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대응의 최전선에 서 있는 소방은 대형 화재와 자연재해 그리고 각종 사고 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소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ㆍ재정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의 안전망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선 소방 역량 강화가 필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한 소방이 곧 강한 국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증명됐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연계해 국가 차원에서 소방 역량을 강화했고 독일과 일본은 소방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며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와 지방 사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소방 조직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국가 차원에서 결정한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 전환은 여전히 껍데기 치장에 불과하고 국가의 예산 투입 비율은 소방 전체 예산의 12% 수준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초동 대응과 소방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근본적인 개선 없이 원점을 맴도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들은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시 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선 23명이 사망했다. 배터리 화재라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과 특수 소방대상물의 안전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대형 화재와 전기차 배터리의 위험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뒤에야 범정부 TF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만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터져야만 소방의 대응력과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대비책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데 있다. 사고 때에만 소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평상시에는 지원과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는 늘 반복된다.
중요한 건 소방의 역할이 단순히 현장 대응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전 예방부터 긴급 대응, 사후 복구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을 때 비로소 국민의 안전은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국민은 소방에 대한 큰 기대감이 있다. 화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출동해 구조하고 사전 위험 예방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할 거라 믿는다.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단순히 보이는 현장 인력 증원이나 노후 장비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정밀한 법ㆍ제도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중앙 조직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지원과 함께 첨단 장비 도입과 소방관 처우 개선 등 정밀한 대책들도 필요하다. 사고 발생 후에야 대책을 논의하는 후진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지금(3월 18일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치적 격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적 안전망을 재정비할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소방 분야에 대한 국가 지원과 정책이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소방 정책이 단순한 행정적 의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필수 과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방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변화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소방이 국가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라는 점부터 분명하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우선 과제는 소방을 지원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국가 차원의 책임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 그 답이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소방 그리고 강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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