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현장 대원이 직접 골라 구매한다” 소방청, 중앙품평회 기본계획 확정지역별 접근성ㆍ시도 소방 의견 종합해 개최지 두 곳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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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열렸던 중앙소방장비품평회장 내부 모습 |
[FPN 신희섭 기자] = 성능과 디자인, 사용 편의성 등 개인보호장비 구매에 앞서 현장 대원들이 실물을 직접 시연해보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소방청(청장 허석곤)은 올해도 시도 소방본부의 효율적인 장비구매 지원을 위해 두 차례(10~11월)에 걸쳐 중앙소방장비품평회(이하 중앙품평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현장 대원들이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PPE)는 안전성과 더불어 착용감, 활동성이 중요하다. 업무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능들이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성능과 품질이 확보되고 현장 의견이 반영된 개인보호장비 구매를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중앙품평회를 도입ㆍ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평가 인원 확대를 위해 연 1회 진행하던 중앙품평회의 횟수를 연 2회로 확대하고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어 현장평가를 직접 주도했다.
올해부터는 중앙품평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대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더욱 간소화할 계획이다. 장비별로 QR코드를 일일이 찍어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의 로그인으로 여러 장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한다.
시도 소방본부별 평가단 인원을 제한 없이 운영하고 장비구매 일정을 고려해 인증받은 장비만 중앙품평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방침도 개선할 예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개최지는 지역별 접근성과 시도 소방본부의 의견을 종합해 선정할 예정”이라며 “현장평가를 통해 우수장비로 선정되면 내년도 시도 소방본부의 장비구매 규격에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의 경우 인증절차를 진행 중인 장비까지 중앙품평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도 소방본부 장비구매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올해부터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증절차를 마친 장비만 출품할 수 있도록 제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방화복이 좋을까?… 7개 업체서 10개 인증품 출품 예정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앙품평회장 내부에선 방화복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까지만 해도 소방에 방화복을 공급하는 업체는 단 두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중앙품평회를 기점으로 방화복 인증업체가 3배가량 늘면서 방화복 시장이 무한 경쟁체제로 전환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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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품평회 참가가 예상되는 업체는 하나산업과 한컴라이프케어, 케이엠, 무림어패럴, 지구, 동방어패럴, 씨피알코리아메디칼 등 총 7곳이다.
하나산업의 경우 현재 방화복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고어 사의 패럴런 시스템이 적용된 방화복을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패럴런 시스템은 경량성과 투습성, 방수성을 동시에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열 방호 성능까지 갖춘 고기능성 원단 소재다. 패럴런이 적용된 방화복은 내부가 젖은 상태에서도 현장 대원들에게 독보적인 열 방호 성능과 쾌적성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하나산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한컴라이프케어는 안전성과 활동성, 편의성 등을 대폭 개선한 PBI 방화복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등 부위에 특허기술이 적용된 인명구조 견인장치가 장착된다는 점이다. 현장 활동 중 쓰러진 대원을 동료들이 쉽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팔과 무릎에 열 접착식 재귀반사 테이프를 적용해 시인성을 높이고 격렬한 활동에도 상의 밑단 안쪽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타 사 제품과의 차별성이다.
케이엠은 지난해 처음 방화복 시장에 등장했다. 듀폰 사가 고성능 아라미드 소재인 PBO를 이용해 개발한 ‘Nomex® Xtreme’ 원단으로 방화복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이 방화복에는 3D 입체 패턴이 적용돼 현장 대원들에게 최상의 활동성을 제공한다.
