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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소방관 잇딴 자살…원인은 PTSD?

한달새 3명이나…도대체 무슨 일이?
평균 수명 58세, 36.8% 고위험군 노출
소방방재청 긴급 대책 마련 중 국립소방병원 설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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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신문 | 기사입력 2011/06/09 [16:26]

<긴급진단> 소방관 잇딴 자살…원인은 PTSD?

한달새 3명이나…도대체 무슨 일이?
평균 수명 58세, 36.8% 고위험군 노출
소방방재청 긴급 대책 마련 중 국립소방병원 설립 시급

소방방재신문 | 입력 : 2011/06/09 [16:26]

한달새 3명이나 잇딴 자살…도대체 무슨 일이?


최근 한달 사이에 전남도 소속 소방관 3명이 잇따라 자살한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달 15일 보성소방서 소속 강모 소방교가 음독자살한데 이어 22일에는 담양소방서 소속 김모 소방장이 목을 매 자살했고 25일에는 전남도소방본부 소방령 최모 소방령이 목을 매 숨졌다.

이처럼 한달 사이에 3명이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소방관 연쇄 자살 사건 이후 처음이다.

숨진 3명의 소방관들은 평소에 우울증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선에서는 이 같은 사고들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료 소방관의 잇단 자살을 가정사나 우울증 등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이다.

도 소방본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소방관은 “외상이나 스트레스 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무실에서도 동료들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전남도는 10개 소방서에 모두 2천59명의 소방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자살한 최 소방령의 경우 다른 2명과 달리 일선 소방서 과장급 간부였다는 점에서 자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최 소방령이 지병으로 병가 중이었고 집안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지병 등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무로 인해 발생된 외상후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냐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란?

1995년 서울의 한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백화점지하의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던 점원 세진은 결혼을 앞둔 민주와 함께 흙더미 속에 깔려 서로를 위로하며 구조를 기다리지만 끝내 민주는 죽고 홀로 살아 남는다.

10년이 지나 취직을 위해 높은 빌딩안의 면접장에 들어선 세진은 앞 사람이 들어간 후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히자 갑자기 호흡곤란과 식은땀을 흘리며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온다.

또 교통사고로 인해 타고 있던 자동차가 터널 속에 갇히자 역시 똑같은 증세를 보이며 차에서 내려 달리며 황급히 터널을 빠져 나간다.

10년이 지난 붕괴사고의 후유증과 지하에 장시간 갇혀 있던 경험이 밀폐된 공간을 두려워하는 ‘폐쇄공포증’을 불러온 것이다.

이는 영화 ‘가을로’의 장면들이다. 이처럼 각종 재난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사고 후유증을 의학적 용어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라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ptsd,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라고도 한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에서 벗어난 사건들로 이를테면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강간,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에 의한 사고, 소아 학대, 삼풍사고나 성수대교 붕괴같은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생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며 충격 후 즉시 시작될 수도 있고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난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하고 증상이 한달 안에 일어나고 지속 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에 속한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자료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향후 심장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니아 geisinger 헬스시스템 연구팀이 ‘미순환기학저널’에 밝힌 평균 연령 60세의 637명 전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관상동맥질환이라는 심장장애가 발병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평균 수명 58세, 36.8% 고위험군 노출

소방관들의 평균 수명은 한국인 남성 평균 수명보다 20세 정도 낮은 58세로 매년 300명이 이상이 다치고 6명 정도가 순직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때문인지 임용된지 5년도 안돼 소방관을 그만두는 비율도 5명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36.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또 군인 경찰공무원과 해양경찰공무원에 비해 소방공무원의 외상 빈도가 월등히 높았으며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외상은 ‘처참한 시신 목격 및 수습’이었다.

보고서에는 유사 공무원들과 비교해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의 노출 정도를 비교했을 때 소방공무원이 고위험군에 평균적으로 2배 이상 더 노출되어 있으며 현장업무로 인한 직무스트레스 역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일선에서 근무 중인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쉽게 노출 되고 있으며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조직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각 시ㆍ도 소방본부별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관련한 순회교육 및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좀 더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현실적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관련전문가들은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화재진압 및 구조ㆍ구급 등 가장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119안전센터의 업무축소와 정신건강 및 심리적 안정을 위한 교육 강의 등을 더욱 확대하고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소방공무원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방재청 긴급 대책마련 나서

연이은 소방관 자살 사건과 관련해 내달부터 전국 소방관들의 복무환경 실태를 조사한다.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은 전남소방본부에 대책반을 만들어 이번 자살 사건의 원인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전 소방서의 복무 환경을 살펴볼 방침이다.

대책반은 먼저 이번 사건이 동료와 불협화음, 열악한 근무 환경, 승진스트레스 등 조직 내 문제로 우울증이 유발됐는지 여부 등을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소방본부에서 몇 곳씩을 지정해 관리자가 일선 소방관들을 대하는 태도와 소방관 복지 현황, 외상후 스트레스관리 실태, 현장 안전관리 등을 점검하게 된다.

대책반은 의사와 심리학교수, 전문상담원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상당수의 현장 소방관들이 지닌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정서적 피로감 등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과 진단, 대책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방관 건강관리 계획을 세우고 정기특수건강검진과 보건안전교육을 의무화하며 재난현장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점을 고려한 특수건강진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소방공무원 보건 안전ㆍ복지기본법’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행정안전위원회 백원우 위원(민주당, 경기 시흥 갑)은 ‘소방관 처우개선 및 복지증진을 위한 제정법안’을 준비중에 있으며 이르면 6월 내로 발의해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립 소방병원 설립 절실


국군병원, 경찰병원, 보훈병원은 있지만 현장에서 가장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소방관을 위한 소방병원은 없다.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지역 의료기관을 소방전문 치료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이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일부 소방관들은 지정 병원이나 소방서별로 위촉된 건강관리자문 의사가 있지만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것은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상담을 받지 않는 소방공무원도 다수다.

대다수의 소방공무원들은 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내실 있는 건강검진과 더불어 소방 활동과 관련된 각종 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소방병원의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에서는 소방서마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를 두고 있어 처참한 현장에 다녀온 소방관은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사망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은 3일 이내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피닉스 소방서의 경우 의료진 21명이 소방관 건강ㆍ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상담ㆍ심리치료를 원하는 소방관만 시ㆍ도별 재난심리치료센터를 이용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이도 남의 눈을 피해 다닐 바에야 가지 않는게 낫다는 분위기가 만연 되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관련전문가들은 소방공무원들의 업무에서 겪을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단시간에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므로 소방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병원에서의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므로 국립소방병원의 설립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하며 또한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고 기자 g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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