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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소방청 독립 9년, 아직도 관료 그늘에 갇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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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6/02/02 [10:00]

[플러스 칼럼] ​소방청 독립 9년, 아직도 관료 그늘에 갇혀 있나

119플러스 | 입력 : 2026/02/02 [10:00]

2017년 대한민국 소방은 숙원이던 소방청 독립을 이뤄내며 재난 대응기관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이는 현장 대응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육상 재난 총괄 책임 기관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국가적 결단이었다. 

 

그러나 1월 8일 열린 소방청의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 업무보고 현장의 풍경은 소방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이뤄낸 것인지 강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이날 소방청의 장관 업무보고는 국민에게 생방송으로 공개됐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소속 기관으로서 장관에게 정책 방향을 보고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업무보고 자리의 좌석 배치부터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난 건 실질적인 ‘서열 구조’였다. 

 

장관뿐 아니라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사회재난실장이 차관급 기관인 소방청장(직무대행)을 상대로 마치 하급 부서 대하듯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차관급 보직이다. 소방청 역시 엄연한 차관급 독립 외청이다. 사회재난실장은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으로 소방청장보다 직급상 아래에 있다. 

 

그런데 소방이라는 전문 영역의 기관장으로부터 상급자 위치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하듯 질문하는 모습은 소방청 독립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아직도 정부에는 소방을 행안부 통제 아래 하나의 국(局) 정도로 치부하는 관료주의적 인식이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재난 관리의 전문성은 수평적 협력과 현장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더욱이 복합 재난 시대 속 소방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행안부의 실무 간부들이 소방청의 고유 업무를 간섭하고 수직적 보고 체계를 강요하는 구조에선 현장의 권한 확보와 신속한 대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방이 행안부의 ‘재난 관리 보조자’가 아닌 현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바로 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현상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될 터인데 소방 내부의 반응은 아리송하다. 당연한 일로 치부하는 이들과 소방청의 위치를 체감하며 탄식하는 이들로 나뉘는 분위기다. 가벼운 웃음으로 넘길 일이 아닌데도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은 모습에 실망감이 밀려온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의 조직과 예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국민 공개 방송까지 진행된 장관 업무보고 풍경은 소방의 정체성을 흔드는 위험한 신호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방은 행안부의 지시를 단순히 수행하는 수동적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6만7천 소방공무원의 대표 기관이다. 앞으로의 업무보고는 재난 대응의 파트너로서 전문성을 공유하고 협업을 논의하는 수평적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부처 내 서열을 가리는듯한 자리가 돼선 안 된다. 

 

​소방청 또한 스스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문성에 기반한 당당한 논리로 행안부의 과도한 간섭은 경계하고 독립 외청으로서의 책임감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건 행안부 관료의 서슬 퍼런 통제를 받는 소방이 아니다. 어떤 재난현장에서도 주도적으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강한 소방’이다.

 

9년 전 소방청 독립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관료제의 벽에 갇힌 소방은 결코 국민을 완벽하게 지켜낼 수 없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구태를 답습한 관행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소방청이 명실상부한 독립 재난 대응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인식적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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