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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 피로도 관리… 질 높은 구급 서비스로 이어진다- 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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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4/05/02 [10:00]

구급대 피로도 관리… 질 높은 구급 서비스로 이어진다- Ⅳ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4/05/02 [10:00]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은?

1. 일본 소방의 구급대 관리

한국과 가장 비슷한 구급 환경을 가진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지방공공단체 소속 소방 조직에서 구급대를 운영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구급차 이용 요금이 무료다.

 

고령 환자나 비응급 환자가 많이 이용해 ‘도쿄 택시’라는 웃지 못할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사카부에서는 비응급 환자가 전체 환자의 6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소방도 예산에서 자유로운 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구급대보다 장비 면에서 약간 부족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펌뷸런스에서 사용하는 일반형 제세동기를 적재하고 다니거나 하늘색 일회용 가운을 계속 입고 다니기도 한다. 

 

인원도 여유 있는 편이 아니어서 구급구명사 1인이 의무적으로 탑승하는 걸 제외하면 운전원이나 구급대원은 전문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도시의 경우 출동 건수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2018년 도쿄도 내 구급차 중 연간 3천건 이상 출동하는 구급대가 191대, 약 74%로 대부분 격무 구급대임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섬 지역이나 시골 지역, 일부 출장소에서는 평일 주간에만 구급대를 운영한다. 구급대원이 없어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3주 정도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준 구급대원으로 구급차에 탑승하거나 2인 탑승을 하기도 한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일본은 구급대를 늘려 출동을 많이 나가는 것보다 현재 인원과 자원을 활용해 구급대의 피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 다양한 형태의 교대 근무 도입

▲ [그림 1] 구급대원의 부담 경감을 총무성 소방청이 전국의 소방에 요청(출처 산케이 신문)

 

2015년에는 근무 중 구급대원의 교체 기준에 관한 검증이 진행됐다. 그 결과 활동시간이 15시간 30분이 넘으면 0시(밤 12시) 이후부터 오전 3시까지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0시에는 교대하거나 0시를 기점으로 활동시간이 11시간 27분을 넘기면 교체하는 게 좋다는 사실이 밝혀졌다.1)

 

이를 기준으로 일본 소방청에서는 2019년 4월부터 새로운 교대 방식(구급대 2팀 체제, 준 2팀제, 4명 배치제 등)이 도입됐다. 또 주간에 구급차에서 하차하는 건 피로도 저감에 효과가 없었고 야간에 하차하면 피로도가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는 총무성 소방청이 전국 소방본부를 대상으로 구급대원의 부담 경감을 요구하는 통지를 보냈다. 출동 횟수나 주행 거리를 바탕으로 일부 대원에게 피로도가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일본 소방청의 ‘구급대원의 노무관리’ 자료에 따르면 “구급대원 노무관리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732개 소방본부 중 구급 출동 건수가 많은 소방본부를 중심으로 20% 이상이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도쿄도 소방청에서는 1개 구급대에 4명의 구급대원을 배치해 1명씩 교대로 휴식하고 3명이 출동하는 ‘4인 배치제’ 방식이나 6명의 구급대원을 2개의 팀으로 나눠 특정 시간에 교대(구급대 2팀 체제)하는 방식을 운용 중이다.

 

아래 그림처럼 A팀과 B팀이 오후 6시~9시 사이 교대해 A팀 구급대원은 상황관리나 사무업무를 담당하고 B팀이 구급차에 탑승하는 방식이다.

 

▲ [그림 2] 구급대 2팀 체제. 특정 시간에 A팀과 B팀이 구급차에 교대로 탑승한다(출처 일본 소방청 구급대원의 노무관리).


도쿄도 내 다른 소방서에서는 출동이 많은 구급대와 적은 구급대가 매일 교대하며 탑승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구급대원의 평균 출동 건수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1년에 3천건 출동하는 A 소방서 구급대와 2천건 출동하는 B 출장소 구급대를 하루씩 교대로 근무시키는 형태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급대의 출동 건수가 2500건 정도를 유지하게 된다.

