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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하늘에 잠기고 무너진 한반도… ‘극한호우’로 47명 사망, 35명 부상

16일 넘게 이어지는 물 폭탄에 전국서 산사태ㆍ범람 속출
하룻밤 사이 231㎜ 퍼부은 예천, 15명 사망하고 2명 실종
충북 오송 지하차도서 통행 차량 침수로 주민 14명 참변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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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7/19 [13:03]

뻥 뚫린 하늘에 잠기고 무너진 한반도… ‘극한호우’로 47명 사망, 35명 부상

16일 넘게 이어지는 물 폭탄에 전국서 산사태ㆍ범람 속출
하룻밤 사이 231㎜ 퍼부은 예천, 15명 사망하고 2명 실종
충북 오송 지하차도서 통행 차량 침수로 주민 14명 참변
윤 대통령,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7/19 [13:03]

▲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집이 파손된 모습.  © 경북소방본부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16일 넘게 쏟아지는 물 폭탄이 한반도를 할퀴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서 하룻밤 사이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충북 오송읍에선 갑자기 불어난 강물이 지하차도를 통째로 집어삼키면서 내부에 고립된 시민 14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충남 논산의 한 납골당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 70대 노부부가 목숨을 잃는 등 25일 오전 6시 기준 전국에서 47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3명은 실종 상태다.

 

재산피해도 잇따랐다. 도로가 붕괴하고 국가지정문화재가 침수되는 등 공공시설물 파손 건수는 796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만8258호가 정전됐고 닭과 오리, 돼지, 소 등 가축 87만2천마리가 폐사했다. 이재민은 모두 1만9468명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예천을 찾아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재민이 머무는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이런 산사태는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며 “좁고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시면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릴테니 너무 걱정말라”고 위로했다.

 

이어 지난 19일엔 경북 예천ㆍ봉화ㆍ영주ㆍ문경, 충북 청주ㆍ괴산, 충남 논산ㆍ공주ㆍ청양ㆍ부여, 전북 익산ㆍ김제, 세종시 등 1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방청은 중앙긴급통제단을 가동해 인명과 재산피해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사태에 하천 범람 속출한 경북… 오송에선 지하차도 물 잠겨 참변

▲ 지난 15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 발생으로 집이 무너져 주민 2명이 사망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경북이다. 25일 오전 6시 기준 2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입원했다. 지난 13일부터 경북 대부분 지역엔 호우특보와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많은 비가 쏟아졌다. 13일부터 16일 오전(6시 기준)까지 영주시 305, 문경시 303, 봉화군에 287㎜ 폭우가 내렸다.

 

특히 지난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예천군 효자면에 231㎜에 달하는 많은 비가 왔다.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해 15일 하루 예천군에서만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물에 휩쓸렸던 2명은 구조됐지만 목숨을 잃은 뒤였다.

 

또 19일엔 예천군 내성천 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오후 11시 8분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는 사고가 있었다.

 

채수근 일병은 그의 부모가 10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가진 아들인 데다가 아버지는 현직 소방관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병대는 채수근 일병의 장례를 해병대장으로 치르고 상병으로 추서했다.

 

토사 유출로 매몰돼 실종된 주민이 2명이라 앞으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영주시 4, 봉화군 4, 문경시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택은 440채가 침수되거나 전파됐고 가축 11만8024두가 폐사했다.

 

▲ 소방대원이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은 지난 15일 오전 6시 5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409명, 구조견 30두를 현장에 투입했다. 드론 12기, 보트 11대 등 장비 83대도 출동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 기준 729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는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선거리로 수백m 떨어진 미호강이 범람해 지하차도로 쏟아진 것. 총 길이 685m, 터널길이 436m인 궁평2지하차도는 약 6만t의 강물로 순식간에 잠겼다.

 

이 사고로 양방향을 달리던 차량 17대가 침수돼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중 9명이 747번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비롯한 승객이었다.

 

▲ 미호강 범람으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있다.  © 충북소방본부 제공

 

버스는 터널 구간을 거의 빠져나왔지만 순식간에 유입된 강물에 발이 묶였다. 버스 기사는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드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다급히 말했지만 안타깝게 승객 8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 버스는 기존 노선 도로가 집중호우로 통제되자 우회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에서 분당 3만ℓ를 배수하는 대용량포방사시스템과 굴착기 등을 투입해 인명구조에 나섰지만 모든 인명을 구조하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막을 수 있었는데… “지하차도 사고는 인재” 비판 확산

▲ 구조대원이 인명구조를 위해 궁평2지하차도로 들어가고 있다.  © 충북소방본부 제공

 

14명이 숨진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두고 거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물이 차기 시작한 시점은 15일 오전 8시 30분에서 40분 사이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당시 오송읍의 강수량은 시간당 33㎜로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진 않았다.

 

그런데도 지하차도에 강물이 쏟아진 이유는 물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제방’이 무너졌기 때문. 이우종 충청북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7일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의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말부터 미호천교는 기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를 주관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새로운 교각 설치를 위해 기존 제방 일부를 철거한 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임시 제방을 재축조했다. 바로 이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

 

종합해보면 9일부터 15일까지 약 7일 동안 이어진 청주지역 집중호우로 미호강 수위가 높아졌고 미호천교 확장공사 때 임시로 만든 제방이 무너지면서 월류한 물이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졌다는 얘기다.

 

참사 당시 관계기관의 부실대응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호강 수위를 관리하는 금강홍수통제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께 미호천교 수위는 7.6m를 넘었다.

 

이에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이를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에 통보했다. 2시간 20분 뒤인 오전 6시 30분께 수위가 9.2m에 도달하자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흥덕구청에 유선전화를 걸어 교통 통제와 주민대피 필요성 등을 통보했다.

 

흥덕구청은 청주시에 상황을 전파했지만 청주시는 궁평2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청북도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보를 받지 못한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당시 CCTV를 보며 상황을 살폈는데 침수 등 위험 징후가 없어 통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 시스템만 잘 이뤄졌다면 인명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굴착기가 궁평2지하차도에서 진흙더미를 파내고 있다.  © 충북소방본부 제공

 

지하차도 내에 설치된 배수시설도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궁평2지하차도 내엔 분당 3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가 4대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당시 배수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시설이 함께 물에 잠기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비만 오면 발생하는 지하 참변… 공염불에 그친 대책

최근 국지성 호우로 지하 공간에 물이 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23일에는 폭우로 부산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3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도 신림동 반지하 주택과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떠밀려 들어와 각각 일가족 3명과 주민 7명이 사망했다.

 

지하 공간 침수 위험성의 목소리는 이미 여러 번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9년 3월 ‘대도시권 지하차도 안전관리 실태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지하차도 외부에 진입 차단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으면 차량이 침수된 지하차도에 그대로 진입해 2차 사고 등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1년 자동차단기 등 침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보강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행정안전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지하 공간 침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전담팀(TF)’을 꾸려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 재발 방지대책엔 차수판과 역류방지밸브, 배수펌프 등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지자체 침수 위험 지역을 발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지하 공간 침수 시 탈출이 쉽도록 피난설비를 설치하고 침수고립 방지 출입문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을 개정했다. 하지만 궁평2지하차도엔 자동 차단 시설과 피난설비 등이 없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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