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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불이 보내는 신호를 경청하다 - 인천 실화재훈련 강사과정 국외훈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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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기사입력 2025/06/09 [17:00]

[119기고] 불이 보내는 신호를 경청하다 - 인천 실화재훈련 강사과정 국외훈련 후기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입력 : 2025/06/09 [17:00]

▲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실화재훈련’(CFBT, Compartment Fire Behaviour Training).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훈련명이다. 화재 진행 단계별 화염과 열, 연기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고 이해하며 효과적인 화재진압 방법을 익히는 훈련이다. 쉽게 말하면 불이 실제로 나는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훈련이다.

 

인천소방은 최근 몇 년간 이 훈련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훈련시설을 직접 설계하고 국내에선 드문 실화재훈련 교관 양성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국제화재기술협회(IFE) 인증 CFBT-KR 과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태국 나콘나욕 실화재훈련장에서 진행된 ‘CFBT-KR Trainer’ 과정은 실화재훈련 체계를 수립하는 여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의 목적은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는 기술을 넘어 실제 훈련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설계ㆍ운영할 수 있는 강사 양성에 있다. 이번 지면에서는 ‘CFBT-KR Trainer’ 과정에 참여한 후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훈련의 시작은 ‘기술’이 아닌 ‘태도’였다

 

훈련 첫날 강의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주어진 수업의 제목은 ‘Mindset of Trainer’였다.

 

교육 내용은 화재진압이나 장비 사용법이 아닌 소방대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화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입니다. 불은 연기와 열, 공기 흐름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신호를 ‘경청’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양재영 Chief Instructor의 말이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훈련을 시키는 사람이 아닌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레이너’란 단어가 단지 기술을 가르치는 직책이 아니라 책임과 태도를 각인시키는 역할이라는 사실은 강한 울림을 줬다.

 

기본에서부터 불을 직접 ‘느끼는’ Free Burn

 

오전 이론 수업 후 이어진 건 ‘Free Burn’이라는 Cell 훈련이었다. 책에서 많이 보던 화재그래프(발화기~쇠퇴기)의 내용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떠한 외부작용도 없이 불이 자유롭게 타오르는 상태를 살펴보며 열과 연기의 흐름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문도 닫지 않고, 테크닉 없이, 그저 ‘불을 바라보는’ 순간. 그 속에서 화재의 ‘언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그 연기와 열기 속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불을 과학으로 해석하다

 

훈련 이튿날부터 강도가 훌쩍 올라갔다.

 

‘Pyrolysis(열분해)’ 실험을 통해 불이 어떻게, 왜 발생하는지를 배웠다. Demo Cell에서는 연료, 산소, 온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화염이 확산되는지 직접 확인했다.

 

단순히 ‘불이 났다’가 아니라 ‘왜 그 지점에서, 왜 그렇게 타올랐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었다. 이는 이후 진행된 모든 훈련의 바탕이 됐다.

 

셀 훈련: 불과의 진짜 대화

 

셋째ㆍ넷째 날에는 다양한 셀(Cell) 훈련이 이어졌다.

 

Backdraft Cell, Attack Cell, FGI(Fire Gas Ignition) Cell에 대한 운영을 중점적으로 실습했다. 어디서 위험이 시작되는지, 어떤 ‘징후’가 그것을 말해주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교육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될지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습하는 기회였다.

 

 

Basic 코스 교육을 받을때와 달리 이번 교육에서는 연기에서 퍼지는 화염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책이나 영상으론 절대 배울 수 없는 직관적 체험이었다.

 

 

시나리오 기반 종합 훈련 – 이제 진짜 현장이다

 

후반부엔 조별로 화재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고 현장 진입부터 인명 구조, 철수까지를 수행하는 종합 훈련이 진행됐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구조에서, 어떤 연료가, 어떻게 불타고 있을지를 예측하고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움직여야 했다. 화재를 진압하는 기술보다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계급과 나이는 달라도 소방대원이라는 하나의 정신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이 6가지 요소를 통해 화재의 상태를 ‘읽는’ 눈을 키워가는 과정은 훈련이 끝난 뒤에도 저절로 현장을 머릿속에 그리게 만들 정도였다.

 

마무리하며 – 진정한 트레이너의 자세

 

이 훈련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그저 ‘불을 끄는 사람’이 아닌 ‘불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꽃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연기, 열기, 산소의 흐름 속에 이미 모든 신호가 들어있었다. 그 신호를 읽고 교육생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트레이너였다.

 

인천소방 실화재훈련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CFBT-I Shan Raffel Master Instructor, 인천 실화재훈련 조력자 CFBT-KR 김준경 Chief Instructor, 이번 인천 실화재 국외훈련 강사양성 과정 총괄담당 CFBT-KR 양재영 Chief Instructor 등 5명의 강사다.

 

인천소방 실화재훈련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번 국외훈련을 통해 느꼈던 ‘경청하는 화재 대응’, 그리고 ‘책임을 담은 훈련 설계’의 가치를 기억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통제된 환경 속에서 더욱 안전한 실화재훈련을 만들어가는 교관, 그리고 교육생의 생존과 성장을 책임지는 트레이너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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