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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잠깐 괜찮겠지?” 아차 하는 순간 화마가 영업장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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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3/03/20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잠깐 괜찮겠지?” 아차 하는 순간 화마가 영업장을 덮쳤다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3/03/20 [10:00]

매번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건 불조심, 그리고 안전에 대한 기본 수칙 준수다. 주변에 전열기나 연소 기구가 있다면 꼭 감시하면서 사용해야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전열기 또는 화기를 방치하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얼른 와야지’ 하며 자리를 뜨거나 다른 일에 집중할 때 불의의 사고는 슬며시 찾아든다.

 

예를 들어 연소 기구에 불을 켜 놓고 조리에 필요한 온도까지 오르길 기다리며 잠시 TV를 시청하거나 핸드폰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을 망각하고 몰입할 때가 있다. 특히 ‘잠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안전을 망각하는 순간 대형 재난으로 다가온다.

 

안전과 행복은 스스로 지키고 느끼며 가꿀 때 아름답다. 다른 이들이 내게 선물하거나 지켜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키며 미소를 찾는 거다.

 

우린 다른 이들의 미소를 보면 그들의 행복을 부러워하며 나만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행복이란 스스로 지키면서 만드는 거지 다른 이들이 내 행복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정신적으로 평온하다면 그게 행복이다. 행복은 크게 보이지 않고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그게 행복이라고 느끼거나 만족하지 못할 뿐이다. 안전 또한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곁에 있지만 느끼지 못하고 망각할 때 불의가 찾아든다.

 

화재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게도 찾아 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흡연 후 담배꽁초를 무심코 투척하거나 공사 현장에서 용접 후 불티 후처리를 소홀히 처리ㆍ간과할 때 화재는 조용히 찾아 든다. 불이 나면 신속한 진압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안전 수칙을 준수해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어떻게 진압하느냐, 왜 불이 났는가 하는 사후적 행위보단 안전을 생각하는 선제적 행위가 중요하다. 그러나 연간 화재 원인을 분석해 보면 매년 발생 건수가 부주의와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 순으로 되풀이된다. 아마도 현실은 안전을 외면하는 것 같다.

 

어느 해 겨울 음식점 화재

어느 해 겨울 오후 6시께 일반음식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덕트를 통해 연소 확대한 화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음식점 대표 박 씨가 영업을 준비하면서 주방에 설치된 튀김기 두 대 중 오른쪽 튀김기의 식용유를 교환하고 데우다가 발생한 화재다.

 

관계자에게 질문하라!

조사관: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관계자: 예. 괜찮아요.

조사관: 화재보험은 가입하셨나요?

관계자: 예. ○○해상에 가입했어요.

조사관: 식용유는 어떤 종류를 사용하나요?

관계자: 콩기름을 사용합니다.

조사관: 콩기름은 얼마나 들어가나요?

관계자: 한 깡통 들어갑니다.

조사관: 식용유 온도는 몇 ℃로 설정했나요?

관계자: 평상시 220℃로 설정하고 사용합니다.

조사관: 오늘도 두 대 모두 220℃로 설정한 후 작동했나요?

관계자: 아니오. 한 대만 켜 놓고 있었어요.

조사관: 튀김기를 켜 놓은 시간은 얼마나 됐나요?

관계자: 한 30분가량 됐을 거예요.

조사관: 튀김기를 작동시켜 놓고 계속 지켜 보고 있었나요? 무엇을 튀겼나요?

관계자: (머뭇머뭇) 테이블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사이 튀김기에서 불이 붙었어요.

 

대표자 박 씨는 영업을 시작하면서 튀김기 식용유를 교환하고  온도를 220℃로 설정한 후 작동해 놓고 주방에서 나와 테이블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마도 튀김기 작동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나 싶다. 30분가량 흘렀다는 것도 어쩌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화재실의 구조와 비교해 관계자 진술을 청취하라!

▲ [그림 1] 평면도


대표자 박 씨는 “홀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튀김기에 불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소방안전관리자 김 씨는 “자동화재탐지설비 화재수신반이 작동해 1층을 확인하던 중 ○○호프 대표 박 씨가 주방 튀김기 부근에서 불이 났다고 해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주방을 확인하니 주방 오른쪽 튀김기 부분이 강한 수열을 받아 심하게 변색했고 튀김기 상부 후드를 통해 반자 위 천장으로 연소 확대한 형상이 관찰됐다. 대표자 박 씨와 소방안전관리자 김 씨의 진술과도 일치하는 연소 형상이 확인됐다.

 

건물 외부로 출화 여부를 확인하라!

▲ [사진 1] 건물 외부


[사진 1]은 일반음식점 정면 출입구다. 건물 내부에서 화염이 분출한 흔적이나 연기로 그을린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건물 외부를 돌아보고 촬영하는 건 연소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2층이나 3층으로의 연기 이동에 따라 피해 발생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어 화재건물 외부에서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화재 현장은 다행히 외부에서 연소한 흔적이나 그을린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다.

 

내부를 확인하라!

▲ [사진 2] 홀

 

[사진 2]는 출입구에서 본 홀 전경이다. 전체적으로 연소 흔적은 식별되지 않고 안쪽으로 천장 일부가 파손된 흔적이 보일 뿐 화재로 인해 그을린 형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 [사진 3] 주방 앞


[사진 3]은 홀에서 주방을 바라본 형태다. 천장 일부가 파손됐으며 주방 출입문 상단에도 출화 흔적이나 그을린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주방 출입구 천장이 파손된 형태였다. 주방 입구 테이블 위에서 탄화물이 식별됐다. 탄화물은 천장에서 소락된 거로 확인했다.

