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안타깝게도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불이 번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우리는 아파트라는 울타리가 안전을 보장해줄 거라 믿지만 막상 불이 나면 각 세대는 결국 ‘하나의 고립된 화재 현장’이 된다.
필자는 17년째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굴절사다리차를 운전하며 불길 앞에 선 동료들의 진입을 돕고 있다.
출동벨이 울릴 때마다 마음에 떠오르는 건 ‘이번에도 최소한의 대비는 돼있기를’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료 소방관들의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너지는 천장을 피해 연기를 뚫고 들어간 그들이 가장 바라는 건 대단한 구조 장비도, 화려한 진압 장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거실 한편의 소화기 하나, 감지기에서 울리는 단순한 경고음 하나. 그 작고 단순한 준비가 때론 목숨을 살리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
올해부터는 공동주택에도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이 의무화된다.
이제 아파트의 안전은 복도에 설치된 감지기나 계단 옆 소화전에만 기대고 있지 않는다. 각 세대 안에서도 작지만 실질적인 대비가 반드시 필요해졌다. 누군가의 생명은 ‘우리 집’의 준비에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집 안 곳곳을 다시 한 번 살펴봐 주길 바란다. ‘소화기는 눈에 띄는 자리에 있나?’, ‘감지기는 정상 작동하고 있을까?’. 이 질문들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가정이 많아질수록 재난 앞에서 훨씬 더 단단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소방관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 소화기 덕분에 살았습니다’는 말을 듣는 일. 그 한마디가 우리 모두의 노력을 의미 있게 만든다.
작은 준비가 큰 생명을 지킨다. 이제 그 시작은 법과 제도에 이어 여러분의 손 끝에서 완성된다.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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