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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드론 새싹들의 ‘소방기술경연대회’ 도전기-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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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소방서 강동완 | 기사입력 2025/11/03 [10:00]

소방드론 새싹들의 ‘소방기술경연대회’ 도전기- Ⅲ

서울 서대문소방서 강동완 | 입력 : 2025/11/03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제5회 소방청장배 드론 경진대회

 

올해 열리는 제5회 소방청장배 드론 경진대회는 6월 16일부터 1박 2일 동안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우린 조금이라도 나은 컨디션으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 하루 전인 15일 공주로 이동했다.

 

분명 컨디션 조절을 위해 미리 내려갔는데도 늦은 밤까지 전략 회의를 끊임없이 했다. 예상한 대회 운영 방식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대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대회 1일 차에 14개 참가 팀 중 10위를 했다. 뜻밖의 변수가 생기면서 이미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생겨버렸다.

 

드론에 대한 경험이 적고 오로지 대회라는 콘텐츠에만 집중해서인지 대회를 준비하는 6개월 동안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여러 차례 놓였다. 이에 당황한 나머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덧붙이자면 두 번째 야간 산악 수색 종목 준비 시간(제한시간 3분, 3분이 경과함과 동시에 시간별로 감점되는 방식) 때 세팅을 하던 중 조종기에서 콤파스 캘리브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알림이 뜨며 이륙이 불가함을 알렸다. 

 

정해진 준비 시간 내에 이륙해야 하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자 당황한 나머지 대처 시간이 소요돼 준비시간 초과로 상당히 많은 감점을 받았다.

 

콤파스 캘리브레이션은 드론이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입력해주는 작업이다. 원래 비행하던 서울 지역에서 대회 장소인 충청도 지역으로 이동한 후 제일 먼저 캘리브레이션을 비롯한 기체 점검을 해야 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전 장비 점검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조종 실력을 키우는 데 급급했고 드론 기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고 후회됐다.

 

조종과 탐색 기법에 대한 훈련은 정말 열심히 했으나 별개의 영역에서 판가름이 나니 너무 허무했고 낭패감을 감출 수 없었다. 10분 안에 여러 감정이 느껴졌는데 그중 오직 상실감만이 야심한 밤까지 함께했다.

 

그렇게 대회 둘째 날이 됐고 이른 아침 우릴 두 번 죽이는 소식을 접했다. 타 시도 참가자들이 항의를 했는데 그중 서울 출전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최종 공지된 드론 경진대회 요강에는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드론 기체를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서울팀인 우리가 야간 종목에 사용한 기체는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없었기에 왜 받아줬냐는 항의였다. 

 

대회 날 아침 운영진이 “이번 대회는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는 종목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기에 문제가 제기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소한 규칙이더라도 그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사전 공지 요강에 세부 설명이 부실했던 게 아쉬웠다. 

 

하지만 전날 밤 주조종자인 필자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소위 말해 ‘멘붕’ 상태였고 어차피 수상에 대한 가망도 없었기에 운영진의 실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야간 종목 0점 처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이미 끝난 경기라고 풀이 죽어 있기엔 그간 준비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 종목은 기존에 세운 전략대로 하지 않고 시간을 더 투자하더라도 모든 표적 찾기를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 

 

우리를 지원하고자 멀리까지 함께 와주신 허창식 주임의 말에 중앙소방학교에 미련과 악을 남기고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서울로 떠났다. 

 

“준비시간 초과 안 했으면 2등이네?”(ㅠㅠ)

 

첫 번째 종목(주간 산악 탐색): 2등

두 번째 종목(야간 산악 탐색): 12등

세 번째 종목(화학물질 정보 탐색): 5등

 

▲ 야간 산악 탐색 종목 대회 상황(시간 초과 20점 감점)

 

대회를 마치고…

대회 운영 방식을 떠나 실수로 인해 이 같은 성적을 받았으므로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장에서 목소리를 낼 생각은 더더욱이 없었다. 그러나 <119플러스>에 글을 쓸 기회가 생기면서 내년엔 더 좋은 대회로 운영이 되길 바라며 아쉬운 점을 남기고자 한다.

 

깔끔하지 못한 대회 세부 계획 공지, 운영진의 대처

대회가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 대회 운영 계획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진행되던 방식과 다른 점이 많았기에 읽으면서 도무지 대회장이 어떻게 세팅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는 기본 운영 계획에 불과하고 세부 계획은 나중에 다시 한번 내려올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공문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대회 운영과 관련해 별도 질의응답의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얻은 답변은 “열화상 표적을 사용하지 않는다”였다.

