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화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화재는 주거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중 37%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와 재실자 부재 등의 이유로 세대 내부에 대한 소방시설 점검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청은 반복되는 아파트 화재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한 피난ㆍ안전대책과 관련해 제도개선뿐 아니라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개인 주거지인 세대 내 소방시설은 외부인(소방시설관리업체)에 의한 점검이 어려운 만큼 실효성 있는 세대 점검을 위해 2022년 12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후 민ㆍ관이 소유자나 점유자, 관리자 등 아파트 관계인이 자율적이고 철저하게 소방시설을 유지ㆍ관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자체점검 관련 사항 중 공동주택(아파트)의 세대 점검이다. 공동주택 아파트(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포함)는 주택으로 쓰며 층수가 5층 이상인 주택을 말한다.
소방시설 점검 주체는 ▲관리자(관리소장, 입주자대표회의, 소방안전관리자) ▲입주민(세대 거주자) ▲소방시설관리업체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소방시설관리업체에게 점검을 맡길 경우 관리자가 입주민에게 미리 공지하고 세대별 개방 일자를 파악한 뒤 해당 업체에게 알려주도록 규정됐다.
공동주택 아파트 관리자 또는 입주민은 2년 이내 소방시설 등을 점검하고 작동기능점검만 진행하는 공동주택은 1회 점검마다 전체 세대수의 50% 이상, 종합정밀점검의 경우 전체 세대수의 30% 이상을 하도록 계획을 수립ㆍ수행해야 한다. 또 세대별 점검 현황은 2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는 입주민 스스로가 소방시설에 대한 유지ㆍ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소방시설 외관 점검표를 통해 직접 점검하면서 ‘우리 집 화재는 나와 우리 가족, 이웃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세대 내 소방시설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인식 역시 중요해졌다.
개정 이후 입주민들로부터 소방시설을 직접 점검하면서 “소방시설이 정상인지”, “문제는 없는지”, “우리 집엔 왜 이 소방시설이 없는지”를 묻는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 소방 점검 전문가로선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필자 역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매년 아들, 딸과 소방시설 점검을 함께 해본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며 “우리 집 소화기 바늘이 초록색에 와 있나”, “감지기는 방마다 다 있네”, “우리 집 소화기는 정상”이라며 관리사무소에 점검표를 제출하고 뿌듯해하던 초등학생 딸이 생각난다.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이하 관리협회)는 입주민들이 소방시설 점검을 알기 쉽도록 소방청과 ‘공동주택 소방시설 세대점검 동영상’을 공동으로 제작했다. 관리협회 누리집은 물론 유튜브, SNS, 아파트 관리 플랫폼인 아파트아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또 개정 법령 시행에 발맞춰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세대 점검 표준품셈 제정을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관리협회와 소방시설관리업계는 안전한 주거 공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소방시설 자체점검 품질을 높여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노력하겠다.
이기훈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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