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현장 출동 대원들에게 안전한 근무 환경 만들어 주고파”구급차 사고 예방 아이디어 현실화한 조승환 세종남부소방서 소방장
최근 구급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구급차 시청각 안전장치’가 전국 7개 시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로고라이트와 고출력 지향성 사이렌으로 구성된 이 장치는 시각과 청각으로 운전자의 인식을 강화해 구급차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특히 로고라이트는 야간 교차로 진입 시 매우 유용하다. 운전자에게 ‘구급차 접근’ 경고 문구를 비추면서 구급차 인지를 빠르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구급차 교차로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이 장치는 한 현장 소방관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세종남부소방서 한솔119안전센터에서 활동 중인 조승환 소방장이 그 주인공이다.
2018년 소방에 입직한 조 소방장은 7년 차 구급대원이다. 그가 로고젝터를 이용한 장치 개발을 마음먹은 건 구급차 운전 중 교통사고를 겪을 뻔한 아찔한 경험 때문이다.
2022년 세종북부소방서(전 조치원소방서) 부강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조 소방장은 연차로 자리를 비운 구급차 운전 대원을 대신해 잠시 운전대를 잡았다. 하루는 구급현장으로 출동하다 교차로에서 구급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버스가 돌진해와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운전석에서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했지만 접근하던 버스를 보지 못해 충돌 직전까지 갔었어요. 경광등과 사이렌이 모두 켜져 있어 기사님이 구급차를 알아볼 거로 생각했지만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가 도로 구조물이나 차량으로 인해 서로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때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구나. 절대 안전은 없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꼈죠”
이때부터 조 소방장은 안전한 구급차 운행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우연히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대형마트 주차장에 비친 홍보용 로고젝터를 발견했다. 그 순간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이후 인터넷에서 관련 장치를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던 중 소방청 주관 ‘제2회 연구개발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조 소방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면 소방청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채택될 뿐 아니라 사업화도 가능해질 거란 기대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 기회라 생각해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이 장치를 설치하면 운전자가 시각적으로 더 빨리 구급차를 인식하고 나아가 동료들 역시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질 것 같았죠. 하지만 막상 제작하려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간호학과 출신인 그는 기계 등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그러나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품 구성도와 라이트 로고 디자인 등을 완성해 나갔다.
제품 제작은 한 업체 대표에게 부탁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업체 대표에게 연락해 디자인을 수정하고 제품 구성도와 작동 방식을 확인하는 등 여러 시행 착오 끝에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선 제품 실효성과 방수 문제, 설치 가능 여부 등 여러 어려움에 부딪혀 막막함이 느껴지곤 했어요. 제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 답답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차근차근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완성시켜 동료 안전에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조 소방장의 노력은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이라는 영예를 쥐여줬다. 이는 사업화와 연구개발 가능성이 크고 큰 비용이 들지 않아 현장에 적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 아이디어가 최우수상을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항상 현장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실제로 구체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기회였습니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구급차 시청각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현재는 규제 특례를 승인받아 인천 부평과 충북 청주ㆍ옥천ㆍ단양, 전남 영광ㆍ장성 등에서 구급차 7대를 대상으로 이 장치를 시범 운영 준비 중이다.
대원의 감각이나 판단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술과 제도가 함께 뒷받침돼야 구급차 교통사고 제로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조 소방장. 그는 현장의 작은 불편함을 찾아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대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경진대회 입상을 계기로 삼아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소방관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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