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확산 주범 ‘배관 보온재’ 정부 대책 마련되나화재확산방지구조 R&D 2029년까지 진행… 모니터링에 보온재 포함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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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지난 4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2회 건축 및 산업용 단열재 기술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FPN |
[FPN 박준호 기자] = 정부가 배관 보온재의 화재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R&D를 2029년까지 진행하고 건축모니터링 대상에 배관 보온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4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2회 건축 및 산업용 단열재 기술 세미나’에서 채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정부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배관 보온재는 최근 발생한 대형 지하주차장 화재사고 때마다 불이 커진 배경으로 거론된 건축자재다.
실제 지난 2021년 천안시 불당동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배관 보온재를 타고 급격히 확산해 차량 677대를 태웠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역시 가연성 배관 보온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수십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특히 당시 천장 배관 보온재의 연소로 불씨가 아래로 떨어지는 일명 ‘불비’ 현상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사회에 충격을 줬다.
‘건축법’상 건축물 등의 내부 마감재료는 방화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배관 보온재는 내부 마감재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 현재 보온재 관련 국내 기준은 전무한 상태다.
채승언 수석은 “잇따른 화재사고 이후 소방청은 보온재와 관련한 난연성능 기준 정립을 관련 부처에 요구한 상태”라며 “소화배관 보온재는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난연재료 이상의 보온재를 사용하거나 난연재료 이상의 마감재로 마감하도록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화배관을 제외한 일반 배관의 경우 R&D 연구용역을 통해 ‘화재확산방지구조’를 적용할 방침이다. 채 수석에 따르면 배관 보온재의 화재안전성은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추기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방안이 바로 ‘화재확산방지구조’다.
화재확산방지구조는 일정 두께 이상의 불연재를 가연성 자재와 함께 시공해 불의 확산을 막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가연성 자재를 사용하면서도 준불연 이상의 효과를 얻도록 고안한 시스템이다. 배관 보온재의 화재안전성을 준불연 이상으로 올리기엔 한계가 있어 마련한 정책 방향이란 게 채 수석 설명이다.
그는 “국토부, 소방청 등 다부처는 이달부터 2029년 12월까지 5년간 ‘건축물 화재확산 방지 및 피난 성능 향상 기술개발’이라는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며 “용역이 끝날 때쯤엔 어떤 재료로 어떻게 시공해야 하는지 표준 시방서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수석은 이날 불시점검으로 성능 미달 보온재의 불법 유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정책 검토 방향도 공개했다.
그는 “건설연은 건축자재의 품질 유지를 위해 유통, 시공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을 불시점검하는 건축모니터링 수행기관”이라며 “지금까지 건축모니터링 대상에 배관 보온재가 제외됐는데 보온재도 단열재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모니터링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건축물이 아닌 신축 건물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채 수석 외에도 송혜주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2025년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건축 정책 현황 및 추진 방향) ▲김영성 한국환경공단 과장(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내외 수소불화탄소(HFCs) 관리 동향) ▲장하용 아마쎌코리아 매니저(고무발포단열재 및 에어로젤 블랭킷 단열재 기술 개발 동향 및 적용 전망) ▲김채훈 LX하우시스 팀장(LX하우시스의 페놀폼(PF) 단열재 연구개발 동향 및 전망) ▲한정혁 KCC 책임(무기단열재(그라스울ㆍ미네랄울ㆍ세라믹파이버) 연구개발 동향 및 적용 현황) ▲송창용 국립목포대학교 극저온단열시스템연구센터장(LNG-수소운반선 화물창용 극저온 단열 시스템 개발 동향 및 적용 전망) ▲윤인섭 3M 수석연구원(건축ㆍ산업용 단열 소재(Glass Bubbles) 개발 동향 및 향후 활용 전망)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한편 화학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건축 및 산업용 단열재 기술 세미나’는 단열재의 신기술ㆍ신제품을 들여다보고 화재안전성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