 

우리가 가진 기체 중 열화상 기능이 있는 기체는 성능이 떨어졌다. 당연히 열화상 표적을 사용할 거로 여겼기에 그 기체로 대회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열화상 표적이 없다면 굳이 그 기체로 출전할 이유가 없어서 기체 변경을 요구했고 변경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회 요강 수정본을 내려주지 않아 대회 요강에는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있는 기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이 사라지지 않았다. 타 시도 선수들은 항의했고 결국 우린 0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운영진이 우리에게 사과하면서 “변경 신청한 기체에 당연히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변경 신청 당시 열화상 표적이 없으면 열화상 카메라 기능이 있는 기체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승인을 받았으므로 운영진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운영진끼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건지 꼼꼼하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이 지금까지도 아쉽다. 

 

기체 성능 위주의 대회 방식

앞서 언급한 내용은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로 세부 계획 확인이 늦었기에 형평성에 어긋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방식 설정이 드론 기체 성능 차이 극복에 대한 한계를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새로 생긴 센서 드론을 이용한 산악 탐색 종목은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맵 규격이 상당히 넓었다. 고성능 드론 기체가 출시되면서 산악을 돌아다니며 탐색하기보단 높이 이륙해 제자리에서 카메라 각도를 돌리고 확대하는 것만으로 몇 가지의 표적을 찾아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카메라 성능이 좋지 못한 매빅2의 경우 나무 바로 위 지점까지 하강해도 알아보기 힘든 표적이 존재했다.

 

대회 전 이런 문제를 파악했고 사비를 들여 드론 기체를 준비했기에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경기소방 선수분들의 경우 매빅2 기체로 출전해 좋은 비행 실력을 보여줬고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기체 성능 차이로 인해 입상을 못 했다고 생각한다.

 

시도마다 소방드론에 대한 관심도나 지원 규모가 다르기에 기체 성능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행하는 선수들의 기체 성능이 차이가 나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경기 방식이나 종목 선정,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세심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운영에 따른 선수들의 조건 차이 발생

대회 시작 전 운영진이 간단하게 경기 규칙을 설명했다. 첫 번째로 의아했던 점은 선수들의 비행 영상이 소방기술경연대회가 진행 중인 메인 전광판에 실시간 송출된다는 점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타 시도의 경기 영상을 보고 본인의 차례에 참고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운영진은 “경기가 진행되는 공간에는 선수들 외 다른 인원의 접근을 금지토록 하겠다”며 마무리 짓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한 규제가 잘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경기 순서에서 후 순번 팀이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후 순번 팀들은 이전 팀들의 점수를 파악해 본인 팀이 최소한으로 취득해야 하는 점수를 예측했다.

 

따라서 찾아야 하는 표적 개수를 채우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바로 착륙해 타 팀보다 시간적인 점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비행 전 대기 공간과 경기를 치른 후 대기 공간이 나뉘어져 비행 후 본인 팀의 점수를 포함한 이미 경기를 치른 팀들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점수판이 비치돼 있었다. 

 

주간 산악종목은 점심시간이 포함돼 있어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이 시간 동안 선수들의 이동은 자유로웠고 점수판이 있는 공간을 막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사소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이 글을 마무리하며…

우연히 글을 쓸 기회가 생겨 3회에 걸쳐 드론대회 후기를 적게 됐다. 마무리하려고 보니 우승 못 한 자의 넋두리로 보이는 듯해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남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한동안 저지른 실수에 대해 ‘그때 왜 조금 더 침착하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하며 본인을 탓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 과장해 ‘다양한 현장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상황을 냉철히 판단해야 하는 소방관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자질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후회는 어느 정도의 자만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당시에 했던 내 선택이 곧 내 수준이고 최선이었을 것이기에 값진 경험이었다고 여긴다. 내년에 또 기회가 된다면 승리한 후에 후기를 쓸 수 있도록 도전해보고 싶다. 

 

글을 쓰며 몇 개월의 시간이 머릿속에서 흘러갔다. 이 같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드론에 입문시켜준 서대문구조대 강호일 반장,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와 지식을 알려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신 허창식 주임, 3개월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동행하며 훈련에 매진해준 최고의 파트너 최광석 반장, 가깝건 멀건 여러 곳에서 도움 주러 함께해주신 서울소방 드론 TF팀, 이번 대회를 설계하고 기획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운영진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방드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을 응원한다. 소방드론 파이팅!

 

서울 서대문소방서_ 강동완 kdw119@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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