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FOCUS]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25년을 달군 소방 최대 이슈는?

광고
유은영, 박준호, 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6/01/02 [10:00]

[FOCUS]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25년을 달군 소방 최대 이슈는?

유은영, 박준호,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6/01/02 [10:00]

 

스산한 분위기를 말할 때 흔히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1905년 늑약으로 일제가 우리나라 외교권을 박탈하고 제국주의의 야욕을 드러낸 해가 을사년이라서 그렇다. 당시 민중이 느낀 어수선함과 비통함이 담긴 슬픈 표현이다.

 

두 갑자, 120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2025년 을사년도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한 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던 2월 14일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로 6명이 숨졌고 3월 21일부터 열흘간 이어진 영남권 대형 산불은 31명의 사망자와 52명의 부상자를 냈다.

 

유독 노후 아파트 화재도 빈발했다. 6월 24일과 7월 2일 부산 지역 아파트에서 연이어 불이나 각각 어린 자매가 세상을 떠났고 7월 17일 경기 광명 아파트 화재에선 주민 7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쳤다.

 

노후 아파트 세대 내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하다가 불이 난 사고도 두 건이나 발생했다. 7월 부산에선 80대 노모와 50대 아들, 8월 서울에선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 정부 전산망을 먹통으로 만든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여전한 응급실 뺑뺑이, 소방조직의 비상계엄 가담 의혹 등 굵직한 이슈가 너무나 많았다.

 

특히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두 명이 3년 가까이 PTSD에 시달리다가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은 전 국민의 가슴에 짙은 멍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5년. 2026년 병오년에는 희망차고 안전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119플러스>가 그날의 기억들을 되짚어 봤다.

 

각종 비리의 온상…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6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2025년 2월 14일 발생한 이 사고는 건축물의 부실 인허가와 소방시설 공사의 감리 비리 등 복합적인 문제가 불러온 거로 밝혀졌다.

 

최초 건축 공사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2024년 12월 19일 건축 준공을 완료한 곳이었다. 그런데도 800여 명이 넘는 인부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배관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똥이 배관 보온재와 단열재로 옮겨붙으며 화재가 확산된 거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 결과 건축허가를 내주는 공공기관은 부실 준공 실태를 알고도 억지 사용승인을 내준 정황이 드러났다.

 

사업을 주도한 시행사와 시공사는 경제적 손실을 면하기 위해 각종 비리를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게다가 건축 과정에서 관리와 감독업무를 수행했어야 할 감리자는 뇌물을 받고 공사가 완료된 것처럼 감리결과보고서를 꾸며 허가 기관에 제출했다. 

 

 

경찰은 시행사 임원 1명과 시공사 대표 2, 소방공사감리자 1명 등 4명을 구속했고 기장군청 5, 소방공무원 2, 감리업체 9, 업무대행 건축사 2명 등 27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이어 시행사 관계자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수사가 시작되고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도 있었다. 해당 리조트의 소방시설 관련 인허가 업무를 맡았던 그는 유서 대신 메모지에 사고에 대한 억울함과 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을 남겼다. 수사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부담감이 상당했던 거로 짐작된다.

 

“수 ㎞ 떨어진 곳에서도 검은 연기가”… 2025년에도 어김없이 발생한 대형화재

매년 약 4만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가운데 2025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불이 났다. 특히 새해가 밝은 지 사흘 만에 도심 한가운데 일어난 화재사고로 많은 시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월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BYC빌딩에서 큰불이 났다. 1층 김밥집 주방에서 시작된 불은 후드 내 기름 찌꺼기와 만나며 확산했다. 덕트를 타고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으로 번진 불씨는 EPS(스티로폼) 단열재와 반자 마감재를 연료로 삼아 덩치를 키웠다. 

 

▲ BYC빌딩

 

당시 건물 내엔 어린이 등 수백명이 넘는 사람이 있어 자칫 대형참사가 빚어질 뻔했지만 소방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중상자 없이 마무리됐다.

