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구의 약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나라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파트 화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유사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바른 대피방법을 숙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간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화재 대피방법은 화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상이나 옥상으로 우선 대피하는 내용이 강조돼 왔다. 하지만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아 급히 대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무조건 대피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번지는 연기를 흡입해 당하는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 1명은 10층, 중상자 2명은 10층 이상 입주민으로 대피 중 피해를 당했다. 대피한 입주민 100여 명 중 79명은 연기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불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고 40여 분만에 꺼져 오히려 집 안에 대기하며 구조를 요청하는 편이 안전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같은해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서는 4층 입주민이 7개월 된 딸을 안고 바닥으로 몸을 던져 대피하다 숨졌다. 10층 입주민 1명은 가족들을 대피시킨 뒤 옥상으로 대피하던 중 연기를 마셔 목숨을 잃었다. 다른 입주민 30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는데 대부분 연기흡입으로 인한 피해였다.
최근 소방청은 이 같은 역대 아파트 화재사고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화재 피난행동요령인 ‘화재 상황을 살펴서 대피’를 안내하고 있다. 이는 발화 위치와 화염ㆍ연기 유입에 따른 대피 가능 여부 등을 판단해 상황에 맞는 대피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또 ‘아파트 관리자 화재 피난안전 매뉴얼’과 ‘아파트 입주자 피난행동요령’을 소방청 홈페이지(정보공개-업무안내-화재예방국)에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자 피난행동요령’에서 소개하고 있는 화재 상황별 대피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자택 화재 시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재 사실을 집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대피 시 승강기는 이용하지 않는다.
둘째, 자택 화재 시 현관으로 대피가 어려운 경우다.
이 때는 화재 사실을 동거인 등에게 알리고 대피공간이나 경량칸막이, 하향식피난구 등을 활용해 대피한다.
대피공간이 없다면 화염으로부터 멀리 위치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틈새를 막는다. 이후 119에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리고 구조를 요청한다.
셋째, 다른 세대 화재 시 자택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는 화재 사실을 실내 인원에 전파한 뒤 자택에서 대기하며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고 화재 상황을 주시한다. 또 119에 신고하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한다.
넷째, 다른 세대 화재 시 자택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유입되는 경우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화재 사실을 실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복도나 계단의 화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공간으로 대피가 가능하다면 대피요령에 따라 행동한다. 만약 대피가 어렵다면 실내 문을 닫은 뒤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구조요청을 한다.
119에 구조를 요청할 때는 현재 위치와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대피 중에는 비상벨을 누르거나 큰 소리로 화재 사실을 알리고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낮은 자세로 대피한다. 특히 현관문이나 계단실 출입문(방화문)은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닫고 대피해야 한다.
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한 건물에 거주하는 곳인 만큼 입주민 모두가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따라서 긴박한 화재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에 대피계획을 세워보는 게 필요하다. 만약 화재로 대피해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대피’가 아닌 ‘살펴서 대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 장정규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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