발화지점을 확인하라!

▲ [사진 4] 연소 기구

 

주방 연소기는 탄화흔적이나 그을린 형태 없이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연소 기구 하단도 화염 전파가 없고 식용유통은 튀김기 하단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 [사진 5] 튀김기

 

주방 연소 기구 주변에서는 탄화흔적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오른쪽 튀김기 주변과 상단으로 연소 확대한 흔적이 벽면에 그대로 잔류해 있었다.

 

튀김기를 확인하라!

▲ [사진 6] 튀김기


주방에는 튀김기가 두 대 설치돼 있었다. ①번은 원형으로 탄화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②번은 벽면 타일과 직상부로 연소한 흔적이 관찰됐다. 이런 경우 튀김기 내부에 식용유가 얼마나 있었는지, 튀김기 설정 온도가 몇 ℃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온도표시부가 화재로 인해 소실 또는 잔류한다. 

 

▲ [사진 7] 튀김기 확인

 

이 현장의 왼쪽 튀김기는 원형으로 잔류했고 오른쪽 튀김기는 탄화한 형태가 확연했다. 이런 경우는 조사관 입장에서만 본다면 참 좋은 교보재일 것 같다.

 

튀김기 두 대가 있는데 한 대는 탄화하고 한 대는 그대로 보존돼 있다면 서로를 비교해 온도를 몇 ℃로 설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온도 조절 손잡이가 소손되거나 소실돼도 중심축이 비철금속 또는 철재이기에 두 대를 비교해 방향성을 확인하면 된다.

 

▲ [사진 8] 온도조절기

 

오른쪽 튀김기의 온도조절기 조작 레버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튀김기에 담긴 식용유 색깔이 노란색인 건 열에 노출이 적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 [사진 9] 온도조절기 설정 온도 확인

 

온도조절기 조작 레버를 확인하니 220℃였다. 노브(Knob)를 제거하고 중심축을 확인하니 [사진 8] 조작 레버 위치와 같은 형태였다. 대표자 박 씨의 진술과 온도조절기 설정 온도가 일치하고 탄화형태도 오른쪽 튀김기에 국한됐다.

 

[사진 9] 왼쪽을 살펴보면 노브 탄화형태는 왼쪽보다 오른쪽의 소훼 형태가 심하게 식별된다. 화염 전파 방향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연소 확대 경로를 확인하라!

▲ [사진 10] 후드

 

튀김기 직상부에 있던 후드다. 배출구 내부는 백화한 형상이 관찰되고 주변으로 검게 그을린 형태로 잔류해 있다.

 

▲ [사진 11] 천장

 

후드를 통해 천장으로 연소 확대한 형상을 띤다. 반자를 고정한 목재는 상단에서 하단으로 연소가 진행된 형태라 균열 정도는 상단이 넓고 하단이 좁게 식별된다. 이는 후드를 통해 반자 위로 연소한 뒤 반자 위 천장에서 연소한 형태다. 후드와 연결된 배출구가 모두 소실됐다는 게 특이했다.

 

후드 부분은 함석으로 설치돼 있었으나 후드 상단부는 가연재를 연결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 현장에서 후드 설비는 주방 연소기가 있는 직상부 부분만 철재로 돼 있고 반자 위로 보이지 않는 부분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1)으로 설치돼 연소 확대 과정에서 모두 소실된다.

 

이 화재 현장에서도 PP로 연결돼 모두 소실된 것으로 판단했다. 후드는 설치돼 있었으나 연결된 배출설비, 즉 함석 덕트가 없어 연소 확대가 쉽게 이뤄진 형태로 판단했다.

 

발화지점과 연소 확대 경로를 확인하라!

신고자이며 대표자 박 씨가 출근해 주방 튀김기 두 대 중 한 대의 식용유를 교체한 후 영업 준비를 하다가 주방 오른쪽 튀김기에서 불이 붙었다는 진술이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김 씨는 자동화재탐지설비 화재수신반이 동작해 1층을 확인하던 중 ○○캐슬 호프집 박 씨가 주방 튀김기 부근에서 불이 났다고 말해 소화기로 초기 진화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호프집 주방 튀김기 두 대 중 오른쪽 튀김기 부분에서 강한 수열에 의해 발생하는 타일 박리와 주염흔이 식별된다.

 

최초신고자 박 씨와 소방안전관리자 김 씨 진술이 일치하는 거로 볼 때 발화지점은 주방 오른쪽 튀김기에서 발화한 후 상부 후드를 통해 연소 확대하고 천장 내부 주방 후드와 연결된 PP를 통해 또 한 번 연소 확대한 화재로 판단했다.

 

조사내용을 종합하라!

어느 겨울 ○○프라자 1층 ○○캐슬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다.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주염흔, 집중 탄화된 지점 등을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정했다.

 

호프집 주방 튀김기 두 대 중 오른쪽 튀김기 부분에 한정된 강한 수열이 식별되는 점, 주방 벽면 타일 박리와 그을린 형태가 식별되는 점, 최초신고자의 진술과 목격자의 진술ㆍ연소 패턴이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발화지점은 주방 오른쪽 튀김기로 판단했다.

 

튀김기를 작동시켜 놓고 TV를 시청하다가 튀김기 작동 사실을 망각해 장시간 튀김기가 과열됐고 식용유가 분해되며 가연성 가스가 발생해 발화온도 이상 과열로 착화ㆍ발화한 화재다. 단순한 부주의보다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화재로 판단했다.

 

 


1)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의 중합(重合)과 같이 순수하게 만든 프로필렌 가스를 용제 속에서 특수한 유기 금속의 촉매로 상온, 상압에서 중합해 만든 수지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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