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Ka Mea Maʻi Ka Mua- Ⅰ2024 하와이 구급 정책 연수 후기‘O Ka Mea Maʻi Ka Mua1)
하와이
섬마다 소방과 구급 운영 부서에 차이가 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오아후(O’ahu)섬은 하와이 인구의 2/3가 거주하고 있으며2) 주도인 호놀룰루(Honolulu)가 이 섬에 있다.
보통 관광지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바로 이 오아후섬이다.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 등이 여기에 있다. 오아후섬의 면적은 1600㎢인데 제주도보다 약간 작고 약 100만명이 거주한다.
하와이주 소방 구급체계 가장 큰 하와이섬은 한국처럼 하와이 소방본부(Hawai’i Fire Department)에서 소방, 구급 모두를 운영한다. 마우이섬의 소방은 마우이 카운티 소방본부(Maui County Fire Department), 구급은 사설 구급 서비스 업체인 AMR(American Medical Response)과 계약해서 운영하고 있다.
오아후섬은 소방과 구급 조직이 별도로 분리돼 있다. 오아후섬의 구급은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부서에서 운영하며 4개의 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지역마다 구급대장이 배치돼 있어 구급대원의 관리와 일지 검토ㆍ결재, 대형사고나 다수 사상자 현장에서 구급 지휘를 한다. 차량은 21대의 ALS 유닛(전문소생구급차)과 4대의 구급대장차, 1대의 구급신속대응차, 1대의 BLS 유닛(일반구급차)이 있다.
많은 인구와 관광객 대비 구급차가 부족해 엄청나게 많은 출동에 시달린다. 호놀룰루 구급 서비스 부서의 구급대원은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을 근무한다.
2024년 3월 부산소방재난본부의 해외 정책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노심초사 기다린 결과 운이 좋게도 나와 심재헌, 박주화, 정보권 등 네 명의 구급대원으로 구성된 우리 팀이 선정됐다.
기쁨도 잠시, 항공편이나 현지 스케줄 등을 만들기 위해 하와이 현지에서 파라메딕으로 근무하는 김유승 선배님과 수십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5박 7일이라는 짧은 일정 안에 최대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사실 해외 정책 연수를 위해 생각했던 곳은 도쿄 소방청과 시애틀 킹 카운티의 메딕1,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부서가 있었는데 현장을 많이 다닐 수 있고 술기까지 직접 해볼 수 있는 곳 중 베스트는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부서였다.
미국의 다른 주와 비교했을 때도 하와이의 업무 범위(Scope of Practice)가 가장 넓은 편이었다. 구급차 탑승도 장시간 가능했다. 또 AMR 같은 대형 사설 구급 서비스업체까지 방문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최근 미국은 펜타닐 같은 마약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많고 총기 사고 등 치안이 불안한 곳도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하와이는 미국 내 다른 주보다 비교적 안전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출국일인 5월 7일이 됐다. 김해공항에서 모여 연결편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다시 몇 시간을 기다려 오후 9시 30분이 돼서야 호놀룰루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여기서부턴 인내와의 싸움이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래도 비행기는 여전히 태평양 위를 날고 있었다. 지겨움에 몸서리쳐질 무렵 부산에서 출발한 지 15시간이 지나 드디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 나와 계셨던 김유승 선배님과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시차 적응할 겨를도 없이 첫 번째 스케줄을 향해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와이에서의 이동은 박주화 반장님이 담당했는데 미국에서 운전을 처음 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했다.
DAY 1_ 2024.5.7. 총기 난사 다수 사상자 훈련 참관(Active Shooter MCI Drill)
미국은 총기가 합법화된 국가이기에 총기로 인한 다수 사상자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비교적 안전한 하와이에서도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총기를 사용한 다수 사상자 사고를 ‘Active Shooter MCI’라고 부른다.
최근엔 차량을 사용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차량 돌진(Vehicle Ramming Attack) 테러의 양상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11월 19일 중국에서도 비슷한 공격으로 35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중국은 대량 사상자 사고에서 사망자를 최대 35명으로 축소해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은 사망자가 있었을 거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사고가 점차 발생하는 추세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다수 사상자 대응을 위한 훈련을 꾸준히 진행한다. 호놀룰루에서는 경찰과 소방, 구급 부서에서 다수 사상자 훈련을 합동으로 시행한다. 이번 훈련은 경찰이 주관했는데 총기를 든 인질범이 경찰과 대치하며 인질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보안을 위해 훈련장 내부는 촬영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식별을 위한 조끼를 입혀줬다. 훈련은 실감 나게 진행됐다. 공포탄이 장전된 모형 총기를 사용해 5~7명 정도 사상자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를 조금씩 변경해가며 4~5회 반복했다.
훈련 중 누구도 뛰어다니지 않았으며 참여하는 모두가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경찰 주관하에 진행되는 훈련이었는데도 중증도 분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이 있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종료 후에는 즉시 감독관이 피드백하며 그 상황에서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질문했다. 참여자들은 그에 대한 답변과 토론을 진행했다. 감독관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참여하는 대원들과 토론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즉각적인 피드백 이후엔 다시 역할을 바꿔 반복 훈련을 시행했다. 보통 훈련은 1년에 한 번 진행되는데 화재 상황에서는 소방, 구급 다수 사상자 상황에서는 구급 부서에서 번갈아 주관한다. 모든 구급대원은 다수 사상자 훈련을 꼭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수 사상자 훈련이 20명 내외의 레벨2 규모 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렇게 10명 내외의 레벨1 규모의 다수 사상자 훈련을 짧게 반복해 훈련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119플러스 매거진>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2020년 2~9월호 참조). 훈련 준비에 적은 인원과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장점이 있어 반복 훈련이 가능하다.
실제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다수 사상자 사고는 10명 내외의 레벨1 규모 사고다. 소규모 사고에 훈련이 잘돼 있으면 레벨2 이상의 사고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거다. 어차피 레벨3 이상의 상황에서는 1개 구급대가 모든 환자를 분류하고 수집하는 게 불가능하며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럴 땐 방면에 따라 여러 개의 구급대가 동시에 분류하거나 진압대가 같이 분류하는 방법 등 현재 훈련 방법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하와이 고유 언어로 “아픈 사람이 먼저다”라는 의미이며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부서의 구호다. 2) 수도(Capital)와 같은 개념으로 하와이주(State)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2024년 5월 7일부터 13일까지 5박 7일간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본부와 호놀룰루 소방본부, 미국 최대 사설 구급 서비스 제공업체인 AMR 등을 방문하고 경험한 후기입니다. 정책 연수를 허가해 준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하와이에서의 모든 스케줄을 함께해주신 김유승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와이의 구급 정책 연수에 대한 문의 사항이 있거나 연수를 계획하시는 기관은 메일(taiji3833@korea.kr)로 연락 바랍니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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