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인 세이렌은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반인반수의 존재들이다.
이들은 바위에 앉아 매혹적인 노래로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을 유혹한다.
세이렌이 부르는 선율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고혹적이어서 이들의 노랫소리에 매료된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음을 택했고 배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다.
테베의 영웅 오이디푸스가 자기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의 현혹을 극복하기까지 세이렌은 많은 희생을 불러일으켰다.
아시다시피 세이렌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초록색 카페의 안주인이자 경보를 알리는 장치인 사이렌(Siren)의 어원이다. 이제 세이렌은 위험을 알리고 안전을 가리키는 강렬한 신호로서 우리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며 계곡, 강과 바다, 수영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우리 신체의 70%가 물로 이뤄졌듯 지구의 표면도 70%가 물이다. 생명이 물을 찾는 일은 본능에 가까운 듯 보인다.
물은 잘 다스리면 약이지만 잘 못 다스리면 독이 된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전체 수난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6~8월에 집중된다. 그중 28.7%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사망률이 51.7%까지 이른다. 발생 비율은 9세 이하 29.6, 70세 이상 27.3, 60~69세 13.2% 순이다.
대부분의 수난사고는 안일함과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수난사고는 급류나 수심의 변화, 급격한 수온 변화에 따른 근육 경련이나 심장 이상 등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구명조끼 미착용, 음주 후 수영, 수심 확인 없이 무리하게 입수하는 행동 등은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조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무리하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함께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물놀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이렌, 생명의 신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놀이 안전 수칙은 ▲물놀이 전 준비운동 ▲구명조끼 착용 ▲심장보다 먼 부분(다리, 팔, 가슴, 등의 순서)부터 물을 적시기 ▲무리한 구조 삼가 ▲수영에 자신이 있더라도 가급적인 주위의 물건들(튜브, 장대 등)을 이용한 안전 구조 등이다. 안전 수칙을 기억하고 실천함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든든하고 분명한 방법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조부를 기억하면 마른 흙내가 떠오르고 그가 머물렀던 자리에 맺혔던 축축한 땀방울이 생각난다. 조부의 살갗은 화산섬의 바닥처럼 거칠었으며 습관처럼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마른하늘을 오래 살피셨다. 그를 보고서 사람의 몸이 잘 빚은 그릇 같다고 생각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몸의 2/3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성인은 신체의 70% 정도가 물로 이뤄졌다고 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몸의 물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양수에서 태어난 사람이 울고 땀 흘리며 살다가 종국에는 퍼석퍼석한 그릇처럼 깨진다고 생각했다. 어른은 “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고 했다. 물과 인생이 변화무쌍해 얕아 보이는 곳도 깊고 그 흐름을 쉬이 예측하지 못하는 탓이다. 옛말에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고 했다. 물도 삶도 그렇게 보였다.
대구강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경 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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