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1층에 주차된 벤츠 차량이 폭발하는 모습을 뉴스 영상으로 본 국민들이 ‘전기차 포비아’에 빠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 특히 예민한 아파트 거주자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면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불안감을 느낄 거다.
현재 전기차에 관한 법은 충전기 설치 의무만 규정하고 있다. 안전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 주택에는 전체 주차면의 5% 이상의 충전시설을 확보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안전에 관한 언급은 없다.
서울시에서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7월 1일부로 발효됐다. 다른 지자체 역시 경북과 인천, 부산, 충남 등에서 서울시와 유사한 내용의 조례를 입법한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서울시 조례는 전기차 화재 대책의 국가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거다.
서울시 조례 제5조(안전시설 설치기준)에는 전기차 화재에 관한 안전설비 규정이 담겨있다. 물막이판과 질식소화덮개, 전용 열화상 카메라, 충수용 급수설비, 상방향 직수장치 등에 관한 내용이다.
아파트 지하층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의 진화 공식은 상방향 직수장치를 차량 하부로 밀어 넣은 뒤 배터리의 열폭주를 지연시키고 질식소화덮개로 산소 공급을 차단해 화기를 진정시키는 거다. 그다음 지상으로 차를 꺼내 물막이판에 물을 채워 담그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한다.
준공을 앞둔 아파트단지는 준공 전 질식소화덮개와 물막이판, 상방향 직수장치 등을 전기차 충전구역 인근에 배치해 소방대 출동 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방향 직수장치와 질식소화덮개는 전기차 충전기와 주차공간 가까이 두고 물막이판은 지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게 효율적이다.
아파트의 경우 전기차 충전설비와 주차공간은 지하 최저층에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소방대의 접근 용이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지하 1층은 층고를 높게 한다. 전기와 통신 케이블을 비롯해 수도, 난방, 급탕, 소화용 배관 등을 천장에 시공하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전기차 충전설비와 주차구역을 이곳으로 옮기는 건 어렵다.
따라서 지하 최저층에 위치하는 충전설비와 주차공간에 소방관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입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건축법’과 ‘초고층 재난관리법’ 등에서 규정하는 선큰과 같은 피난 직통 계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큰과 같은 피난 직통 계단을 활용하면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지하 최저층으로 접근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신속한 대피도 가능하기에 전기차 충전설비와 주차공간이 지하 최저층에 있어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지상 공원화 추세에 따라 전기차 충전설비와 주차공간을 지하에 설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하주차장과 지상 간 피난 직통 계단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공조설비의 내열ㆍ내화 기능을 강화하고 배기 용량을 좀 더 확대해 제연설비의 부족한 배연 용량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아파트 단지 관리 규약 제ㆍ개정 시 전기차 주차구역을 제한하는 것도 필수다.
청라 아파트 전기차 폭발 화재 사건을 계기로 범정부적인 전기차 화재 대책이 나왔다. 소방감리자 등 소방 엔지니어들은 정부 대책을 반드시 참고해 아파트 단지 전기차 화재 대책을 검토해보고 준공 전에 조치해야 할 사항과 준공 이후 조치해야 할 사항을 구분하는 등 효율적으로 전기차 화재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발주처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가이드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한다.
김광열 소방기술사(둔촌재건축 아파트단지 소방감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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