 

▲ [그림 3] A 구급대와 B 구급대가 1일씩 근무지를 바꿔 근무한다(출처 일본 소방청 구급대원의 노무관리).

 

3. 구급대 관리에 진심인 홋카이도 소방

겨울철 많은 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북해도)는 인구 510만명이 거주한다. 면적은 7만8470㎢로 대한민국(10만444㎢)보다 조금 작다. 홋카이도 소방은 구급대 체력 관리와 응급 환자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에는 도내 모든 구급차가 출동해 응급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틀이나 됐다. 일시적으로도 구급차가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이 수차례 있었다. 

 

홋카이도 내 출동 건수는 향후 수년간 10만 건을 넘을 거로 전망돼 현재 상태로는 현장 도착 시각이나 심정지 환자 구명률2) 향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란 예측이 나온다. 

 

홋카이도의 심정지 환자 구명률은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자체 조사결과 심정지 환자 발생 시 현장 도착 시각 6분을 기준으로 상태가 현저히 저하돼 최소 6.5분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홋카이도 치토세 소방에는 구급대 2개대가 배치된 소방서가 있는데 시간대별로 구급대를 교체하면서 출동시킨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8시까지는 A 구급대가 우선 출동하고 오후 8시부터는 B 구급대가 우선 출동하는 형태다. 

 

비슷한 형태로 A 구급대가 출동 3건을 나가면 휴식하고 A 구급대 휴식 중에는 B 구급대가 3건의 출동 후 휴식하며 교대하는 방식도 있다.

 

한국의 구급대는 2개대가 배치되더라도 2개대 모두 출동을 나가는 상황이 당연한데 일본에서는 모든 출동에 반응하는 것보다 구급대원의 체력 안배를 우선으로 하는 걸 알 수 있다. 

 

또 일본에서는 심정지 환자나 중증 환자의 경우 구급차 2대가 출동하는 다중 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펌프차를 활용한 PA 연계 출동(P 펌프차 + A 구급차)을 하거나 병원 의사가 탑승한 닥터카가 출동하는 특별구급대 시스템을 운영한다.

 

도쿄 소방과 마찬가지로 일근 구급대 2개대를 도입하고 있으며 ‘특설 구급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설 구급대는 2017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구급 요청이 집중된 상황에서 구급 자격을 갖춘 소방대원이 비상 구급차(예비 구급차)에 탑승해 구급 출동하는 방식이다. 

 

통계적으로 여름 7~8월이나 겨울철 폭설 상황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는데 출근한 직원 중 여유 인원을 활용해 구급 출동이 급증하는 시간대에만 운용한다. 온종일 특설 구급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구급대원의 체력 관리를 위해 더위 지수나 열사병 경계경보 등을 참고해 운용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 [그림 4] 삿포로시 소방본부의 구급대 부담 평준화 대책 (출처 삿포로시의 응급 업무에 대한 검증과 시책에 대하여)

 

같은 홋카이도 삿포로 소방에서는 구급대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출동 시간이 3시간 이상이면 심정지 등 특정한 사례를 제외하고 귀소 후 30분 동안은 휴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4인 배치제를 적용하는 구급대는 4명의 구급대원이 일정 시간별로 휴식하며 3명이 출동을 나가거나 심정지 같은 중증 환자의 경우 4명이 동시 탑승해 출동하기도 한다.

