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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⑨-반얀트리 화재/단독] 불완전 소방완공 반얀트리… 제연설비 시험도 부실했나

‘제연설비 성능시험 보고서’ 입수, 전문가들과 검토했더니…
이해하기 힘든 보고서 내용과 누락 사항, 전문가들 “허위다”
방연풍속 시험에 사용된 디지털 차압계, 검ㆍ교정 기록 없어
보고서엔 공사 현장 모습 확연, 제연구역 내 공사 자재 ‘수북’
성능시험 의뢰 업체 자격도 논란… 자격 기준도, 규정도 없어
“모든 건 감리 몫” 뒷짐 진 소방청… “소방법 가치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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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4/09 [16:52]

[집중취재⑨-반얀트리 화재/단독] 불완전 소방완공 반얀트리… 제연설비 시험도 부실했나

‘제연설비 성능시험 보고서’ 입수, 전문가들과 검토했더니…
이해하기 힘든 보고서 내용과 누락 사항, 전문가들 “허위다”
방연풍속 시험에 사용된 디지털 차압계, 검ㆍ교정 기록 없어
보고서엔 공사 현장 모습 확연, 제연구역 내 공사 자재 ‘수북’
성능시험 의뢰 업체 자격도 논란… 자격 기준도, 규정도 없어
“모든 건 감리 몫” 뒷짐 진 소방청… “소방법 가치 흔드나”

최영 기자 | 입력 : 2025/04/09 [16:52]

▲ 지난 2월 14일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진 반얀트리 리조트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시설 부실 완공 문제가 드러난 반얀트리 리조트는 제연설비 역시 비정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완공 시 제출된 성능시험 보고서에서 여러 허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성능시험을 의뢰받은 업자 자격에 대해서도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시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구로을,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에 제출한 반얀트리 리조트의 ‘특별피난계단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의 성능시험 보고서’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의 제연설비 T.A.B는 부산에 소재한 모 업체를 통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11일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연설비 T.A.B는 ‘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의 약칭이다. 화재 시 건물 내 연기와 유독가스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연설비의 총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절차다. 이 T.A.B 과정에선 제연설비의 설치와 운전 상태, 풍량, 풍속, 차압 등을 측정하고 문제 요소를 찾아 조정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성능을 완성한다.

 

방화문조차 없던 반얀트리 리조트가 과연 제연설비의 성능시험을 완료했었을까. 이 의문점에서 출발한 이번 취재 과정에선 그나마 해당 건물의 피난 계단과 연결되는 부속실 방화문들은 어느 정도 정상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연설비 성능시험 결과 보고서를 함께 검토한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부실성이 확인된다고 입을 모았다. 성능시험을 수행한 전문업체 자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면에 숨겨진 문제들을 <FPN/소방방재신문>이 집중취재했다.

 

제연설비 보고서, 전문가들과 분석해보니…

▲ 뱐얀트리 리조트의 소방시설 완공 시 제출된 제연설비 성능시험보고서  © 윤건영 국회의원실


전문가들은 반얀트리 리조트의 제연설비 성능시험 조사표 기록에서 이상한 점이 다수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선 정확한 시험 날짜와 건물 내ㆍ외부 온도 정보조차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내ㆍ외부 온도가 중요한 건 공기 밀도 차이로 인한 풍량 변화 때문이다. 온도에 따라 풍량과 압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일정한 풍량과 차압을 유지해야 하는 제연설비의 세팅 과정에서 이러한 내ㆍ외부 온도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국내 제연설비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A 소방기술사는 “제연설비의 성능시험 보고서에는 시험일시를 쓰고 연돌 효과가 발생하는 조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와 실내온도를 기록한다”며 “기본적인 사항조차 없는 보고서를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제연설비 전문연구소의 B 씨는 “기후 조건이 기록되지 않으면 그 테스트가 어떤 내ㆍ외부 환경 조건에서 수행됐는지 알 수 없어 결과의 타당성이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없고 도어 개폐력 문제나 역류 현상, 압력 불균형 등을 진단하거나 예방할 수 없게 된다”며 “유럽(EN)에서는 현장 시험 시 기후 조건 문서 작성을 사실상 의무 절차로 간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A.B 과정에서 사용한 방연풍속 측정 장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연풍속은 화재 시 연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출입구나 개구부(방화문 등)를 통해 일정한 속도로 공기를 불어 넣는 풍속을 말한다. 즉 연기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바람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 방연풍속을 시험하는 데 사용된 차압계의 교정성적서이지만 방연풍속용 검교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 윤건영 국회의원실


T.A.B 땐 이 방연풍속을 확인하기 위해 개방 출입문 내 10개 이상 지점의 풍속 평균치를 기록한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이 테스트를 위한 장비로 차압계를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장비의 교정성적서를 문제 삼고 있다.

