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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칼럼] 거실제연, 이젠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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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훈 한국소방기술사회 총무이사 | 기사입력 2022/02/10 [11:05]

[엔지니어 칼럼] 거실제연, 이젠 제대로 하자

양성훈 한국소방기술사회 총무이사 | 입력 : 2022/02/10 [11:05]

▲ 양성훈 한국소방기술사회 총무이사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로 인해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엔 제연설비를 설치한다. 제연설비는 화재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을 배출하고 피난 경로로 확산하는 걸 방지하는 소방설비다.


그런데 소방 관련 종사자라면 이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누구나 동의할 거다. 관련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건 제연설비가 ‘화재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단순히 준공을 위한 설비로 전락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부속실 급기가압은 국정감사나 언론에서도 많이 지적됐다. 하지만 거실제연은 아직 문제점조차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거실제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젠 거실제연에 관한 문제점을 차근히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다.


첫째, 제연댐퍼는 에어타이트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에어타이트 댐퍼는 이름만 에어타이트 일뿐 그 기능을 갖추지 못한다. 댐퍼는 시험성적서를 근거로 판매되지만 무작위로 추출해 누기율을 시험해 보면 시험성적서 상에 명시된 등급을 만족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의 한 현장에 설치된 제품의 시험성적서에는 누설량이 2등급으로 돼 있었지만 별도로 누설량 시험을 한 결과 3등급도 나오지 않았다. 감히 예상컨대 대부분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건설사나 설비사에서 무조건 저렴한 댐퍼만 찾다 보니 이같은 저급 댐퍼가 계속 쓰이는 실정이다. 댐퍼 누설량은 세계적으로 UL이나 AMCA 기준을 많이 따른다. 우리도 이젠 글로벌 기준에 맞춰 시험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둘째, 건축물 층고 문제로 공조 덕트와 제연 덕트를 겸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럴 경우 공조 풍량에 댐퍼가 세팅돼 제연 시 제연 풍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하나의 제연구역에 설치된 배기구 전체의 배기량을 측정해 보면 설계기준 풍량의 60~70%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제연구역에 배출해야 할 연기량이 1만CMH라면 6~7천CMH 밖에 성능이 안 나온단 얘기다.


더불어 제연 배기휀의 흡입 측에 근접한 배기구의 풍량은 크지만 말단부 배기구의 배기량은 거의 측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제연구역에 설치된 각 배기구의 배기량이 배기구마다 차이가 크다면 플러그 홀링(Plug Holing) 현상 등 제연설비의 성능 확보가 어려울 거다.


이런 부분은 제연구역 전체 배기구에서 기준 배기량을 만족할 수 있도록 누기율과 손실률 등을 감안한 덕트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적 측면의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제연설비에 적용되는 모터의 신뢰성이 너무 떨어진다. 실제로 현장에서 설치하고 시 운전 기간에 버려지는 모터가 30%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모터가 1년을 못 가는 건 당연하다. 소방점검업체에선 제연댐퍼 점검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점검하면 할수록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는 모터가 점점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또한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이다.


거실제연과 관련해선 우선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고쳐가는 게 중요하다. 설계를 시작으로 시공과 유지ㆍ관리, TAB 등 분야에서 세부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성장해간다면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을 거다.

 

양성훈 한국소방기술사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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