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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7.8- ⅩⅩⅥ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임무 종료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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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기사입력 2025/11/03 [10:00]

튀르키예 지진 7.8- ⅩⅩⅥ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임무 종료 ③

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입력 : 2025/11/03 [10:00]

튀르키예를 떠나는 순간 눈물바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해 소집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2023년 2월 8일 오전 1시 12분(한국시각)에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그리고 수색ㆍ구조 활동을 종료한 후 2월 17일 오후 2시(현지시각)에 튀르키예 아다나공항을 떠났다. 

 

우리가 튀르키예에서 행한 모든 구조 활동이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 점, 더 많은 희생자를 수습하지 못한 점, 더 열심히 현장을 수색하지 못한 점, 더 친절하지 못한 점 등 모든 것이 각자의 기억 속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숙소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버스는 다른 숙소에서 휴식한 대원들을 태워 이동했다. 버스 화물칸에서 대원들의 짐을 정리하던 중 태국 구조대를 만났다. 

 

“Korea Rescue Team(코리아 레스큐팀)”

 

그들의 첫 번째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6명의 태국 구조대원이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아마 그들도 우리 구조대가 이룬 성과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태국 구조대와 함께 활동한 적은 없지만 이곳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 구조라는 한 가지 목표를 두고 활동했던 것만으로 민족과 언어는 더 이상의 장벽이 되지 않았다.

 

태국 구조대원과 함께 사진을 찍고 받진 못했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우수성과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다나공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우리가 아다나공항으로 착륙하지 못한 이유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국하는 외국 구조대원과 현지인들로 붐볐다. 우린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공항 청사 입구 검색대를 신속하게 통과했다. 작은 대합실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주황색 출동복으로 가득했다.

 

공항을 이용하는 튀르키예 국민의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됐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곧 반전이 일어났다.

 

▲ 아다나공항 출국 심사

 

▲ 아다나공항 대합실


출국 심사를 기다리는 줄 사이에 끼어 있던 현지 주민들이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우린 멋지게 모델이 돼주고 인사도 나눴다.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우리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팬이었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출국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공항 관계자들은 깜짝 환송을 해줬다. 

▲ 공항 관계자의 환송

 

공항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튀르키예 전통 디저트를 선물해 줬다. 정확히 어떤 제품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먹는 곶감 같았다. 작은 선물이었지만 우리를 잊지 않고 챙겨주는 마음에 감사했다. 

 

작은 공항의 작은 출국장에는 우리가 앉을 수 있을 만큼의 의자가 없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의자와 바닥에 앉아서 우리를 고향으로 데려 갈 공군의 공중급유기를 기다렸다. 

 

튀르키예어로 청사 내 안내 방송이 나왔다. 당연히 비행기 탑승에 대한 안내인 줄 알았다. 방송이 종료되자 출국장에 있던 튀르키예 국민이 일제히 일어나 우리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줬다.

 

정말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우린 연신 고개를 숙이며 답례의 인사를 드렸다. 튀르키예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 어색했던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순간이었다.

 

출국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는 뭐니 뭐니 해도 구조견이었다. 구조견이 있는 곳에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그중 최고 손님은 꼬마 친구들이었다. 구조견들은 기꺼이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꼬마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애교도 부렸다. 

 

▲ 구조견과 튀르키예 아이들

 

▲ 구조견과 튀르키예 아이들

 

해외긴급구호대 2진이 입국한 수송기로 다시 출국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만큼 튀르키예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현지인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때 청사 내에 또 한 번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번에는 진짜 현지인들에게 비행기 탑승 안내 방송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줄을 서 있던 현지인들이 또 한 번 우리에게 큰 박수를 보내줬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감고 감정을 다스렸다. 우리가 행한 조그마한 일로 이토록 큰 박수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알게 됐다. 

 

박수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우린 먼저 출국장 밖 활주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활주로 저 멀리 대한민국 공군의 공중급유기가 보였다. 활주로 반대편에 착륙해 있어 튀르키예 공항 측에서는 버스로 우리를 안전하게 공중급유기가 있는 곳까지 태워줬다. 

 

아주 작은 공항에서 받은 감동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난다. 버스가 대한민국 공군 공중급유기에 가까워질 무렵 공군 비행복을 입은 공중급유기 관계자가 우리를 맞이해 줬다. 집으로 간다는 기쁨과 구조 활동의 아쉬움을 남기고 튀르키예에서 마지막 우리들의 사진을 남겼다.

 

▲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준비 중인 공중급유기


그리고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대사관, 해외긴급구호대가 공군의 공중급유기를 배경으로 공식적인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파견 마지막 사진

 

검게 그을린 얼굴,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수염을 제외하면 처음 출발 때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표정만은 출발할 때와 달랐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었다. 

 

우리를 다시 대한민국으로 데려다줄 공중급유기에 탑승하면서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들과 악수를 했다.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주 튀르키예 대사와 악수하면서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가 함께 있는 배지를 선물로 받았다(안타키아를 떠날 때 대사관 관계자 옷깃에 있는 걸 보고 우리가 떠날 때 선물로 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출동복에 부착된 뱃지

 

이 배지는 ‘튀르키예와 대한민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지진 현장에서 보여준 여러분들의 열정은 무너진 튀르키예 국민에게 희망을 다시 심어 줬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전 대원이 탑승을 완료하고 좌석에 앉았다. 이곳저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기내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고생하신 여러분을 위해 튀르키예 국민이 감사의 인사를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상은 좌석 가운데 있는 대형 모니터에서 나왔다. 영상 속 튀르키예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현지 통역인과 튀르키예 한국 연대 플랫폼 관계자, 우리가 도움을 준 이들의 가족이었다. 

 

▲ 튀르키예 국민의 영상 편지

 

영상은 전반부부터 대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영상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았다. 후반부로 가면서 앞쪽에 앉아 있던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간호 장교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떠나는 우리의 아쉬움’이었다. 

 

영상의 끝에 나온 “더 좋은 날, 꼭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문구에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한동안 기내는 흐느낌과 정숙만이 흘렀다.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이 재건된 날 다시 안타키아를 찾아오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그날을 기대하며 튀르키예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했다.

 


튀르키예 지진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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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_ 김상호 : sdt1970@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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