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상청이 동북부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가를 덮친 건 그로부터 불과 11분 뒤인 3시 정각 무렵이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일본은 전 세계에서가장 빠른 지진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경보도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늦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 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불가항력적인 대규모 자연재해였던 셈이다. 시민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최초 경보가 발생한 후 건물안에 머물던 시민들이 대피소에 모이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생들은 평소에 훈련 받은 대로 가방을 머리에 쓴 채 선생님의 안내대로 대피소로 이동했다. 지진으로 지하철의 역과 역 사이에서 멈춰 섰지만 사람들은 안내방송대로 열차 안에서 조용히 기다렸고 ‘걸어서 다음 역까지 피난하겠습니다’ 는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줄을 맞춰 철로를 걸어갔다. 극도로 불안한 상황 속이었지만 사람들은 마치 예행연습을 하듯이 움직인 것이다. 일본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침착함은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 때문이다. 당황하고 자기만 앞세우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그동안 무수한 자연재해를 통해 체득했던 것이다. 평소에도 방송에서 지진 같은 재난이 나면 반드시 가스를 잠그고 불을 끄며 침착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지진 공포증에 시달리는 일본 국민은 평상시에도 실전과 같은 대비 훈련을 실시해 왔다. 규모 9에 해당하는 강력한 진동이 있었음에도 일본의 많은 건물들은 강진에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는 작년 1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7.0인 아이티 지진과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아이티 지진은 일본 지진에 비해 작은 지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22만명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평상시 지진 대비 태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티는 과거 200년간 지진으로 인해 별다른 큰 피해를 보지 않았던 나라다. 그로인해 지진에 대한 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진은 단 한 차례 발생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일본에 비해 지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라는 점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비한 것 같다. 1978년 이후 네 차례나 5.0 이상인 지진이 발생해 인명피해와 건물파손이 있었으며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진 41건이 발생했고 그 빈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소방방재청 지진종합방재대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680만여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은 2.35%인 16만여 동이다.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 기준 적용을 받는 건축물은 100만여 동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내진설계 비율은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방재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법적으로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일본 강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시설 긴급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내진설계의무가 없는 저층 건축물도 미국 일본 중국처럼 의무화하는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국민이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있었고 훈련하듯 매뉴얼대로 대피소로 이동 질서유지 등 정부방침에 잘 따랐던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장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도시가 좁은 곳에 밀집한 나라에 규모 6대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일본 지진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착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주광산소방서 구조대 송재빈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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