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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생은 ‘고통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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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기사입력 2023/12/29 [16:06]

[기고] 인생은 ‘고통의 바다’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입력 : 2023/12/29 [16:06]

1800년대 미국 가로등엔 고래기름이 사용됐다. 고래기름은 그을음이나 악취가 없는데도 매우 밝은 빛을 내 연료로 사용됐다.

 

미국의 증기선들은 고래를 찾아 전 세계를 누볐다. 일본의 개항도 고래잡이와 관련이 깊다. 미국 페리 제독은 증기선 석탄을 공급할 수 있는 기항지 확보를 위해 1853년 일본 요코하마에 들어가 강제로 일본을 개항시켰다.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방인 낸터킷은 포경 산업의 중심이 된 도시다. 고래잡이로 성황을 이뤘다.

 

당시 칠레 남부 모카섬엔 난폭한 향유고래가 있었다. 모카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고래는 포경선을 보면 도망가기는커녕 다른 고래들을 지켜주려는 듯 포경선의 작살을 자기 몸으로 막아내곤 했다.

 

몸길이가 21m가 넘는 모카딕은 결국 작살에 맞아 죽었다. 모카딕을 해체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고래기름과 용연향, 19개의 작살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모카딕에 대한 목격담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허먼 멜빌의 유명한 소설 ‘백경(Moby Dick)’은 이 모카딕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포경선원이었던 허먼 멜빌은 어느 날 모카딕의 공격으로 침몰한 포경선 에식스호의 얘기를 전해 듣는다. 그는 에식스호의 유일한 생존자 니커슨을 찾아가 그의 생존기를 듣고 이 소설을 썼다.

 

그는 소설에서 니커슨을 이스마엘로, 모카딕을 모비딕으로, 에식스호를 피쿼드호로, 일등 항해사 오언 체이스를 스타벅으로 바꿨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소설 ‘백경’을 좋아했다. 그가 원래 생각한 브랜드명은 스타벅이 아니라 포경선인 피쿼드(Peaquod)였다. 하지만 음료 브랜드 이름이 오줌(Pea)과 감옥(Quod)를 연상시킨다는 주변의 만류로 소설 속 일등 항해사의 이름인 스타벅으로 대신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이스마엘 중심의 일인칭 작가 시점으로 쓰였다. 이스마엘은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였는데 새로운 희망을 찾아 바다를 향해 눈을 돌려 에식호에 서둘러 탑승한다.

 

당시엔 출항에 앞서 선장이 자신의 배 앞에 서 있는 관례가 있었다. 선원들이 자신의 생명을 맡길 선장의 면모를 확인하고 배에 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뜻이었다. 당시 에이 허브 선장은 한쪽 다리에 고래 뼈로 만든 의족을 하고 있었고 이글거리는 광기로 불타오르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메이플 신부는 무모한 열정에 사로잡힌 선장의 배에 오르는 선원들을 보며 ‘바다에 도전하는 자는 영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엘리야라는 사람은 이 배에 탑승한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게 될 거라는 불안한 예언을 한다.

배엔 에이허브 선장과는 반대의 성품을 지닌 냉철하고 이성적인 스타벅이라는 일등 항해사가 있었다. 스타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배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에이허브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또 고래를 무서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에이허브의 맹목적인 원한과 복수심을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항해 중 모비딕을 만난 에이허브는 스타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비딕과 사흘 낮과 밤 동안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첫째 날과 둘째 날 보트 여러 대가 파괴되고 선원들이 죽어갔지만 에이허브의 분노와 집착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이스마엘을 제외한 모든 선원이 죽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도서관에서 문학 코너가 아닌 수산업 코너에 꽂혀 있었다. 책도 거의 팔리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진 멜빌은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세관 직원이 됐다. 그의 첫째 아들은 18살에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둘째 아들은 35살에 캘리포니아에서 객사했다. 1891년 72세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작가로 인정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사후 백경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로서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이 됐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미국 문학의 대명사가 됐다. 미국 대부분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집을 떠나 독립하는 아들을 위해 ‘백경’을 선물한다.

백경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백경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악의 화신으로 보기도 하고, 에이허브 선장은 고대 이스라엘의 폭군 아합왕을 상징하며 자연의 위대함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광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에이허브에게서 인간의 위대함을 봤다. 모든 게 허망하게 끝날지라도, 그간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라도,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도전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봤다.

 

에이허브는 말한다. “죄수가 벽을 깨부수지 않고선 밖으로 나갈 수 없듯, 백경은 내게 벽이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친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이 밧줄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밧줄 하나만을 의지한 채 모든 게 비극으로 끝날 걸 각오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외치며 모비딕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한다. ‘고통의 바다’라는 뜻이다. 살아간다는 건 그 고통의 바다에서 보물섬을 찾아 항해하는 것과 같다. 모든 걸 걸만한 위험이 없는 삶이란 아무런 가치가 없다.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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