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숨 쉬는데 매캐한 냄새가… 소방 공기호흡기 또 말썽신임자 교육받던 소방관 등 27명 병원행, 536개 용기 전량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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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소방본부가 교체받은 금속라이너 용기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범수 의원실 사진제공 |
[FPN 신희섭 기자] = 이물질과 동결 문제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공기호흡기가 또다시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는 냄새 논란에 휩싸이며 현장 대원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공기호흡기는 화재 등 유해가스가 가득 찬 현장에서 소방관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공기를 공급해주는 개인보호장비(PPE)다. 혹여 장비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소방관들에겐 가장 예민한 장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광주소방학교에서 신임 소방사반 교육을 받던 교육생이 공기호흡기 사용 도중 갑작스러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교육에 참여해 동일 장비를 사용한 교관과 교육생, 공기 충전을 담당했던 사회복무요원 등 27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광주에서 처음 확인된 이 냄새 문제는 광주를 시작으로 전북과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동일 제조사가 납품한 제품으로 알려져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범수 의원(국민의힘, 울산 울주군)실에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를 일으킨 공기호흡기는 최근들어 소방에 납품되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용기(타입 4)가 장착된 제품이다. 기존 용기가 금속라이너(타입 3)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PET)라이너로 만들어지는 게 큰 차이점이다.
올해 4월 신규 KFAC(소방장비인증)를 획득한 이 공기호흡기 용기는 서울 5개(7월 14일), 전남 406개(9월 12일), 전북 25개(9월 15일), 광주 100개(9월 16일) 등 4개 소방본부에 총 536개가 공급됐다.
이상한 냄새가 확인된 전북과 광주는 제조사로부터 용기를 전면 교체 받은 상태다. 서울과 전남도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교체가 확정됐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방장비인증(이하 KFAC)을 완료한 제품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는 충격 때문이다.
게다가 용기 재질 자체가 아예 다른 금속라이너 제품으로 교환이 이뤄지면서 “KFAC 인증에 어긋난다”는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의 한 소방관은 “소방청에 인증 유효성 여부를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용기를 교체해도 문제가 완벽히 해소될 때까지는 사용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소방청이 직접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알 수 없는 냄새 상당수 공기호흡기서… 충전기 문제?
문제가 발생한 공기호흡기는 최근 시장에 신규 진출한 K 사 제품이다. 광주소방학교에서 처음 이상한 냄새가 확인된 건 지난 9월 17일이다. 광주소방본부는 이 직후 제조사 입회하에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광주소방 조사 과정에선 냄새가 확인된 용기를 절단해 내부를 확인했지만 이물질 등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타 제조사 제품과의 냄새 테스트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공기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수분이 기준치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마친 광주소방과 제조사 측은 냄새 원인을 제조사 공기충전기의 수분 분리장치 점검 불량과 노후 필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광주소방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소방청은 해당 공기호흡기가 납품된 전북과 전남, 서울에 사고 내용을 전파하고 사용을 중지시켰다. 전북과 전남의 경우 해당 제품이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질 다른 용기로 전면 교체… 인증 논란으로 확산
소방청은 9월 19일 시도 소방본부에 K 사 제품에 대한 ‘사용중지 및 조치계획’ 공문을 시달하고 문제가 발생한 공기호흡기 용기를 전량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재질이 다른 용기로 교체되면서 KFAC 인증 요건에 충족하는지를 두고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K 사는 두 가지 모델(A형, B형)의 공기호흡기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A형은 플라스틱라이너만 사용하고 B형은 금속라이너와 플라스틱라이너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전북과 광주는 ‘A형’ 인증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금속라이너가 쓰인 용기를 썼을 땐 인증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체한 금속라이너 용기로는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인증 기준상 무게 제한 규정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논란도 나온다. 45분용으로 만들어지는 소방용 공기호흡기는 최대 중량이 9kg을 초과해선 안 된다. ‘A형’ 공기호흡기의 경우 열화상카메라 기능 등이 더 들어가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플라스틱라이너 용기라면 인증기준을 충족할 수 있지만 금속라이너 용기로 교체했을 때 무게는 약 400g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인증기준 상 중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B형 모델을 구매한 서울과 전남은 용기 교체 대책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당초 A형 모델을 구입한 전북과 광주는 인증 부적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공기호흡기를 제조하는 관련 업계에서는 “소방청이 KFAC 인증기준에 따른 문제성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업계에 커다란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 ▲ 이상 냄새가 발생한 공기호흡기 용기의 절단면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범수 의원실 사진제공 |
“문제 없다”는 제조사… 공은 소방청으로
논란이 된 공기호흡기를 제조한 K 사는 용기를 교체해준 건 불가피한 결정이었고 다른 재질의 용기를 교체해준 것 또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소방에서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3년마다 용기를 세척해야 한다. K 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소방서에 구비된 공기호흡기 용기 세척 장비로는 플라스틱라이터를 사용한 용기의 세척이 불가능하다. 세척 시 용기 입구와 맞물려야 하는 기구를 결합할 수 없어서다.
K 사 관계자는 “냄새가 나는 용기를 깨끗이 세척해 공기를 다시 채우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소방서에 공급된 장비 특성상 세척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면서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했던 상황이라 용기 교체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용기 재질의 변화로 인해 KFAC 인증과 어긋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용기가 달라지더라도 인증기준에서 제시하는 기능이나 무게 등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공은 소방청으로 넘어갔다. 알 수 없는 냄새의 발생 원인 규명과 인증 적합 여부의 판단은 이달 중 최종 판명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함께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오는 27일 실증 실험을 실시해 냄새 발생 원인과 총 중량 문제를 확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용기 교체 행위가 인증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검인증 기관과 협의를 통해 문제성을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