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37건… 전문가들 “병원 내 스프링클러 소급설치 서둘러야”지난 4일 불 난 경남 양산 병원, 스프링클러 정상작동으로 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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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화재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내년까지로 예정된 스프링클러설비 소급설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세종병원 현장. © FPN |
[FPN 박준호 기자] = 올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화재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내년까지로 예정된 스프링클러설비 소급설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휴 기간이던 지난 5일 오전 11시 33분께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 108명과 소방차 27대가 현장에 출동해 1시간 18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환자와 보호자 등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전날인 4일엔 경남 양산시의 한 병원에서 불이 났다. 오전 5시 5분께 시작된 불은 병원 2층 수술실 일부를 태우고 약 50분 만에 진화됐다. 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 9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11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었다. 당시 병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정상작동한 덕분에 피해가 최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7건에 달한다. 병원은 유사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피난약자가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월 26일에는 경남 밀양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47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1층 응급실 안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시작됐다.
연기는 열린 방화문과 파이프ㆍ전기용 배관 샤프트 등을 타고 병실로 확산했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커졌다. 당시 스프링클러설비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소방청은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엔 스프링클러설비, 600㎡ 미만인 곳엔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소급 설치해야 하는 내용의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소급설치 기한은 본래 2022년 8월까지였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2026년까지 무려 4년 4개월이나 유예됐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설비가 화재 초기 화세를 제어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소급설치를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윤진 대림대학교 소방안전설비과 교수는 “소급설치 기간이 코로나19와 겹쳐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정 부분 이해는 되지만 과도하게 유예해준 측면이 있다. 그 사이 소급설치 대상에서 불이 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라는 기간은 그 시점에 맞춰 설치하라는 게 아니다”며 “이제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했다.
이호상 소방기술사는 “의료계에서 스프링클러설비 설치를 망설이는 건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한다는 사실도 소방청 차원에서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설비 소급설치 비용은 정부(25%)와 지방자치단체(25%)가 일부 지원하고 있다. 만약 2026년까지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