자체적으로 소방을 연구하는 시도가 있는데 차별점이 뭔가요. 권진석 연구사 제가 아는 범위에서 말씀드리면 소방과학연구센터의 경우 인사이동으로 인해 보직이 바뀌는 일이 비교적 빈번합니다. 그래서 장비가 있더라도 익숙지 않아 다루지 못하시는 때가 있어요. 그럼 가서 지원해 주곤 합니다. 저희가 계속 연구만 하는 연구 직렬이라면 다른 곳은 인사이동 때문에 변동성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근무하시면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셨나요. 조철희 소방경 국립소방연구원 전입 전 연구ㆍ도출해 낸 ‘산성 물질 사고 시 기존 염기성 중화 약제 교체’가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2021-2024)’에 반영돼 전국 소방관서에 ‘중탄산나트륨’으로의 교체추진이 확대됐습니다. 이를 통해 사고 인근 주민의 안전은 물론 현장 대원의 개인 안전도 확보할 기반이 마련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추가로 소방청 ‘화학사고 현장대응 가이드북(2021년 개정판)’을 발간, 전국 119종합상황실과 소방관서에 배포해 화학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원했습니다.
2024년 6월 화성 리튬 일차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알칼리 금속 화재진압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과 반응을 피해야 하는 리튬금속에 계획적으로 주수 소화 방식을 적용해 격렬한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리튬의 잠재적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규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재난지역 안전을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최근엔 초중등 교육기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은(Hg), 포르말린(HCHO) 누출 사고와 관련해 선진화된 소방대원 대응절차와 사후관리 강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나용운 연구사 2019년부터 현재까지 6년간 배터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기차 화재 대응에 관한 연구입니다. 제가 개발한 전기차 화재 대응 기법을 현장 소방관들이 적용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권진석 연구사 현안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장기간 진화가 어려워 이슈가 된 금속화재에 대한 소화 효과성 실험, 산불이 많이 발생했을 때 산림 인접 지역 화재 예방을 위한 예비 주수 효과성 실험, 물류창고 화재 시 원인 규명을 위한 재현실험, 소방공무원 공기호흡기 면체 결함 등에 대한 실ㆍ검증 실험, 공장화재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수막설비 개발 등 주로 화재 실험 위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물류창고 화재 원인 규명입니다. 진압이 완료된 상황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안타까운 순직사고가 발생해 원인 규명에 앞서 안타까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소방청에서는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조사단을 구성했고 국립소방연구원에 원인 규명을 위한 재현실험을 요청했습니다.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라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사고 현장 조사를 다니며 합동조사단 TF와 진행한 회의는 실험설계에 많은 참고가 됐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대형물류창고 화재 현장 재현을 위해 컨테이너를 활용한 구조체 제작과 화재 성상 파악을 위한 센서 설치 등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자됐지만 구조체에 한번 착화하면 재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험설계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할 만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전국 소방기관에 문서를 배포했고 국립소방연구원 유튜브를 통해서도 실험 영상을 업로드해 연기폭발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나용운 연구사님,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끌 수 있다고 보시나요. 나용운 연구사 몇 가지 전제가 붙어야 합니다. 그냥 끌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골든타임이라고 해서 배터리 열폭주가 났을 때 많이 번지기 전에 소방관이 출동하면 불을 끌 수 있었던 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입니다.
그런데 인천 청라를 예로 들자면 감지가 늦죠. 이게 아마 소방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케이스 같습니다. 이땐 아무리 소방관이 신고를 받고 빨리 간다 해도 감지가 늦기 때문에 화재진압이 어렵죠. 결론적으로 현재 상황을 봤을 땐 운이 따라줘야 진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앞으로 개발되는 전기차들은 에너지 밀도와 배터리 용량이 커져요. 더 불을 끄기 힘든 상황에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진압 기법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불이 난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하에서 불이 났을 땐 재앙으로 발전되니 끄려는 노력보단 피해 확산을 막는 기법으로 전환되는 중입니다. 올해부터는 그쪽으로 연구하려고 하는데 열심히 잘해서 계획대로 끝난다면 아마 2027년 초 정도엔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구할 때 하고 싶은 연구를 진행하는 건가요, 선정된 연구를 할당받는 건가요. 나용운 연구사 보통 연구 과제를 무턱대고 하진 않습니다. 기술개발 로드맵, 연구개발 로드맵이라는 걸 만들어서 거기에 맞춰 연차별로 하고 있어요. 우리 국립소방연구원도 그 절차에 따르지만 소방은 좀 특수해요. 소방은 항상 사건ㆍ사고가 있죠. 그래서 기본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이 있더라도 사건이나 사고가 생기면 그걸 빨리 해결해야 하는 현안연구가 생깁니다. 그래서 같이 섞여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구 과제 공모도 받는다던데. 권진석 연구사 보통 9~10월께 전국에서 공모를 받아요. 국민 분야도 있고 연구기관, 전국 소방기관에서 받는 부분도 있는데 각 실에서 그 분야에 맞게끔 연구자들이 심의합니다. 각 연구자도 생각하는 연구들이 있고, 현안연구도 있고 해서 희박한 부분만 소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향후 기관이 더 커지고 확대된다면 좀 더 국민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각자 맡은 연구나 현안연구에 더 치중하는 게 사실이에요.
우리나라 소방 장비나 진압기술 등이 과학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조철희 소방경 현실적으로 ‘소방 장비’의 연구개발은 우리 국립소방연구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걸 지양해야 합니다. ‘진압기술’은 실제 활용 주체인 현장 소방대원의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나용운 연구사 소방에 입문한 후 연구하면서 느꼈던 짧은 식견으로는 여러 과학 분야의 관심과 협력,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방은 다른 분야와 달리 복합적인 측면이 강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의 난도가 높은 데 비해 현재까지 관심과 지원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권진석 연구사 소방은 다른 재난대응 부처보다 더욱 극한의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장비나 진압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원천기술 등을 활용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최근 발전된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을 소방이 가진 원천기술과 접목해 장비나 진압기술에 반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무하시면서 애로라고 느끼시는 부분이나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는 점이 있나요. 조철희 소방경 공공기관 특성상 신속한 업무 추진과 집행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소방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간소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나용운 연구사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절대적으로 예산과 인력, 관심이 필요합니다.
권진석 연구사 가장 큰 부분은 연구 인력 부족입니다. 소방 분야의 연구 수요는 점점 증가 추세고 새로운 유형의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추가 연구가 많이 진행돼야 합니다. 현재의 인력으로는 업무에 과부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나요. 조철희 소방경 현재 우리 조직에서 연구를 수행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로 생각됩니다.
나용운 연구사 화재에 안전한 전기차와 배터리 제품개발에 이바지해 국가적인 기간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권진석 연구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처럼 국민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국립소방연구원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물론 저 혼자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큰 꿈이지만 앞으로 인프라와 인력 충원 등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강물이 바위를 부술 수 있는 건 강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꾸준하기 때문이다’는 명언이 있듯이 소방의 안전과 대응력 향상을 위한 꾸준한 연구, 소방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등을 선제 발굴해 문제해결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 전하고픈 말씀이 있나요. 조철희 소방경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한 사람의 소방공무원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진석 연구사 119리빙랩은 소방공무원의 안전확보와 대응력 향상을 위한 소방 전문 플랫폼입니다. 2023년부터 매년 연초에 한 달간 권역별 설명회를 운영합니다. 아직도 국립소방연구원과 119리빙랩을 인지하지 못한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게 소방공무원과 국민의 안전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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