 

A 소방기술사는 “보고서에는 방연풍속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에 대한 정보 없이 차압계로만 표시가 돼 있는데 방연풍속 측정을 위한 명확한 교정성적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C 소방기술사 역시 같은 견해를 보였다.

 

제연설비 T.A.B 보고서에는 각 측정 기기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교정성적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첨부된 교정성적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제연설비 전문연구소의 B 씨는 “보고서에 있는 디지털 차압계의 교정성적서는 다중포트와 디지털차압계 전체를 교정한 성적서가 아니어서 방연풍속을 측정하기 위한 교정을 완료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 방식을 방연풍속 측정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정확한 측정 위치와 측정 세트 수 등의 정립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국내에 그런 능력을 갖춘 기관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보고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B 씨는 “일반적으로 몇 개의 제연구역 출입문을 개방하는 방연풍속 구현조건에선 출입문을 개방한 층 인근의 비개방층 차압은 출입문 개방층 출입문에서의 차압이 거의 0~5㎩ 정도로 낮아지고 인근 층에서 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입문 개방층보다 먼 층의 차압에 비해 낮게(통상 약 25~40㎩)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런 특성이 관찰되지 않는 보고서는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3- 제연설비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보고서 성능시험 조사표의 문제점. 날짜와 온도 기록이 없고 비정상적인 수치가 기록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FPN


이 외에도 현장 테스트 사실을 증빙하는 보고서의 첨부 사진에는 제연구역의 출입구 방화문 틈이 밀폐되지 않거나 제연구역 내 공사 자재가 수북이 쌓인 상태로 측정을 진행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 여럿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 보고서에 사진으로 기록된 제연설비 성능시험 모습을 보면 반얀트리 리조트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연설비 T.A.B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FPN

 

시험을 수행한 업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험 날짜와 내외부 온도는 제연설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측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닌 걸로 안다”며 누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능시험 수치에 대해서는 문제성을 부정했다. 그는 “현장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고 당시 감리자와 공사업체 직원 10명이 넘는 관계자가 함께 시험해 확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성능시험 당시 제연구역의 밀폐 상태 등 환경적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마감을 한 뒤 측정했고 누설이 있거나 문이 없으면 측정을 안 한다”며 “정상적인 시험 수행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성능시험 의뢰 업체 자격 있나” 적정성도 논란

제연설비의 성능시험은 소방공사감리 과정에서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절차다. 법에선 소방공사 감리자가 이를 직접 수행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 업체에 의뢰해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얀트리 현장의 경우 감리자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전문업체를 통해 제연설비를 완성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제연설비 T.A.B 수행이 적정한지를 놓고는 논란이 거세다.

 

지난 2020년 9월 8일 소방청 질의회신 공문에 따르면 제연설비의 의뢰 성능시험은 소방시설 관련 전문 기술인력과 측정, 점검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또 관계 법령과 화재안전기준에 따른 성능시험을 수행해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ㆍ단체 또는 업체가 수행할 수 있다.

 

반얀트리 제연설비 성능시험 수행 업체의 적정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소방관련법상 구체적인 자격 기준이 없어서다. 이를 두고 소방과 공조 업계 사이에선 그간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제연설비 T.A.B 자격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보니 현장에선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한국소방기술사회(이하 소방기술사회)와 티에이비커미셔닝협회(이하 커미셔닝협회)라는 두 기술 단체의 인증 여부를 근거로 업체 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다. 반얀트리 제연설비는 커미셔닝협회를 통해 자격을 인증받은 업체가 수행했다.

 

▲ 소방시설 공사 감리 과정에서 제연설비의 성능시험을 다른 업체 등에 의뢰할 때 적합 업체를 판단하는 근거로 쓰이는 한국소방기술사회와 티에이비커미셔닝협회의 인증서  © FPN


문제는 이 두 단체가 자격을 부여하는 기준이나 절차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기술사회는 소방시설업 등록과 전문인력 자격(소방기술자), 장비, 교육 시간 등을 기본 조건으로 제시하고 이에 적합한 업체만 인증을 부여한다.

