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광주 동구 대의동 모 단란주점 화재가 발생하여 투숙객 10여명 등 진압 에 나선 소방관 4명이 온몸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또 일부는 구조작업 도중 유독가스 에 질식돼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화재 현장에서 화마(火魔)와 맞서 싸우는 업무의 성격상 소방관들은 크고 작은 위험 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숱한 화재사고에서 우리 소방관들이 그나마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온 것도 투철한 사명감과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이 같은 부상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든지 피해갈 수도 있는 부상과 위험을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후 되고 낙 후된 소방장비 때문에 당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안전을 위협하는 한계적 위험상황에 전 국민을 대신해 소방관들을 내보내면서도 위 험의 수위에 따라 당연히 보장돼야 할 안전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 도 국가가 사회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지난 7월26일 대의동 화재 당시 화상을 입은 소방관들은 방 화복 대신 방수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에 문제가 제기된다.
방수복이란 말 그대로 물만 막으면 되는 기능을 가진 옷임에도, 불을 끄는 현장에 불길을막아줄 수 있는 옷이 없어 물 막는 옷을 착용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 이라는 것이다. 또,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국내 방수복과 방수화의 경우 화염의 열기가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방염과 방열 처리가 잘된 방화복을 입어도 뜨거울 판인데 방수복이야 더 말할 나위 가 없을 것이며, 일반 고무로 만들어진 방수화는 화재현장에서 발바닥이나 종아리에 화상을 입히기 일쑤라는 것이 현장 소방관들의 공통된 지적 사항이다.
2001년 3월4일 홍제동 사고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연이은 부산 연제동순직 사고 로 행정당국과 소방국은 소방관에 대한 개인장비 보강 차원에서 방수복을 비롯 개인장 비 8종을 새로이 정비하고 보급하기로 했다.
그 결과 중의 하나로 방화복의 입찰이 말도많고 탈도많던 1년6개월의 긴 여정을 끝 내고 2002년 7월31일 입찰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제는 최종 입찰된 금액에 신형 방화복을 품질과 성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 도록 만들어 제날짜에 보급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끝없이 화두에 올랐던 새 방화복, 십 수년을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으로 뜨거 운 열기와 함께 힘겨운 화마와 사투를 벌려온 소방관들.
또, 1년6개월이나 미루어 오던 중 발생한 7월26일 대의동화재 사고시 방수복 착용 에 의한 소방관 4명의 2도 화상은 당국의 안일한 일 처리 때문이라는 비난과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행정당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화재 현장 에 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소방인력과 장비의 총체적 부실을 개선해나가는 실질적 노력과 개선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