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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베일 벗은 6종 소방장비 기본규격, 고도화 방향은?

지난 10~11일 1차 공청회 열고 현장 대원ㆍ제조사 의견수렴
소형사다라차 탑재 사다리(붐)ㆍ스테빌라이저 내구성 기준 검토
구조장갑ㆍ면체세척기ㆍ전기차용 소화수조 성능 기준 첫 도입
공기안전매트 모서리 충격 시험 신설, 주요 성능 실증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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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5/06/25 [12:18]

[집중취재] 베일 벗은 6종 소방장비 기본규격, 고도화 방향은?

지난 10~11일 1차 공청회 열고 현장 대원ㆍ제조사 의견수렴
소형사다라차 탑재 사다리(붐)ㆍ스테빌라이저 내구성 기준 검토
구조장갑ㆍ면체세척기ㆍ전기차용 소화수조 성능 기준 첫 도입
공기안전매트 모서리 충격 시험 신설, 주요 성능 실증도 강화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5/06/25 [12:18]

▲ 지난 10~11일 양일간 공청회를 열고 현장대원과 제조사 측 의견을 수렴했다. 

 

[FPN 신희섭 기자] = 화재를 제외한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이 손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구조장갑의 성능 기준이 마련된다. 또 소형사다리차의 용어와 시험방법이 더 체계화되고 면체세척기의 성능을 검증하는 절차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6종 소방장비의 기본규격이 제ㆍ개정된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은 지난 10, 11일 양일간 ‘2025년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사업’ 1차 공청회를 열고 현장 대원과 제조사 측 의견을 수렴했다.

 

기본규격은 현장 대원의 안전확보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특수한 성능이 요구되는 소방장비의 표준 기술기준이다. ▲기본규격안 작성 ▲의견수렴 ▲기술심의위원회 심의ㆍ의결 ▲관보 고시 ▲관리대장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된다. 

 

기본규격 개발사업은 올해로 9년 차를 맞는다. 소방청은 지난해까지 이 사업을 통해 71종에 달하는 소방장비의 기본규격을 개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기본규격 개발사업은 지난해부터 장비의 성능과 안전성이 아닌 고도화와 현장 활용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수ㆍ신종 재난이 증가하면서 현장 환경에 맞는 소방장비의 성능개선과 신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현장의 요구가 기본규격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 대원의 참여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개발사업은 올해도 KFI가 대행을 맡아 소방청 관리ㆍ감독하에 진행한다. 제ㆍ개정이 이뤄지는 장비는 ▲소형사다리차 ▲특수구급차 ▲구조장갑 ▲면체세척기 ▲화재진압용 이동식소화수조 ▲공기안전매트 등 6개 품목이다. 펌프ㆍ화학ㆍ물탱크ㆍ굴절ㆍ구조차 등은 영문판 기술서 발간이 추진된다.

 

공청회에는 소방청 장비총괄과를 비롯해 KFI, 국립소방연구원, 현장자문단 소속 시도 소방관, 제조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김학근 소방청 장비총괄과장

 

김학근 소방청 장비총괄과장은 “현장 대원의 안전확보를 위해 검증된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매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기본규격은 고도화된 장비를 현장에 공급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청회는 개발사업 본연의 취지와 기대효과를 내실화하는 과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혜를 모으는 중요한 자리”라며 “현장 대원과 제조사 측이 제시한 의견이 기본규격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정비되는 6종 소방장비 기본규격 틀 잡혀

 

소형사다리차 = 협소한 공간 내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차량이다. 15m 이상 25m 미만 높이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무한 회전이 가능한 사다리(붐) 형태의 연장구조물을 갖추고 있다.

 

KFI는 올해 소형사다리차의 용어부터 새롭게 정의할 계획이다. ‘소방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과 같이 소형사다리차에 탑재되는 연장구조물의 작업 높이를 현행 25m 미만에서 27m 미만으로 상향한다.

 

소방사다리차, 소방굴절차와 동일한 성능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사다리(붐) 장치와 스태빌라이저의 작동 성능시험을 기본규격 내에 신설하는 한편 사다리(붐)와 승강기 장치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절차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 대원들은 협소 공간에서 운용되는 차량인 만큼 작업반경에 대한 성능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사다리(붐)가 건물 지붕이나 전선 등에 걸려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종종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CAFS(공기압축포시스템) 적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현장 대원들은 차량의 크기가 작아 적재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제와 물탱크까지 탑재하면 주행 등 차량 고유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KFI는 “소방펌프를 비롯해 포혼합장치나 CAFS는 소형사다리차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설비가 아니다”며 “필요에 따라 선택해 구매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기본규격을 개정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장 활용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작업반경에 대한 성능은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특수구급차 = 응급환자 발생 시 응급처치와 신속한 이송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차량이다. 

 

KFI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구급차 특장에 사용되는 재료의 성능 확보를 위한 기준을 신설하고 환자실 바닥재 항곰팡이 성능과 의자 외피의 내수도 기준 도입을 검토한다. 사이렌의 경우 기본규격에 적합한 제품이 부재해 관련 규정을 기본규격에서 삭제할 계획이다.

 

현장 대원들은 “차량 내부에 흡음재 설치를 고려해 달라”며 “사이렌 크기가 너무 커 난청에 시달리는 대원이 많다”고 말했다. 

 

또 “스타리아 디젤 차량이 조만간 단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디젤 차량 단종에 따른 대책과 경사로를 달릴 때 주들것이 뜨는 현상에 관한 규정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KFI는 “최근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구급차 KFI인증을 획득한 제조사가 있다”며 “KFI인증 절차와 기본규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검인증 절차상 엔진 변경으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음재 설치에 대해선 “특수구급차 내부에는 이미 흡음재가 설치되고 있다”며 “사이렌 소리로 현장 대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흡음재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주들것이 뜨는 현상에 대해서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구조장갑 = 화재를 제외한 재난 현장에서 열과 마찰, 이물질 등으로부터 소방공무원의 손과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다.

