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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긴급구호대의 시사점과 앞으로의 과제 나는 2015년 군사경찰 소령으로 진급한 후 가족의 행복을 위해 18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역했다. 이후 가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16년도 중앙119구조본부에 소방사 경력 채용으로 신규 임용됐다.
군 생활간 각종 훈련 중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개선해 전투력을 높이는 게 내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였다. 큰 문제를 개선하면 대통령 표창이라도 받겠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해야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긴다고 믿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해외긴급구호대 파견도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최단, 최대 등 많은 수식어구가 붙은 이번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임무 수행 중 틈틈이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메모했다. 귀국 후에는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몇몇 선후배분에게 이 내용을 외교부에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온 답변은 반반이었다. “좋은 내용이다”, “아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등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다음에 또 우리가 해외긴급구호대 또는 국제구조대로 파견될 때 이번처럼 힘들게 임무 수행을 한다면 훗날 후배 소방관들은 선배 소방관들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갔다만 오고 발전이 없으면 안 가니만 못하지 않겠는가.
혼자 독박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직접 만든 문서를 외교부에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2월 23일 외교부 장관 주관 오찬에서 외교부 장관과 함께 튀르키예에서 고생한 다자협력국장, 우리와 가장 많이 소통한 사무관에게 문서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끝내 외교부 장관에게는 드리지 못했다. 대신 튀르키예에서 함께 고생하고 현장 이해도가 높은 다자협력 국장에게 문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함께 간 사무관에게 문서를 전달하고 꼭 반영해 주기 바란다는 말을 남기면서 외교부 정문을 나섰다.
“장관님! 이거 한 번만 읽어 봐주십시오” 이 말을 못 한 자신이 처량해 보였다. 앞으로 남은 사후강평에서 어떻게 조명될지 모르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꼭 반영되길 기원한다. 아홉 가지 개선 사항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임무에 맞는 조직과 사람이다. 해외긴급구호대 파견 결정은 외교부 소관이지만 실질적으로 코이카 담당자 1명과 중앙119구조본부 국제업무 담당자가 많은 업무를 처리했다(여기서 업무처리란 평시 장비 관리와 대원 역량 강화 등 교육훈련, 인사락 업무 등을 말한다).
예산은 코이카가 집행하지만 장비 유지관리와 교육훈련, 인사락 재등급 평가 등은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전담한다. 머리는 외교부인데 머리의 지시 없이 오른손과 왼손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으니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선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해외긴급구호대와 국제구조대의 활동을 조정ㆍ통제할 수 있는 부서를 외교부 다자협력국 예하에 만들면 어떨까. 외교부와 코이카, 중앙119구조본부 담당자가 한 공간에서 근무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예산지원이다. 해외긴급구호대 운영 관련 코이카 연간 예산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장비 유지관리에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파견에서는 2011년 일본 대지진, 2015년 네팔 지진 출동 이후 구매된 장비를 활용했다. 대부분 내용 연수(수명)가 지난 장비들이라 고장률이 높았고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외국 구조대와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도 떨어졌다.
예산지원은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 된다. 장비가 도입되면 내용 연수가 종료할 때까지 유지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배정돼야 한다. 그리고 첨단장비는 사람 100명보다, 구조견 10마리보다 중요하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개선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외교부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할지 모르겠지만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
킹던(J. Kindon)의 ‘정책의 창(Policy Window) 이론’1)에 따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해외긴급구호대의 성과를 비춰 볼 때 지금이 그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2023년 4월 외교부는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 해외긴급구호대 신규 출동물자 구매를 위한 예산을 할당했고 12월 완료했다. 2024년부터는 물류, 교육 등 해외긴급구호대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도 증액됐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새것은 아니다. 모든 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노후되고 계속해서 더 좋은 장비가 나온다. 내용 연수가 도래하면 과감하게 교체하고 새로운 장비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최첨단 장비는 구조대원, 구조견보다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마치며 2023년 2월 6일 오전 4시 17분에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은 21세기 발생한 자연재해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 5만132명, 부상 12만7400명, 이재민 200만 명, 경제적 피해는 약 342억 달러(44조5천억원)를 기록했다(2023년 2월 27일 기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121명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해 2023년 2월 8일 오전 1시 12분께 공군의 KC-330 공중급유기로 인천공항을 이륙해 아시아의 서쪽 끝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로 향했다.
가지안테프공항에 착륙해 이스켄데룬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안타키아에 도착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의 도시에서 우리는 수색ㆍ구조 활동을 전개했다. 길거리에는 시체들이 늘어서 있었고 무너진 건물에 깔린 시체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도시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너진 건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비명과 구급차 사이렌 소리로 가득했다.
낯선 지역, 낯선 언어, 낯선 민족.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에 유리한 것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여진의 위험지역에서 우린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19명의 사망자를 수습했다. 우리의 희생적인 노력은 튀르키예 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들은 우리를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 최고)라고 불렀다.
안타키아에서 7일간의 구조 활동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지만 혈혈단신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을 돕기 위해 찾아온 한국 청년에 비하면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다. 나는 그 청년을 걸어 다니는 대한민국이라 말하고 싶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보내준 존경과 사랑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날의 환호와 박수, 할머니의 눈물, 좋은 날 다시 만나자던 마지막 인사. 튀르키예 국민이 보내준 사랑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하지 못한 죄송함과 아쉬움에 자꾸만 생각나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파견은 죽어도 잊지 못할 내 젊은 날의 추억이다.
지진이 휩쓸고 간 안타키아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가 다시 학생들로 가득 차 그들의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어 대한민국까지 들리길 기원한다.
학교 앞 문방구 할아버지가 다시 학생들과 흥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학생들을 그려본다. 안타키아에 다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끝으로 파견 종료 후 해외긴급구호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준 외교부 원도연 국장(현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과 안한별 사무관(현 인도 한국대사관 2등 서기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안 사무관이 인도로 떠나기 전 ‘문제점과 개선 사항’에 대해 많이 개선했다는 말과 다 개선해 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훗날 다시 찾은 안타키아에서 그날을 추억해 보길 바라본다.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몸소 느낀 교훈은 가족의 소중함이다. 아버지와 남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마음 졸이며 보낸 시간에 대한 미안함을 갚기 위해 앞으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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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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