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사소한 안전사고에서부터 대형 재해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의 운명을 지니고 있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어느 누구나 재해에 의한 피해를 입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당하는 것을 꺼리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사건을 겪은 피해 당사자는 그동안 누려오던 신체적, 정신적인 안전함과 세상을 의미있고 가치 있다고 보아오던 그만의 건강하던 삶과 신념들이 순식간에 파괴된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고 일상생활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 중 기본적인 것으로, 충분한 물질적 보상을 들 수 있다고 하겠으나 그것만으로 피해자가 겪은 상실감과 절망감이 모두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충격 해소만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체험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고는 재해자의 후유증을 예방하고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한 이해를 돕고자 방향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2.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 전신장애 진단체계의 기준으로 충격적인 사건을 외상(trauma)적 사건이라고 한다. 외상적 사건의 진단기준을 보면 자신이나 타인의 실제 또는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및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 또는 직면하게 된다. 또한 이런 사건을 경험한 후, 개인은 극심한 공포와 무력감을 느끼게되며 심한 고통을 받는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개인이 보이는 후유증 증후군으로는 외상적 사건을 마음속에서 재경험하는 기억의 침투, 외상적 사건을 피하는 회피행동과 마비증상, 그리고 고조된 각성상태로 인한 증상들을 들 수 있다. 기억 속에서 외상적 사건을 재경험하는 기억의 침투가 일어날 때 개인에게 고통스러웠던 영상, 생각, 지각이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떠오른다. 이 때 소아는 놀이를 하며 이런 사건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수도 있다. 그 사건에 대해 꿈을 꾸거나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다. 마치 그 사건이 재발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끼기도 한다. 또한 외상적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상징적인 내적 혹은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에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생리적으로도 반응한다. 회피행동과 마비증상으로는 사건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피하고 이에 대한 대화도 회피하려한다.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 장소, 행동을 피한다. 외상적 사건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회상할 수 없다. 다른 활동에 대한 흥미나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 타인과 떨어져 격리된 느낌을 갖고 얼어붙거나 무감각해져서 느끼는 정서가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마치 단축된 것처럼 느끼는데, 자신의 직업, 결혼, 자녀에 대한 삶을 기대하지 않는다. 고조된 각성상태로 인한 증상으로 수면장애, 분노폭발, 집중장애를 보인다. 항상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지속적으로 비현실적인 위험한 느낌을 지녀서 지나치게 주위를 경계하거나 놀라게 된다. 이런 증상이 외상적 사건 직후에 적어도 2일 이상 나타나다가 4주 이내에 사라지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여길 수 있고 4주 이상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다. 미국의 경우 각종 사고를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ptsd의 평생유병률은 7.6%, 사고와 폭력의 목격자집단에서 7.0%, 화재와 자연재해를 경험한 후에는 4.5%가 된다. 이 수치는 아동 성피해의 경우35.4%, 강간 경험 후에 55.5%, 전쟁 경험 후에 38.8%인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외상적 사건이 우연하고 일회적인 사건인 경우보다는 책임자의 실수와 방임 혹은 고의로 일어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일 때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이 한층 더 심각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태풍으로 인한 수해 및 각종 대형사고발생이 빈번하고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해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우리의 현실에서 재해시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생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요구된다. 3. 각국의 재해사후대처법 산재를 당한 당사자가 아니라면 산재로 인한 절망감과 고통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특히 산재노동자가 처한 현실의 벽을 느끼지 않고서는 해결방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산재보상에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문제들이 산재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고 있다. 산재노동자가 제대로 된 치료와 지속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채 치료종결이 된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치료종결 조치 등이 산재노동자의 재활을 어렵게 만들고 원직장복귀를 포함한 사회복귀의 결정적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사례의 하나로 산재요양중이던 최씨(49)가 인천중앙병원 8층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최씨의 상병명은 다발성좌상, 외상성신경증, 좌슬관부염좌였다. 최씨는 추락사고로 산재를 당한 94년부터 요양을 해왔으며 심한 우울증세가 있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2001년 2월 3일에도 산재요양 중이던 산재환자가 자살을 하였지만 산재의료관리원 인천중앙병원은 재발방지책 하나 없이 병원 건물의 창문과 옥상 등의 출입구 관리를 더 견고하게 하겠다는 동문서답식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산재사고에 대한 은폐 및 산재처리절차상의 문제와 치료지연 및 산재처리 과정에서의 심리적 스트레스 및 사회심리적 재활의 부재, 추가상병을 업무 외 질병으로 판단, 불승인하는 문제, 원직장 복귀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산재 사고 후 의료서비스 개선 및 재활프로그램부족 등으로 사고 후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성의있는 정책적, 물리적, 정신적 뒷받침이 부족했던 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1995년 1월 17일 05:48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진도 7, 사망자, 6,310명, 행방불명 2명, 부상자 43,188명, 이재민 290,000명에나 달하는 대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고오베 지진의 특징 중 하나는 가옥의 파괴나 화재, 부상, 사망 등 지진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보다 그 후에 따르는 피해자들의 정신건강의 문제에 대한 대책 및 조처에 관한 것들이 관심사로 이러한 정신질환의 문제는 노인이나 실업 등 재기의 가능성이 희박한 저소득층에 매우 심각하게 나타난 양상이었다. 