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포소화약제, 이제는 정상화 하자우리나라 포소화약제 기술기준은 일본 규정을 그대로 도입했다. 문제는 국제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기준이다 보니 비정상적이며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다. 포소화설비마저 시험을 통해 약제와 양립ㆍ호환되는 구성품을 요구하지 않아 유류 화재 시 소화성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 돼버렸다.
선진 외국에선 포소화약제를 저발포와 중ㆍ고발포로 구분한다. 저발포 소화약제는 단백포와 불화단백포, 수성막포, 막형성 불화단백포, 내알콜포, 합성제포, 기타 합성제포 등으로 분류한다.
반면 우리의 분류 기준은 어설프게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지다 보니 포소화약제의 기본 개념은 물론 설비시스템마저 자리를 못 잡고 있다.
PFAS(과불화화합물)로 인해 수성막포가 잔류성 오염물질로 분류되고 인체에 심각한 영향과 식수 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관심조차 없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 소방이 오히려 국민 안전을 등한시하며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제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환경적으로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는 C가 6개인 불소화합물마저 점차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오히려 ‘불소 없는 폼(fluorine-free foam)’이 새로운 포소화약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기존 포소화약제의 폐기처분 방법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란 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독자적인 행보다. 기술기준은 화재진압을 위한 게 아니라 그냥 형식적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PFAS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지난 2012년 2월 9일 소화약제의 공통적 성질 부분에 대한 기술기준이 개정됐다. 과불화옥탄술폰산(그 염류와 과불화옥탄술포닐플로라이드를 포함한다)이 포소화약제에 함유되는 걸 막은 거다.
이는 수성막포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는데 여전히 이를 무시하고 형식승인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둘째, 불화단백포와 막형성 불화단백포의 기술기준이 없다. 석유류 저장탱크와 표면하 주입방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포소화약제임에도 이를 막고 있다. 적절한 소화약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셋째, 친환경 소화약제에 대한 정의가 없다. 친환경 수성막포, 합성계면활성제포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불소화합물이 있어도 친환경, 없어도 친환경이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답하다.
넷째, 저발포와 중ㆍ고발포에 대한 소화약제 기준이 모호하다. 선진 외국에선 하나의 합성 포소화약제가 저발포와 중ㆍ고발포의 성능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합성 포소화약제는 저발포와 중ㆍ고발포의 성능을 동시에 갖는다.
고발포의 성능은 가연물을 덮어 질식과 냉각작용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포 특성이 저발포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두 가지 성능을 동시에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섯째, 포소화약제의 소화 성능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 포소화약제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제적인 테스트 프로토콜은 UL 162, EN 1568과 같은 일반 테스트 기준이 있고 항공기용 ICAO, 해상용 IMO, 대형 대기 저장 탱크에 대한 LASTFIRE 등의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하필 우린 일본 기준을 도입했다. 외국 기준과 비교해 봐도 성능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포소화약제의 수명과 성능유지에 대한 연간 성능 테스트도 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 기준에서는 석유류 저장탱크 방호에 적용하는 포수용액 적용률은 국제기준(NFPA11)을 도입했다. 즉 UL/FM 인증 포시스템에 적합한 기준이니 우리 기준과 상관이 없는 거다.
성능이 떨어지는 포소화약제를 사용하면 화재를 진압하는 시간이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오염의 배출도 그만큼 증가한다. 오히려 2차 피해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거다. 포소화약제는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술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춰 재정립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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