지난해 품평회에서 PBO 방화복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한 지구는 올해 파라ㆍ메타 아라미드 소재의 일반형 방화복 출품을 예고하고 있다. 지구가 생산하는 방화복에는 타사 제품과 달리 사용자 선호에 따라 개별안전용품을 탈부착할 수 있는 ‘MOLLE SYSTEM’이 적용된다. 허리 부위에 전술 벨트를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무림어패럴이 생산하는 방화복은 겨드랑이와 팔꿈치, 무릎 부위에 봉제선이 없다. 팔을 올려도 상의가 딸려 올라가지 않고 팔과 무릎을 편하게 굽힐 수 있어 장시간 현장 활동에도 피로감을 최소화해준다. 동방어패럴과 씨피알코리아메디칼은 기본에 충실한 보급형 방화복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죽제 방화신발 인증품 등장… 시장판도 바뀔까
방화신발은 화재 현장에서 대원들이 발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다. 소재에 따라 고무제와 가죽제로 나뉘는데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고무제의 경우 방수와 전기저항성은 우수하지만 착용감이 떨어진다. 반면 가죽제의 경우 착용감과 투습기능이 고무제보다 월등하다.
과거에는 고무제와 가죽제 방화신발이 공존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기준이 강화되면서 가죽제 방화신발은 점차 시장에서 사라졌다. 소재 특성상 소방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 구현이 어려워서다.
이런 이유로 방화신발은 지난해까지 고무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착용감이 불편해도 현장 대원들에게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인증을 획득한 가죽제 방화신발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가죽제 방화신발 개발에 성공한 한스산업은 올해 중앙품평회 참가를 예고하고 있다. 고무제 방화신발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한스산업에 따르면 가죽제 방화신발은 건조한 조건에서 14㎸의 전류를 견뎌낸다. 물을 방수하는 화재 현장에서 전기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를 말끔히 해소한 제품이다. 또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금속이 아닌 방탄 섬유로 제작된 내답판을 탑재하고 방수와 통기성이 우수한 멤브레인을 안감으로 사용했다.
“성능과 품질로 경쟁한다”… 인증 서두르는 업체들
시도 소방본부는 중앙품평회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내년도 장비구매 계획을 수립한다. 현장 대원 평가에 따라 시장에서의 매출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장비업체들이 중앙품평회 참가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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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라이프케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인보호장비 전문기업이다. 대표 기업답게 올해도 가장 많은 종류의 장비 출품을 예고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공기호흡기는 현재 검인증 절차가 소방장비인증(KFAC)으로 전환된 상태다. KFAC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공기호흡기는 사실상 중앙품평회 참가가 어렵다.
한컴라이프케어는 공기호흡기 업체 중 가장 먼저 KFAC 인증(2024년 12월 30일)을 획득했다. 통합형 안면부를 도입해 통신 기능을 강화하고 호스 매립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케이디펜스도 지난달 KFAC 인증(2025년 4월 24일)을 서둘러 마쳤다. 케이디펜스의 공기호흡기는 플라스틱 라이너가 적용된 복합용기를 사용한다. 무게가 가볍다는 게 특징이다. 또 모든 제품에 인명구조경보(PASS) 기능을 가진 전자식 압력지시계가 공통 사양으로 탑재된다.
하니웰은 현재 KFAC 인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니웰이 최근 소방에 선보인 공기호흡기는 HUD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다. 인체공학적 디자인 설계로 착용감이 좋고 현장에서 230° 이상의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면체가 달린다.
소방용 헬멧 시장에도 큰 변화 물결이 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헬멧 시장은 독점 구조로 운영됐다. 인증을 획득한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하지만 최근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인증을 획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중앙품평회에선 외국산과 국산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써미트코아퍼레이션과 시즈글로벌 등 두 개 기업이 주도해 온 방화장갑 시장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인증업체가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조사별로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방화두건은 방화복과 공기호흡기에 이어 세 번째로 KFAC 인증절차가 도입된 장비다. 소방청에 따르면 새로운 인증절차가 시행된 만큼 인증 획득 업체를 중심으로 품평회 참가 권한이 부여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증을 획득한 업체가 없는 상태로 남은 6개월의 품평회 시기까지 인증 획득업체가 등장할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