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교부세의 투입 비율 규정을 연장하는 건 국회에서 하는 거죠. 우리가 반대하거나 그러는 게 아니잖습니까”
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소방안전교부세의 배분 비율을 정한 특례조항을 일몰시키려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를 질타하자 이상민 장관이 한 답변이다.
국회 방송으로 몇 번을 돌려봐야만 했다. 답변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마치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놓고 장관인 자신을 질타하는 건 잘못됐다는 식의 이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국회에서 이어진 질타를 그저 피해가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사안을 제대로 파악조차 안 했던 걸까. 따져보면 이상민 장관의 이 말 자체가 오류였는데 말이다. 잘못됐다는 사실을 이상민 장관 자신만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 폐지 논란의 시작은 행안부의 행정에서 비롯된 게 맞다. 소방안전교부세의 배분 비율은 행안부 소관 법령인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75%는 소방, 25%는 안전에 쓰라고 명시해 놓은 이 법은 분명 시행령 속 부칙의 특례조항이 맞다.
시행령을 국회에서 고치라는 얘기는 아닐 터인데 이상민 장관의 대답을 돌려 듣고 또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거다.
아마도 이날 행안부 직원들은 이상민 장관 답변에 여러 생각이 뇌리를 스치지 않았을까 싶다. “잘 넘어갔다”는 식의 안도 혹은 “아차! 저건 아닌데…”라며 걱정을 하진 않았을까. 전자라면 진정 못됐거나 안일한 관료다. 후자라면 그래도 양심은 있는 관료라고 봐야 하나. 뭐가 됐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분명한 건 이상민 장관이 소방안전교부세의 교부 비율 논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이전날인 8일 소방노조들은 전국 각지에서 목청을 높였다. 소방안전교부세의 배분 비율을 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의 특례조항이 일몰로 사라지면 시도의 소방분야 재정 투입이 보장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방장비와 시설 노후로 이어져 소방관의 안전은 물론 국민안전에도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방노조의 기자회견 모습은 여러 매스컴을 탔다. 게다가 같은 날 오전 열린 국회 행안위 예결결산소위원회에선 내년도 행안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슈가 됐고 결과에는 소방안전교부세 문제를 부대 의견으로 넣는 결정까지 했다.
그런데도 배분 비율을 정하는 법 규정이 국회에서 할 일인지, 자신이 이끄는 행안부가 해야 할 일인지조차 구분 못 하는 듯한 이상민 장관의 답변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뭘 의미하는 걸까. 사태에 대한 무관심일까. 아니면 작정한 외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행정관료가 이 장관의 눈과 귀를 가려 모르게 만든 걸까. 이 장관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