 

수 ㎞ 떨어진 곳에서 검은 연기를 발견할 정도로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재사고도 있었다. 5월 17일과 11월 15일 각각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공장과 물류센터가 대형 공간인 데다가 엄청난 가연물이 적재돼 있어 불이 크게 번졌다. 관할 지자체는 주민에게 재난안전문자를 수차례 발송하기도 했다. 

 

▲ 광주 금호타이어 화재

▲ 이랜드 물류센터 출처 연합뉴스

 

두 사고 모두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방헬기와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을 투입할 만큼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화재 발생 31시간 40분,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는 60시간 만에 모두 꺼졌다.

 

사상 최악의 산불 겪은 대한민국… 대응체계 개선 필요성 부상

2025년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산청과 하동,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울주 등 8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총 10만4천㏊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7년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 면적으로 기록됐다. 

 

 

특히 사망 31, 부상 52명 등 유례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해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집계된 재산피해액은 1조818억원

 

으로 주택 3848, 사유시설 7175, 국가유산 등 공공시설 5643개소가 화마의 포효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영남권 대형 산불은 산불 대응체계의 개선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소방 등 관련 부처뿐 아니라 국회 역시 발 벗고 나서 산불 대응체계 재확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현장 혼란을 야기하는 현 산불 대응 지휘체계를 소방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상황이다.

 

이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8월 26일 ‘소방기본법’ㆍ‘산림재난방지법’ㆍ‘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산림화재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소방이 적극적인 산불 진화에 나설 수 있도록 ‘산불 진압’을 ‘소방지원활동’에서 ‘소방활동’으로 명문화하고 산불 진화 주관기관을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당 정춘생 의원은 9월 18일 ‘산림화재 3법’에 더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법안들을 묶어 정 의원이 명명한 약칭은 ‘산불대책 패키지 4법’이다.

 

‘산림화재 3법’과 같은 입법 취지ㆍ내용을 공유하면서도 산불진화헬기 동원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 차원의 대책 추진도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과 산림청, 행정안전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경찰청, 기상청 등은 ‘산불 종합대책’을 함께 수립하고 10월 22일 공표했다.

 

‘산불 종합대책’엔 산불 예방과 대응, 산림 관리 등에 대한 부처별 혁신 방안과 세부 추진 전략이 담겼다. 소방에 산불 초동 대응 역할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현 기조는 대체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고정… 관련 법 국회 통과

2024년을 기점으로 사라질 위기였던 소방안전교부세의 소방 분야 배분 비율을 고정하는 법안이 2024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소방인력 인건비와 장비 노후ㆍ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 최초 도입된 후 10년 만에 도입 취지를 살린 진정한 소방안전교부세로 거듭나게 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소방안전교부세 비율을 현행 ‘소방안전교부세법 시행령’에서 정한 만큼 고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담배 개별소비세 총액 45%로 구성되는 소방안전교부세 중 40% 이상을 소방인력 운용과 소방시설 확충, 소방안전관리 강화 등 소방 분야로 교부하고 나머지 5% 이하를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시설 확충과 안전관리 목적으로 쓰도록 한 게 골자다.

 

그간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부칙의 특례조항을 근거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최초 도입 당시부터 3년이라는 일몰 기간을 두는 한시적 부칙을 설정했다. 따라서 시기 도래 때마다 비율 설정에 따른 논란을 겪으며 어렵게 연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2023년 행정안전부가 일몰 예정인 해당 조항을 더는 연장하지 않고 지자체 판단에 따라 소방이나 안전 분야에 예산을 자유롭게 배분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을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그사이 배분 비율 조항 특례의 일몰 시기가 돌아왔고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을 시작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은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고정 필요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두 차례 열기도 했다. 또 소방노조는 성명서를 내는 등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 법이 통과하면서 일몰 시점마다 겪어온 배분 비율 논란은 앞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2025년 소방안전교부세는 2024년 대비 309억원(3.2%) 증가한 9856억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내란에 휘말린 소방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나라가 들썩였다. 다행스럽게도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여전히 관련 책임자들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과 전혀 관련 없을 것 같던 소방조직도 위헌적 행위에 연관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경찰이 JTBC, MBC 등 5개 언론사 단전ㆍ단수를 요청할 경우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렸단 사실이 밝혀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허 청장은 제삼자에게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거짓인 게 들통나는 데에는 단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뒤 이영팔 전 차장과 허 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협력을 당부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허 청장과 이 전 차장은 ‘공문서 위조’와 ‘증거인멸’,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내란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특검은 소방청과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일선 소방서도 준비태세를 갖췄단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수사 개시와 함께 허석곤 청장과 이영팔 차장이 직위 해제되면서 현재 소방청장 자리는 김승룡 차장이 직무대행 형태로 맡고 있다.

