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가족회사 장비납품 밀어준 충북소방 비위 의혹 ‘일파만파’매제와 아내, 아들까지 관여… 입찰 과정에 온 가족 ‘짬짜미’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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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소방 소속 A 소방령 비위 의혹 인물(업체) 관계도 |
[FPN 신희섭 기자] =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북소방본부(이하 충북소방) 소속 간부 A 소방령이 가족회사의 장비납품을 도왔다는 이유로 내부 감찰을 받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감찰을 받는 A 소방령은 매제가 운영하는 업체의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납품 계약을 돕고 보호장비와 볼펜 등 기념품을 유통하는 아내 회사와 수년간 거래하며 충북소방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A 소방령에 대한 비위 의혹은 지난 3월 20일 충북소방이 추진한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 구매 입찰 과정에서 처음 포착됐다.
매제가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인 관통식 주수장치를 납품하려다 동료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취재 과정에선 이 장비의 제조사가 A 소방령의 매제가 아닌 아들 업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 서울 영등포갑)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소방 청문감사팀은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A 소방령에 대한 내부 감찰을 진행 중이다. A 소방령의 감찰 혐의 내용은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 구매와 관련해 매제가 장비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왔는지, 배우자가 운영하는 홍보 물품 업체에서 소방본부 등과 수의계약을 진행했는지 여부 등이다.
실제 내부 제보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감찰에서도 장비 입찰 과정에서 A 소방령이 매제 운영 업체가 관통식 주수장치 납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충북소방의 일감을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에 수년간 몰아준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소방령은 내부 제보가 접수된 직후인 4월 3일 타 부서로 전보 조처된 상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사건의 내막을 집중취재했다.
실증부터 사전규격까지… 장비 선정 ‘의문 투성’
충북소방은 지난해 10월께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 보강을 위해 충청북도 재난 관련 기금 중 2억3400만원을 2025년 예산으로 배정받았다. 이를 통해 올해 초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 보강계획을 수립했다. 문제가 된 관통형 주수장치는 28점을 구매하기로 했다.
장비 구매 과정에선 규격심의위원회를 통한 사전규격서가 작성됐다. 이후 특정 규격 보유 업체와의 기술공급협약을 체결하고 장비 규격을 사전에 공개하는 절차를 거쳤다.
![]() ▲ 지난해 11월 14일 충북소방은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의 실증과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에는 당초 계획에 없던 국내산 장비가 등장했고 실증까지 진행했다. |
충북소방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비위 의혹을 받는 A 소방령의 이상한 행동은 지난해 11월 14일 진행된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의 실증과 훈련’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충북소방에선 보유 중인 전기차 화재진압 장비의 성능확인과 훈련을 목적으로 이 같은 실증ㆍ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관통형 주수장치 실증에선 당초 취지와 달리 시연회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초 구매가 검토됐던 관통형 주수장치는 충북소방에서도 이미 보유 중인 수입산 장비였다. 다른 지역 소방관서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성능이 입증된 장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실증ㆍ훈련에는 계획에도 없던 국내산 장비가 새롭게 등장했다.
국내산 장비의 경우 추가 도입을 검토하던 수입산 장비와 형상부터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 소방령이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장비 사용법 등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당시 충북소방 내부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게 관계자들 증언이다.
게다가 A 소방령은 실증ㆍ훈련 이후 사전규격서를 작성하는 심의위원회의 간사로도 참여했다. 충북소방의 한 관계자는 “실증 실험 당시 처음 봤던 제품이 구매 대상품으로 선정되고 사전규격까지 마련된 게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정작 A 소방령의 가족회사가 연루돼 있을 거란 생각은 최근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막상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왜 그렇게 A 소방령이 그 장비를 칭찬했었는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전기차 장비 입찰 과정 중 가족회사 ‘짬짜미’ 덜미
충북소방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A 소방령의 가족회사가 장비납품과 밀접하게 관여돼 있다는 사실은 기술공급협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보통 소방관서가 특정 규격의 소방장비를 구매할 때는 제조사와 기술공급협약서를 작성한다. 누가 낙찰을 받더라도 제조사로부터 장비를 원활히 공급받아 소방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관통형 주수장치도 마찬가지였다.