 

기관원의 경우 일정 건수의 출동을 나가면 교대하거나 격무 구급대와 비격무 구급대를 전환 배치하는 등 구급대의 출동 평준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가나가와현의 요코하마시 소방국에서는 구급대당 4명 또는 5명의 구급대를 배치해 3명은 출동하고 나머지 인원은 행정업무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렇게 일본에서 구급 2팀 체제나 4, 5인 구급대가 가능한 이유는 화재진압팀도 구급차에 탑승하는 걸 당연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일본은 공무원 신분인 구급대원이 근무 중 편의점에서 식사하거나 물건을 사는 걸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방본부에서도 근무 중 밖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사 먹는 걸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구급대원이 출동으로 인해 식사를 못 했을 때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는 걸 목격한 시민이 이를 SNS에 올리고 비판하는 사례도 많았다. 다행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구급대원이 병원이나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걸 비난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문구를 업소에 부착했다. 

 

홋카이도 소방에서는 2023년 10월 30일부터 구급대원이 편의점 주차장에서 휴식하거나 음식을 먹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젠 구급차 대시보드에 ‘식사. 수분 보충. 편의점 이용 중’이라는 패널을 올려두고 편의점 주차장3)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4. 일본 구급의 히트 상품 ‘일근 구급대’

▲ [그림 5] 시간별 구급 출동 상황(출처 일본 소방청 구급대원의 노무관리)

 

일본 소방청의 시간별 구급 출동 상황 그래프에서 보듯 구급 출동은 오전 8시부터 증가해 오전 10시부터 정오에 절정을 이룬다. 이후 오후 8시까지는 구급 수요가 유지되다 심야 시간에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장 도착시간 역시 주간에는 7.5분이 소요됐지만 야간에는 6.6분이 걸려 반응 시간도 주간 시간대가 느리다. 

 

일본에서는 주간 시간대 구급대의 출동 건수를 분산하고 응급 환자 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간 시간대에만 운용하는 일근 구급대(Day Time Ambulance)를 도입했다.

 

2019년 5월 17일 도쿄 소방청 이케부쿠로 소방서에서 최초로 시행한 일근 구급대는 육아나 건강상의 문제로 24시간 근무가 어려운 구급대원을 활용해 주간 시간에만 운용하는 구급 시스템이다.

 

구급대는 4인 1조로 편성되며 4명 중 2명은 여성 구급대로 배치되기도 한다. 여성 구급대원의 현장 활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 구급차와 전동 스트레처도 준비했다.

 

▲ [그림 6] 도쿄 소방청의 데이 타임 구급대 보도자료 중

 

실제 근무하는 구급대원들도 휴직하지 않고 근무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일근 구급대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는 주간 시간 구급대 출동 건수 저하와 응급 환자 대응 시간 단축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5. 그 밖의 방법

일본에서는 병원 간 이송도 소방 구급차를 이용한다. 이로 인한 응급 자원의 손실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 일부 지역 병원에서는 본원에서 치료를 원하는 경우 병원 구급차가 집으로 가서 환자를 이송하거나 병원 간 이송을 담당하기도 한다. 

 

구급 구명사의 업무 범위 확대와 더불어 많은 구급 구명사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병원 구급차를 타는 반가운 상황이다. 

 

구급대의 소모품을 구급대가 관리하지 않고 의료기기 납품 업체 직원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재고를 확인하고 소모품을 보충하는 방법을 도입한 소방본부도 있다.

 

SPD(Supply Processing and Distribution) 시스템은 병원에서 소비하는 물품의 조달과 구매, 사용, 보충 등의 업무를 일원화해 경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일본 소방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소방본부에 계약된 업자가 월 2회 소방서와 출장소를 순회하며 사용한 만큼의 소모품을 보충하고 유효기한이 지난 물품을 교체하는 등 재고를 관리한다.

 

효고현 고베시 소방국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소방국에서 SPD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사용실적에 따라 소모품을 보충해 사용 기한 만료로 인한 폐기를 대폭 줄일 수 있었고 소방서 담당자의 업무가 대폭 경감했다고 한다.

 

 


1) 레이와 4년 소방 과학 세이프티 리포트 제59호 ‘구급대원 피로에 관한 검증’

2) 일본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을 구명률로 표기한다.

3) 일본은 대부분 편의점에 화장실과 주차장이 있어 구급대가 활용하기에 편리하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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