 

내란과 관련해 정부는 소방청을 포함한 49개 중앙행정기관에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설치해 비상계엄 가담 공직자를 조사하기로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재난안전ㆍ소방 살피는 새 정부… 

“이재명 정부가 소방의 119 되겠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쳐 2025년 6월 4일 마침내 새 정부가 출범했다. 바야흐로 이재명 시대. 앞으로 5년간 국민 안전의 최고 책임자가 된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안전 분야 국정을 어떻게 끌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은 8월 20일 국정기획위원회가 펴낸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공식화됐다. 여기엔 정치ㆍ경제ㆍ민생ㆍ복지ㆍ외교ㆍ안보 등 전 분야에 걸친 국정 운영 계획이 담겼고 재난안전 분야 역시 비중 있게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재난현장 소방 지휘권 확대 ▲첨단 장비ㆍAI 기반 119시스템 확충 ▲재난안전산업 펀드 조성 ▲재난안전산업 전문 육성기관 설치 ▲우수 인력 우선 배치 ▲전기차 화재진압장비 보강 ▲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고도화 ▲국립소방병원 응급의료 기능 강화 ▲소방심신수련원 확충 ▲화재 취약계층 지원 정책 확대 ▲대형 재난 주민 대피체계 고도화 ▲사회적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 제도 정비 ▲화재안전 성능기반설계 등 설계기준 고도화 ▲복합 재난현장 중심 신속 대응체계 구축 등이다.

 

11월 5일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전국 소방공무원 12명과 오찬을 나누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 응급의료 전용 헬기 활용 확대, 구급대원 충원 등 현장 애로를 청취했다.

 

 

이날 강 비서실장은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산사태, 가뭄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소방공무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오는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영웅”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국가 제1 책무인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여러분께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특별한 희생과 헌신엔 그에 걸맞은 보상이 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다하겠다. 이재명 정부가 소방의 119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원 참사 출동했던 소방공무원 2명, 스스로 세상 등져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두 명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방공무원 PTSD에 대한 더 촘촘한 안전망이 존재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먼저 7월 29일엔 경남 고성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A 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이던 A 씨는 참사 현장에서 구급활동을 한 뒤부터 우울감을 호소해 온 거로 알려졌다.

 

고성소방서로 자리를 옮기기 전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인사혁신처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은 사실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키웠다.

 

8월 20일엔 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B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B 씨는 이태원 현장 지원에 나선 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참사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망하신 분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에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진짜가 아니었길 바랐다”고 말한 바 있다.

 

연이은 비보가 전해지자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상담을 약속했다. 상담 결과 심리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소방공무원은 심층 상담, 병원 진료 등을 지속해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 출처 연합뉴스

 

소방노조들은 PTSD 관리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지켜내는 제도와 문화를 반드시 구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전산망 ‘셧다운’ 부른 국정자원 화재… ‘인재’로 결론

2025년 9월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는 대한민국 정부 전산망을 통째로 멈춰 세웠다. 정부24와 국민비서, 인터넷 우체국, 119 신고 시스템을 비롯한 709종의 정부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종 민원ㆍ금융 서비스가 마비되자 국민은 분노했고 정부 전산망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화재는 대전 국정자원 건물 5층 전산실 내 UPS(무정전전원장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됐고 소방은 발화 22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5층 전산실 내부는 물론 전산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점이 전소됐다.