 

기술사회 관계자는 “기술사회에서 제연설비 시험업체로 인증받으려면 측정 장비를 보유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한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등 적정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사회에 따르면 이 인증을 위해선 소방기술사나 소방기사 등 자격자를 보유해야 한다. 또 책임기술자는 32시간 이상, 보조기술자는 14시간 이상을 교육받는 게 의무다. 인증 후 2년이 지났을 땐 보수교육(책임기술자 4시간, 보조기술자 2시간)과 장비의 검ㆍ교정 검사를 또다시 받아야 한다. 

 

커미셔닝협회의 경우 제연설비 T.A.B에 대한 별도 자격 기준을 운영하진 않는다. 공기조화설비의 시험과 조정, 평가 등 건설ㆍ설비 분야에서 제연설비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격 기준은 공조냉동기계 또는 건축기계설비 분야 기술용역업체나 단체여야 한다. 또 사단법인 대한설비공학회에서 인증한 T.A.B 전문기술자 10인과 계측 장비를 보유하고 관련 용역 수행실적이 있어야 한다. 소방의 특수성을 고려한 업 등록 또는 인력 기준 등은 전무한 셈이다.

 

커미셔닝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T.A.B 전체 공정에 대해 수행자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소방 제연설비에 대해선 1년에 한 번(하루) 교육을 진행한다”며 “대한설비공학회 제연설비 절차서에 따라 교육위원회에서 매년 편성하기 때문에 항상 똑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제연설비 교육을 정확히 몇 시간 진행하는지에 대한 기자 질문에는 “교육위원회에서 매년 편성을 해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진 않는다”며 “조금씩 변경하고 있어서 매년 얼마큼을 한다고 말하긴 애매하다”고 했다.

 

제연설비라는 동일한 소방시설의 전문적인 성능시험 자격을 두고 인증 조건은 저마다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증업체 선택을 위한 건축 현장에서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소방감리업계의 D 씨는 “화재 시 연기를 제어해 소방활동과 피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제연설비 성능시험은 정밀한 테스트와 조정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에 시험을 의뢰하는 일이 많지만 자격 논란이 불거지는 일이 잦다”고 귀띔했다.

 

“모든 건 감리 몫” 뒷짐 진 소방청… “소방법 가치 흔드나”

 

뚜렷한 기준 없는 제연설비의 성능시험 자격과 의뢰 실태에 대해 소방청은 전적으로 소방감리업체와 감리자의 몫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를 두고 소방 분야 내에선 소방청 스스로가 소방 공종이라는 전문 분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시설 감리업체는 스스로 소방시설 성능시험을 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 업체에 의뢰할 수 있으나 감리원은 성능시험 현장에 참석해 적정하게 실시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감리에 대한 역량과 책임이 있는 감리업체에서 인증 확인 단체의 전문성과 성능시험 업체의 실적, 인력,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방시설 성능시험조사표의 점검항목을 점검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경우 특정 기관이나 단체만 제연설비 성능시험 자격을 인증할 수 있도록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제연설비 시험을 의뢰받은 업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감리업체와 감리자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공사감리자의 책임이 큰 만큼 의뢰 대상 업체는 감리업자가 알아서 선택하고 책임지면 된다는 식이다.

 

소방관련법을 소관하는 소방청의 이런 대응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이라는 영역이 별도 법체계를 통해 독립 공종으로 확립돼 있음에도 소방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하지는 못할망정 논란만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시설업계의 E 씨는 “소방설계나 시공, 감리업을 등록도 안 한 채 사업행위를 할 수는 없지 않나”며 “제연설비 성능시험은 현장에서 감리원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외부에 의뢰하는 건데 사실상 업체 선정 권한조차 명확하지 않은 감리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소방시설업계의 F 씨는 “소방 공종은 품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을 등록하고 기술인력을 확보하도록 하면서도 고난도 제연설비의 성능을 아무나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건 법의 근간마저 흔드는 것”이라며 “소방이라는 기술 영역을 굳이 따로 구분해 놓은 이유마저 잊은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제연설비 전문연구소 B 씨는 “소방설비 성능시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소방설비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이해 능력과 제연설비 성능시험에 대한 실무능력을 갖췄는지 등 두 가지 핵심 요소가 검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시설 성능시험 자격 기준을 법령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민간 부분의 기술발전과 경쟁을 저해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소한 소방시설업의 영역 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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