충북소방은 관통형 주수장치 구매를 위해 A 업체와 기술공급협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업태가 도ㆍ소매업으로 등록돼 있었고 장비 실증ㆍ훈련 20여 일 뒤인 12월 4일 개업한 업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업체의 대표는 비위 의혹을 받는 A 소방령의 매제였다.
입찰 업무가 진행되던 중 충북소방 내부에선 제조를 직접하지 않는 업체가 기술공급협약서를 작성한 것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A 업체는 자신들이 개발한 장비가 맞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기술공급협약서 절차를 넘겼다.
결정적인 문제는 그 이후에 밝혀졌다. 내전압 시험 성적서의 제출자가 A 업체가 아닌 B 업체였기 때문이다. 이 성적서는 관통형 주수장치 사용 시 사용자의 감전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첨부돼야 하는 문서로 공인시험기관을 통해 물품 제조사에만 발행된다. 기술공급협약 업체가 아닌 B 업체를 통해 성적서를 제출하면서 A 업체가 제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셈이 됐다.
내전압 시험 성적서가 제출되는 과정에선 B 업체 대표가 A 소방령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충북소방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적서의 진위 여부 검증 과정에서 B 업체 소재지가 과거부터 최근까지도 충북소방에 기념품을 공급해오던 C 업체와 동일하다는 게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C 업체 대표가 비위 의혹을 받는 A 소방령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소방장비 업계에선 A 소방령 아들이 대표로 있는 B 업체가 관통형 주수장치의 실질적 제조사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그간 영업 확장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증언을 내놓는다. A 씨 일가가 충북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소방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B 업체 대표는 충북소방에서 장비 입찰공고가 진행되기 전인 올해 2월께 전남의 한 소방장비 유통업체를 찾아 자신을 관통형 주수장치 개발 업체라고 소개하고 동업을 제안했다”며 “이 과정에서 B 업체 대표는 A 소방령의 아내와 동행해 자신의 어머니라고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충북소방의 경우 A 소방령의 가족회사를 통한 장비납품은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다. 장비 구매 입찰공고 게시 직후 수입산 장비 공급 업체가 특허 관련 문제를 제기하면서 5일 만에 전면 보류됐기 때문이다.
이의를 제기한 업체 관계자는 “충북소방에서 구매가 진행된 관통형 주수장치의 구조와 성능 중 일부가 우리 제품과 흡사하다”며 “특허 관련 분쟁의 소지가 있어 충북소방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현재는 변리사 등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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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휩싸인 충북소방… 경찰 수사 의뢰
이번 사건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충북소방 내부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대응총괄팀장과 장비 예산, 감찰 등 본부의 주요 부서를 거친 A 소방령이 장비 구매 과정에서 가족회사를 통해 납품을 시도한 데 더해 아내 회사에도 수년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그나마 내부 제보로 감찰이 진행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충북소방 청문감사팀 관계자는 지난 22일 <FPN/소방방재신문>과의 통화에서 “감찰 진행 과정에서 A 소방령이 주요 보직에 근무할 당시 가족회사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있는지, 가족회사를 위한 거래를 유도한 적이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제보 내용 중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충북소방의 수사 의뢰를 통해 A 소방령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여부 등을 판단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 사적 이익추구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사적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족과의 거래 등도 포함된다.
특히 이 법 제2조 6항에는 ‘사적이해관계자’에 대한 내용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 가족 이에 해당하는 데 그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까지다. 직계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가족에 포함될 수 있지만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충북소방 내부 관계자는 “A 소방령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때문에 장비 입찰 과정에서 아들이 운영하는 B 업체를 앞세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법에서 규정하는 가족 관계를 회피하려고 매제 업체를 내세웠던 것 같다”고 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A 소방령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충북소방 관련 부서 등에 문의할 때마다 A 소방령은 외근 중이거나 연차, 회의 참석 등의 이유로 자리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A 소방령은 비위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충북소방과 가족회사 간 실제 거래가 이뤄진 건 맞지만 직위를 이용한 편의 제공은 일절 없었다”며 “직원들이 가족회사라는 점을 의식하고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숨겨온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