 

구조장갑은 올해 개발사업 대상 품목 중 관심이 가장 뜨겁다. 차량사고, 산악 구조, 건물 붕괴 등 다양한 현장에서 착용하는 장비로 착용감은 물론 높은 수준의 보호 성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KFI는 이날 구조장갑이 갖춰야 할 성능으로 내열성과 내절단성, 내마모성, 그립감, 난연성, 내구성 등을 제시했다.

 

현장 대원들은 구조장갑을 착용하는 현장 환경을 잘 파악한 뒤 기본규격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착용감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립소방연구원도 현장 대원들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국립소방연구원 관계자는 “구조장갑은 화재진압 현장에서 착용하는 방화장갑과 엄연히 성격이 다른 장비”라며 “열방호성보다 베임과 찔림 등의 성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기본규격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A 사는 “구조장갑은 편하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KFI가 제시한 성능을 모두 담으면 방화장갑 못지않게 두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B 사 역시 “안전성을 높이면 소재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착용감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안전성과 착용감이 모두 높은 장갑을 만들라는 소린데 손가락을 굽히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 현장의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사용처별로 구조장갑의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FI는 “구조 현장의 환경을 고려해 일단 기본규격의 방향성을 제시해본 것일 뿐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해외에서 사용되고 있는 구조장갑을 검토하고 현장 대원의 의견도 더 많이 들어 보겠다”고 했다.

 

면체세척기 = 구조장갑과 더불어 기본규격이 처음 제정되는 품목이다. 현장 활동으로 인해 화학물질과 세균 등에 공기호흡기 면체가 오염됐을 경우 이를 세척ㆍ살균해주는 장비로 소방에는 지난 2019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세척과 건조 등 표준화된 성능 기준을 도출하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다.

 

KFI에 따르면 면체세척기의 기본규격에는 세척 성능과 건조, 면체 내구성, 소음, 절연저항성, 절연내력성 등에 대한 성능 기준이 담긴다. 특히 세척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탄화수소, 브롬계난연제, 중금속류 등의 물질을 사용할 계획이다.

 

현장 대원들은 “소방관서에는 현재 습식과 건식 등 두 가지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며 “세척력이 우수한 방식으로 기본규격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세척 후 오염도의 수치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FI는 “제조사마다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이 다르다”며 “기술 방식을 규제할 순 없다. 어떤 방식이든 기본규격에 따라 세척이 되는 것만 검증되면 된다”고 답했다.

 

오염도 수치에 대해선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세척 후 제품에 남아있는 오염물질의 잔량과 세척 폐수를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제조사들은 면체 세척 온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KFI가 제시한 기본규격에는 세척 온도가 40℃도 규정돼 있다. 이보다 높은 온도로 세척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이에 대해 KFI는 “적절한 온도는 장비 세척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세척 장비가 운영되고 있는 방화복도 세척 온도를 40℃로 규정하고 있다”며 “선진 외국에서도 40℃ 이상의 온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진압용 이동식소화수조 = 전기차 화재사고 시 차량의 배터리팩을 침수시켜 재발화 가능성을 최소화해주는 장비다. 현장 대원의 요구로 기본규격 도입이 결정됐다.

 

KFI에 따르면 기본규격에는 이동식소화수조의 구조와 설치, 지수, 내열성, 방염성, 내식성, 내충격성, 인열 강도, 인장 강도, 파열 강도, 접합 강도 등의 성능 기준과 시험방법이 담긴다.

 

KFI 관계자는 “물을 채우는 방식에 따라 수조 타입을 구분하고 성능 기준도 다르게 적용할 예정”이라며 “조립식 수조는 설치, 지수, 내열성, 내충격성 시험, 실린더 방식은 설치와 지수, 방염성, 인열, 인장, 파열, 접합 강도 시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유사 장비의 성능 기준을 검토해 기본규격 초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현장 대원과 제조사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안전매트 = 지난해 8월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던 공기안전매트의 기본규격도 개정이 추진된다. 

 

KFI는 사고 당시 문제가 됐던 공기안전매트 모서리 부분에 대한 충격 시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해외 규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규격을 개선하고 주요 성능에 대한 실증시험을 강화한다.

 

현장 대원들은 이날 공기안전매트 사용 높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5층 높이 수준으로 성능 기준이 맞춰진 장비로는 현장 대응이 힘들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KFI는 “고층건물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기안전매트 개발을 위한 R&D 사업이 추진되는 거로 안다”며 “공기안전매트 높이 규정에 대한 문제가 과거부터 논의돼온 만큼 R&D 사업의 결과물을 기본규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중으로 운영되는 인증 절차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현행 공기안전매트의 인증 절차로는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과 ‘인명구조매트의 KFI 인증기준’ 등이 있다.  

 

현장 대원들은 “두 개의 인증 절차가 운영되다 보니 어떤 인증을 거친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며 “이에 대한 개선 방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KFI는 “기본규격이 개정된 이후 전문검사기관이 지정되고 소방장비인증(KFAC)이 시행되면 소방관서에선 KFAC 인증을 획득한 공기안전매트를 구매하면 된다”고 답했다.

 

영문화 5종소방청은 내수 중심의 소방장비 제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방장비 기본규격의 영문판 기술서 발간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기본규격 개발사업을 통해 펌프ㆍ화학ㆍ물탱크ㆍ굴절ㆍ구조차 등 5개 품목의 소방장비 영문기술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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