정신질환의 종류로는 특히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지진 후 쇼크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급성 치매증상을 보이는 예들이 보고되었으며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갑자기 지진 이전의 어린 상태로 돌아가 유아기의 행태를 보이는 퇴행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그 이외에도 우울증 증상을 보이거나 불면증, 식욕부진, 불안초조감, 악몽 등의 일반적 ‘재해증후군’의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서부지역의 지진의 예에서는 진재 직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정상적 상태를 보이던 경우라도 6개월 정도 경과 시 피해의 일차적 수습이 이루어지고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할 무렵 정신질환증세를 나타내는 피해자가 속출하며 자살의 경우도 많이 보고되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진재 후 3-4년간 기한을 두고 계속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경험에서 비롯한 미국은 고베의 지진에 정신과 의사 등을 자원봉사로 투입하였으나 일본 그 자체로서는 정신적 피해나 질환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였던 까닭에 비판과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이 재해 후 각종 후유증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 나라의, 문화마다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 문화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는 것 자체를 사회적 스티그마로 여기는 경향이 심하다. 또한 어느 면에서는 정신질환에 걸린다는 것은 곧 일본문화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정신력’과도 상치되는 개념으로 여긴다. 예를 들면 일본문화에서는 어떠한 난관에서도 정신력과 용기로 극복해 내는 소위 ‘간바리즘’, 즉 힘내기주의 (혹은, 참고 노력하기)를 높이 평가하며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난관에 처해 약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의연하고 용기 있게 대처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그러한 태도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본인들을 보다 침착하게 보이게 했을는지 몰라도 피해가 심할 때는 엄청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예를 들어 고베지진을 보도하는 언론매체에서나 혹은 일본내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흔히 고베주민들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힘내세요’ 혹은 ‘참고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라고 하는 말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에게는 격려의 말 보다는 자신을 구차하게 만들거나 또는 극복 못하는 비난이나 조소의 소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즉, 다시 말해 일본문화에서 정신질환 혹은 재난에 임하여 정신적 내지 심리적 이상증세를 보인다는 것은 곧 패배자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응석과 같은 것 소위 ‘아마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일본사회가 재해대책에 있어서 정신질환 내지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는 원인의 하나인 문화적 배경을 지적하였는데 그러한 후유증의 가능성이 노인층, 어린이, 실업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층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예견되는 다양하고도 복잡하며 대규모적인 자연적, 인위적 재해로 인한 약자의 피해는 되풀이 될 것이고 따라서 재해대응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4. 재해대책을 위한 심리학적 개입방법 재해 후에 찾아오는 각종 증상들을 예방 및 최소화하기 위하여 심리치료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을 때 개인은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에 치료 장면에서는 사건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자기지지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외상과 관련된 감정에 쉽게 몰입하여 또다시 충격적인 경험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세상에 대한 공정성과 안전감을 상실하고 내적인 혼란으로 인해서 외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이들이 사회적인 수용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집단치료가 도움이 된다. 집단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이해해주고 수용해주면서 지지적인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내적으로 미래의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에 예술미디어를 사용해서 상상이나 그림 등을 통해서 미래를 창조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5. 맺음말 충격적인 사건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고 정당한 세계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키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기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후유증이 예상되는 재해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선별작업과 심리상태에 적합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마다 문화마다 후유증에 대한 시각의 현저한 차를 고려한 다각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한다. 이에 대한 효율성이 확보되려면 먼저 재해자의 경험에 대하여 알기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심리학적인 접근과 치료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행동치료법의 투입과 동일사건피해자집단운영을 통한 보고회, 전신건강전문가의 상담활동, 레크레이션 지도 등이 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 중 기본적인 것으로, 충분한 물질적 보상을 들 수 있다고 하겠으나 그것만으로 피해자가 겪은 상실감과 절망감이 모두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충격 해소만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체험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고는 재해자의 후유증을 예방하고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한 이해를 돕고자 방향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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