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집중조명]고층건축물 피난설비 제도개선 ‘글쎄’

피난설비 기준 개선방안 연구결과 들여다 보니...
소방방재청 “양방향 피난구조가 가장 이상적” 판단
피난로 확보는 맞는 말인데 … 현실보단 이상에 가까워

광고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3/10/25 [13:31]

[집중조명]고층건축물 피난설비 제도개선 ‘글쎄’

피난설비 기준 개선방안 연구결과 들여다 보니...
소방방재청 “양방향 피난구조가 가장 이상적” 판단
피난로 확보는 맞는 말인데 … 현실보단 이상에 가까워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3/10/25 [13:31]
건축물 11층 이상 부분에 피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회 차원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와 관련한 소방방재청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보고서 내용과는 별개로 건축법 개선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피난설비 도입을 회피하고 있어 일대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까지도 소방관련법의 사각지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고층건축물의 피난설비 부재 문제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일각에서 고층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안전성을 고려해 건축물 11층 이상 부분에도 피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들어 전문가들을 통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피난설비 기준에 관한 개선방안 연구 결과를 관련 제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최근 이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가 나왔지만 보고서 내용과 달리 소방방재청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으로 따가운 눈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방방재청에 제출된 이 최종 보고서에는 건축물의 양방향 피난로 확보가 어렵다면 피난설비를 도입해서라도 피난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고층건축물에 피난설비를 도입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고층건축물의 피난대책은 양방향 피난로 확보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이미 건축법으로 방화구획을 설치토록 해 입주민의 안전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고 필요시에는 피난설비를 방화구획 내부에 설치하도록 국토교통부에 제안해 보겠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입장이다.

11층 이상에서 피난설비를 이용할 경우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선진 외국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이 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건축물의 현실성을 배제한 것이라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소방방재청에서 실시한 이번 연구용역은 크게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11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피난설비와 장애인 등 노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피난설비 기준의 개선방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1층 이상 층에서 피난기구를 사용하는 피난방식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봐도 없다. 그 이유가 피난기구 자체가 피난수단의 기본이 아니고 오로지 긴급 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피난은 건축물에 설치되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며 우리나라 역시 법으로는 2방향 피난동선 구조를 확보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법과 건축법 등 다양한 피난안전기준이 적용되면서 1방향 피난동선 구조가 생겨나게 되고 공동주택 대피공간의 예외규정 및 시설별 피난설비 운영관리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소방법이 규정한 소방시설 설치대상 소방대상물에 대해서는 피난계단의 복수 설치로 양방향 피난로 확보 원칙을 확립하고 1방향 피난동선 구조가 발생되지 않도록 막다른 복도의 길이를 6.1m로 제한하도록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법이 정하는 대피 공간 설치 예외규정을 폐지하고 2층 이상 층에 2㎡ 크기의 대피 공간을 설치토록 하며 대피 공간 내에 피난 층이나 지상 층으로 연결되는 승강식피난기 또는 내림식사다리와 같은 피난보조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 등이 출입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에도 현실적인 피난안전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았다.

장애인 등의 경우 피난특성상 화재 시 수직이동피난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수평이동을 통한 피난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2층 이상 층에 설치된 사회복지시설의 생활시설이나 이용시설은 경사로를 통한 2방향 피난동선을 확보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 별도의 대피공간을 설치하고 대피 공간 내에서 지상 층으로 연결되는 경사로 또는 피난용승강기, 승강식피난기 등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피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신개발 피난기구 도입의 효용성과 건축법 및 소방법 등 관련법의 일원화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신개념 피난기구의 등장은 대형화 및 고층화되고 있는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기술발전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피난기구나 피난시설은 종류와 관계없이 국가기관이 안전성 검증을 거친 소방용품으로서 성능인증된 제품이라면 건축법이나 소방법에 관계없이 설치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양방향 피난로 확보가 최선’

지난 9월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김상희 의원은 11층 이상의 특정소방대상물에도 피난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10층 이하의 특정소방대상물에는 피난기구의 설치가 의무화 되어 있다. 하지만 11층 이상의 특정소방대상물에는 피난기구의 설치가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되어 있어 실상 피난기구가 설치되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상희 의원은 당시 “11층 이상의 특정소방대상물에는 현행법상 피난기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보니 이곳에 입주하거나 이용을 하는 국민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민의 재난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1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에도 피난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관련 전문가 및 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에서 피난설비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방재청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박성열 계장은 “건축물에서의 피난은 피난계단과 피난통로와 같은 피난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건축단계에서 피난계단 등을 복수로 설치해 양방향 피난로를 형성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열 계장은 또 “피난기구는 정상적으로 피난로를 이용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며 “10층 이하에서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11층 이상에서 이용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피난기구를 수용할 경우 피난계단과 같은 피난시설 설치 회피수단으로 악용되어 자칫 양방향 피난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성열 계장은 현재 개발이 완료되어 상용화 되고 있는 승강식 피난기와 내림식 사다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상적이라면 승강식 피난기와 내림식 사다리의 경우 건축법상 대피공간 내부에 설치되어야 하는 설비다”며 “현재 건축법상 내림식 사다리를 설치하면 대피공간을 면제토록 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제도며 이번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개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승강식 피난기와 내림식 사다리는 국가화재안전기준에 피난기구로 등재돼 있는데 이 또한 오류”라며 “이 제품들은 건축물 구조를 변경해야 설치를 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피난기구가 아닌 건축설비 또는 시스템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방향 피난로가 좋지만 현실과는 다소...  

고층건축물 피난설비 도입에 대한 소방방재청의 이 같은 정책방향이 알려지자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피난설비를 제조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A씨는 “건축물 피난에 있어 비상계단을 활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긴 하지만 최근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 대다수가 편의성 및 경제성, 활용성 등이 우선되어 다양한 평면계획과 구조적인 형상을 가지게 된다”며 “다양한 건축계획 및 설계에 따라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비상계단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계단 만으로 완벽한 피난로를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소방방재청은 현재 10층 이하에서 사용되고 있는 완강기 등과 같은 피난기구도 안정성을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인증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소방방재청이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박성열 계장은 “완강기와 같은 피난기구 자체가 안정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며 “건물 외벽을 타고 줄 하나에 의지해 지상으로 대피하는 것보다 비상계단을 통해 안전하게 지상으로 피난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안정된 방법이라는 의도였는데 왜곡되어  잘못 전해진 것 같다”며 이를 해명했다.

장애인 등을 위해 고층건축물에 피난설비의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측에서도 소방방재청의 입장에 난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 최종보고서는 장애인 등 이용자 특성에 따른 피난시설 설치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결론 짖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피난설비 도입이 어렵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성열 계장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련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장애인 등을 위한 피난설비가 개발됐다 하더라도 설비의 안정성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양방향 피난로 확보가 필요하다며 피난기구 도입을 회피하는 소방방재청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도 곱지않다.

소방기술사이면서 현재 모 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한 전문가 B씨는 소방방재청의 정책방향이 고층건축물의 피난대책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현실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B씨는 “최근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10층 이하로 지어지는 건축물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며 “피난설비가 가장 필요한 곳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지만 특성상 양방향 피난로 확보는 매우 어려운 실정으로 피난설비와 같은 대체 설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화재 시 거주자가 현관 밖에 있는 피난로를 찾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고 그곳으로 나가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방화구획 내부에서 지상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설비를 설치토록 제도를 개선하는게 바람직할 것”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광고
[기획-러닝메이트/KFSI]
[기획-러닝메이트/KFSI] 고객 요구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는 ‘고객관리과’
1/6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