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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에도 크리스마스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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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소방서 송대운 | 기사입력 2026/02/02 [10:00]

교통사고 현장에도 크리스마스가 올까요?

충남 보령소방서 송대운 | 입력 : 2026/02/02 [10:00]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우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환자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부위는 어디인지, 움직여도 되는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현장을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건 장비가 부재한 이유도 있겠지만 현장에서의 판단 기준 공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 출처 ATLS 11th Edition

 

단일 외상환자에겐 xABCDE라는 1차 평가 체계가 제시된다. 조절되지 않는 대량 출혈(x)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즉각적인 통제를 전제로 한 뒤 기도(Airway), 호흡(Breathing), 순환(Circulation), 신경학적 평가(Disability), 노출(Exposure)을 차례로 평가한다.

 

ATLS의 알고리즘은 치명적인 손상을 빠르게 인지하고 평가와 처치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걸 목표로 한다.

 

다수사상자 상황에서는 Modified MASS, START 등 여러 분류체계가 현장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

 

▲ 출처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2023년 개정본)

 

이들 분류법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다수의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해 자원 분배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별 환자의 정밀한 평가보단 현장 통제와 분류 자체에 초점을 둔 접근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두 체계 사이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환자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명확하지 않은 초기 단계 또는 단일 사고지만 현장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선 ATLS식 접근도, 전형적인 다수사상자 분류(Mass Casualty Incident, MCI) 접근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현장 대원은 ‘지금 이 상황을 단일 외상으로 볼 건가, 다수사상자 사고로 전환할 건가’라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출혈을 통제한 뒤 환자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움직여도 되는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개인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량 내부에 앉아 있으나 의식은 명료하고 조절되지 않는 대량 출혈이 통제된 환자를 마주했다고 가정해보자. 환자는 대화가 가능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자력으로 이동해도 되는지, 아니면 먼저 구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어떤 대원은 자력 이동을 선택하고 다른 대원은 잠재적인 척추 손상을 고려해 구조를 우선으로 한다. 같은 환자 상태인데도 이러한 판단은 여전히 현장 대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부분이다.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새로운 분류체계 제안

영국에서는 U-STEP-OUT(Self-Extrication)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있다. 반면 우리 현장에는 자력 탈출을 판단할 정형화된 기준이 없어 모든 판단은 현장 대원 경험에 맡겨진다.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평가와 분류체계를 유지하며 

현장에서 더 빠른 판단을 돕는 방법은 없을까?”

 

이 고민에서 제안하게 된 게 바로 ‘x-MASS’다. 조절되지 않는 출혈 확인과 지혈(x), 움직임 가능 여부 확인(M), 초기 평가(Assessment), 중증도 평가(Severity) 또는 분류(Sort), 이동ㆍ이송 판단, 필요시 구조(Send)를 하나의 ‘현장 판단 흐름’으로 묶은 개념이다.

 

1. 단일 환자 적용(Severity 중심)

단일 환자에게 x-MASS는 분류가 아니라 ‘중증도 판단의 도구’가 된다. 출혈 여부를 가장 먼저 신속하게 확인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지 평가한 뒤 ABC 기반 외상 초기 평가와 구급대원 표준지침에 따른 중증외상환자 세부사항표를 통해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한다. 

 

이후 이동, 구조 또는 이송 필요성을 결정한다. 즉 단일 환자에서는 Sort가 아닌 Severity가 핵심이다.

 

2. 다수사상자 적용(Sort 중심)

다수사상자 상황에서는 같은 흐름을 유지하되 첫 S를 중증도 판단이 아닌 분류(Sort)로 전환한다. 조절되지 않는 출혈 확인ㆍ지혈(x), 움직임 평가(M), 환자의 빠른 평가(A) 이후 환자 분류(S)를 시행한 후 이동ㆍ이송의 판단, 필요시 구조를 결정(S)한다.

 

 

한 사람일 땐 중증도 평가, 여러 명일 땐 분류. x-MASS가 제안하는 건 새로운 규칙이 아니라 기존 체계가 시작되기 전의 공통 출발선이다.

 

이 개념은 아직 논문도, 통계도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반복되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는 먼저 구조를 제안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 더 빠르게 판단하고 조금 더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차 안에 갇힌 사람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올 수 있다. x-MASS는 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본 개념은 현장 구급대원 박상현 소방교(경기 평택소방서), 중앙소방학교 교통사고 표준교재 TF 팀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리ㆍ확장한 내용입니다.

 

충남 보령소방서_ 송대운 : song5576@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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