 

전문가들은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서버 전산장비와 한 장소에 구축된 구조적 결함에서 위험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전산망 운영을 위한 서버 장비가 UPS 배터리와 동일 공간에 설치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국정자원 측은 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서버 등 전산장비를 배터리와 이격시켜 화재 안전성을 높이려는 의도였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를 작업자 과실이 빚은 인재로 결론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UPS에 연결된 배터리를 안전하게 이전하기 위해선 본체 전원을 차단한 뒤 각 배터리 랙(1~8번) 상단의 BPU(컨트롤박스) 전원까지 내려야 했다. 하지만 당시 작업자들은 UPS 본체와 1번 랙의 전원만 끈 채 작업을 시작했다.

 

또 BPU에 연결된 전선을 분리해 절연 작업을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화재는 4번 랙 이설을 마친 뒤 5번 랙 작업 중 발생한 거로 드러났다. 배터리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비슷한 유형ㆍ유사한 피해”… 여름철 집중된 노후 아파트 화재

2025년은 유독 비슷한 유형의 안타까운 아파트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 부산, 경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불이 나 작은 생명이 하늘의 별이 되고 가족 구성원이 화마에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6월 24일 오전 4시 15분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마가 솟구쳤다. 소방이 16분 만에 불을 껐지만 10살과 7살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아이들은 각각 안방 침대 위와 바닥에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됐다. 부모는 새벽 청소 일 때문에 집을 비운 상태였다.

 

▲ 부산 개금동 화재

 

8일 후인 7월 2일에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과 6살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화재 역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시작돼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 부산 기장군 화재

 

같은 달 경기도에선 화염이 아파트를 집어삼키는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7월 17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의 오크팰리스 아파트에서 난 불로 주민 7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쳤다.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과 반자 사이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시작된 불씨는 가연성 단열재, 반자 마감재를 먹잇감 삼아 덩치를 키웠다. 1층 출입구가 방화문이 아닌 유리문으로 구축돼 연기가 삽시간에 내부로 유입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 광명아파트 화재

 

세대 내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하다 불이 난 사례도 두 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부산과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조사 결과 불은 모두 세대 내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 오토바이에 의해 시작됐다. 이 화재로 부산에선 80대 노모와 50대 아들, 서울에선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 부산 만덕동 화재

▲ 마포아파트 화재

 

사고가 난 곳이 모두 화재에 취약한 노후 아파트로 밝혀지자 정부는 긴급 화재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화재안전 보강 의무화를 검토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여전히 뜨거운 ‘응급실 뺑뺑이’ 논란

코로나19 이후로 심화된 ‘응급실 뺑뺑이’가 의정 갈등과 맞물리며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관련 해결책이 속속 제시되고 있지만 의료진과 119구급대원 간 입장차는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2025년 10월 28일 응급의료기관의 핫라인 의무 설치와 병원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응급실의 실시간 환자 수용 능력을 통보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를 공개하는 걸 골자로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응급실 뺑뺑이’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금 떠올랐다.

 

대한응급의사의학회는 “정부의 책임을 응급실 현장에 돌리려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냈고 공노총 소방노조는 “현장 요구 빠진 응급의료법 개정 누굴 위한 정책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같은해 7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이 발의한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을 먼저 선정하고 선정된 의료기관이 환자를 우선 수용토록 명시하고 있다.

 

 

2025년 11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구급대원이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토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한응급의사의학회는 또다시 성명서를 통해 “응급실 뺑뺑이를 응급실 던지기로 해결하려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갈 병원이 없어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의료진과 119구급대원의 갑론을박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사로 구성된 ‘바른의료연구소’는 “119구급대원의 전문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의사들에게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떠넘긴 채로 무조건 환자 진료를 강요하기 전에 자신들의 잘못은 없는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노조들은 앞다퉈 119구급대원 판단 오류로 몰아간 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의료계가 사법 리스크를 주장하면서 환자 수용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가운데 ‘응급환자 이송ㆍ수용 지침’을 지역 실정에 맞도록 자체 제정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앤 인천광역시의 행보가 알려지며 과연 타 시도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19플러스 정기 구독 신청 바로가기

119플러스 네이버스토어 구독 신청 바로가기

FOCUS 관련기사목록
광고
[연속기획]
[연속기획- 화마를 물리치는 건축자재 ⑥] 불길 옮기는 보온재의 ‘확산 통로’ 끊는 (주)대승산업
1/4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