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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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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기사입력 2023/01/25 [16:45]

[시사칼럼]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한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입력 : 2023/01/25 [16:45]

▲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민주공화국이란 대중이 주인이 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를 뜻한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에서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한민국 역시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게 과연 합당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은 과거 30년 동안 300배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신체적 성숙에 비해 정신적 성숙은 아직 미흡한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가 주도한 돌진적 근대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성숙한 시민문화의 부재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곳이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원왕국이다. 아무리 소수라도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면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들은 응급상황 시 도심지역 어느 곳에서든 환자 이송을 위한 헬기의 이착륙에 관대하다. 대한민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병원에 헬기가 이착륙할 경우 주민들의 폭발적인 소음 민원에 직면하게 된다. 얼마 전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도 이와 유사하다. 

 

모 대학의 한 교수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방음터널 방음벽 재질로 가연물을 쓰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외 어느 선진국에도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국가는 없다. 방음터널은 사실 민원왕국인 대한민국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구조물인 셈이다. 

 

주택가 한가운데 병원이 있으면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바로 인근 거주자들이다. 하지만 혜택을 누리면서도 환자 이송을 위한 헬기 소음은 극렬히 반대한다. 

 

방음터널도 마찬가지다. 주거단지가 먼저 들어서고 도로가 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로가 먼저 설치되고 그 주변으로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애초에 주거단지로 적합지 않은 지역이라면 도로에 방음터널을 설치하기 이전에 건물 구조나 배치를 바꿔 소음을 피하는 게 상식이다. 

 

화학산업단지 역시 다르지 않다. 외국인 엔지니어가 대한민국의 여수화학산업단지를 방문하고 놀라는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화학플랜트의 규모다. 두 번째는 주변에 인접한 상업시설과 주거단지다. 세 번째는 인근 주민의 민원이다. 

 

외국의 경우 화학플랜트의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 사고 위험성 때문에 주변에 상업시설과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일도 매우 드물다. 대한민국은 오히려 나중에 들어선 상업시설과 주거단지 거주자들이 강력한 민원을 제기해 기존에 있던 화학플랜트를 쫓아내 버린다. 

 

얼마 전에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국 55개소의 방음터널을 전수조사해 불연재질로 모두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 거다. 

 

방음터널을 지나가 본 사람은 대부분 경험했겠지만 매우 답답하고 환기도 안 된다. 더욱이 위험하기까지 하다. 위험을 가중시키며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스러운 방음터널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보강하기보단 공익을 위해 차라리 걷어내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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