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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속수무책’ 초대형 산불, 실효성 있는 전략은?… 머리 맞댄 전문가들

경북소방학교 주최ㆍ주관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 성료
막대한 산불 피해로 커진 대응체계 일원화 목소리… “소방이 맡아야”
119산불특수대응단 확대, 카모프 헬기 추가 도입 계획 밝힌 경북소방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는 계륵?…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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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 기사입력 2025/06/25 [12:44]

[이슈분석] ‘속수무책’ 초대형 산불, 실효성 있는 전략은?… 머리 맞댄 전문가들

경북소방학교 주최ㆍ주관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 성료
막대한 산불 피해로 커진 대응체계 일원화 목소리… “소방이 맡아야”
119산불특수대응단 확대, 카모프 헬기 추가 도입 계획 밝힌 경북소방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는 계륵?…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져”

김태윤 기자 | 입력 : 2025/06/25 [12:44]

▲ 지난 12일 경북소방학교 대강당에서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FPN 김태윤 기자] = 산불이 점차 대형화되는 가운데 초대형 산불에 대한 현행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일 경북소방학교 대강당에서 ‘초대형 산불과 소방 대응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경북소방학교가 주최ㆍ주관한 이날 세미나엔 이영팔 소방청 차장,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 이상무 경북소방학교장을 비롯한 전국 소방공무원과 산불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성열 본부장은 “이번 초대형 산불을 통해 재난의 양상이 기후ㆍ지형ㆍ환경에 따라 예측을 벗어나 더욱 복잡ㆍ대형화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며 “이는 곧 기존의 대응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금보다 더 입체적이고 전문화된 대응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가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학교장은 “초대형 산불 재난에 대한 소방의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이 자리에서 논의하고 고민한 내용들이 국가 정책에 반영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자로는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산불 대응 제도 개선 방안) ▲김명준 경북소방본부 재난대응과장(초대형 산불 대응체계 개선 방안) ▲김준호 전 경북전문대 항공전자정비과 교수(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 운용 사례) 등이 나섰고 관계 기관과 학자들이 참여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답 없는 현 체계, 최선책은 산불 대응 소방청 이관”

▲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 유튜브 ‘119안방’ 채널 생중계 영상 캡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국내 산불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산불 정책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지적한 건 ‘상충하는 관련 법률’이다. 황 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산불은 ‘산림보호법’과 ‘소방기본법’에 의해 각각 다뤄진다. 문제는 법의 상충으로 여러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황 소장은 “더 이상 부처 개별법에 얽매여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며 “가장 좋은 건 부처 개별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법령을 만드는 것이지만 법령 개정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산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한 재난이자 화재의 한 종류”라며 “실질적 작전 지휘 능력을 갖춘 재난전문기관이 현장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도록 하는 이 법을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산불 대응체계’도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는 게 황 소장 진단이다. 그에 따르면 산불 발생 시 이를 발견한 주민은 소방청에 신고하고 소방청은 다시 주관 부처인 산림청에 연락한다. 소방청은 즉시 출동하는 반면 산림청은 산불감시원이 현장에서 화재를 확인한 후에야 출동한다. 

 

황 소장은 “심지어 출동도 산림의 소유 주체를 구분해 국유림이면 산림청, 사유림이면 지자체가 나선다. 산불은 산림청 소관임에도 사유림엔 출동을 잘 안 한다”며 “물론 출동하는 산림청 부서도 있지만 대부분 안 하고 관계자들은 ‘거기 출동했다가 국유림에 불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는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산림청이 운영 중인 ‘산불 위험ㆍ확산ㆍ상황정보 시스템의 무용성’ 문제도 제기했다. 황 소장은 “산림청의 산불 정보 시스템은 지역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건 물론 확산 예측만 할 뿐 소방의 대응체계와 연계도 안 돼 있다”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은 산림청이 준 정보로 특정 지역에 가서 불을 사전 차단하거나 인명을 보호해야 하는데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정보가 생산되지도 않고 생산된다 해도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국민은 막연히 가장 우수하고 고도화된 산림청 시스템을 통해 정보가 공급될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점이 이번 의성 산불과 같은 피해를 야기한다”고 날을 세웠다.

 

‘형식적 교육ㆍ훈련’도 문제로 지적했다. 황 소장은 산림교육원의 산불조사감식요원 교육 운영 방식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의 산불방지 교육ㆍ훈련을 예로 들며 “이런 구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불조사감식요원 자격증은 3일간 이론 교육만 받으면 된다. 또 산불방지 교육ㆍ훈련은 대부분 퇴직 공무원이 강의하고 있다”며 “산불이라는 재난이 공무원에게 책임 의식을 부여하기는커녕 밥그릇화돼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황 소장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산불 대응 업무의 소방청 이관을 제시했다. 그는 “현 산불 대응체계는 답이 없다. 지금 이 체계로는 안 된다”며 “지금의 인력만으로 일원화하라는 게 아니다. 인원을 충원해 산불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선책으로는 소방청과 산림청 간 철저한 업무 이원화를 제안했다. 그는 “고도 200m 이하에서의 산불과 도시 화재는 소방청 업무, 나머지는 산림청 업무로 구분하고 그 비율만큼 예산도 명확히 구분하는 방안”이라며 “현 체계보다는 차라리 철저한 이원화와 책임운영을 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역설했다.

 

“소방 중심 대응 위해 경북형 산불대응조직 구축 추진”

▲ 김명준 경북소방본부 재난대응과장  © 유튜브 ‘119안방’ 채널 생중계 영상 캡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명준 경북소방본부 재난대응과장은 초대형 산불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현재 경북소방이 추진 중인 대책들을 소개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경북소방은 ‘경북형 산불대응조직’을 구축 중이다. 주요 내용은 119산불특수대응단 확대와 119산불신속대응팀 신설이다.

 

119산불특수대응단 확대는 북부권(울진)에 있는 기존 대응단에 동부권(포항)과 서부권(문경), 남부권(구미) 지대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이다. 경북소방은 여기에 임차 중인 5천ℓ급 카모프 헬기를 내년까지 2대에서 4대로 늘려 권역별로 분산 배치할 방침이다.

 

119산불신속대응팀은 22개 소방서 구조대와 직할 센터 대원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660여 명에 이르는 규모로 올 하반기부터 당번출동체계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경북형 산불대응조직 구축이 실현되면 경북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99%는 경북소방만의 자체 초기 진화가 가능할 거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대체 수원 확보’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경북소방은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경북 내 모든 저수지에 흡수관을 설치한 상태다. 또 관로 지도 공유와 수문 개방 협조 등을 통해 소화용수 확보를 용이하게 했다. 

 

김 과장은 “경북 내 12만여 관정을 소화용수 확보에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소방차량 접근이 가능한 대형 관정 현황을 파악하고 시군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소방 중심 산불 공동대응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과장은 “현재 TF팀을 구성해 야간 주불 진화와 잔화 정리, 급수 지원 등을 명확화한 진압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익보단 헬기 운용 역량 높이고 통합 운용해야”

▲ 김준호 전 경북전문대 항공전자정비과 교수(행정사)  © 유튜브 ‘119안방’ 채널 생중계 영상 캡처

 

특별 발제자로 나선 김준호 전 경북전문대 항공전자정비과 교수(행정사)는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의 국내외 운용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지형ㆍ경제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산불 진화엔 고정익 항공기보다 헬기 운용이 더 현실ㆍ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산불 진압용 고정익 항공기는 담수량이 커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진압할 수 있다. 또 인력ㆍ화물 수송 등에도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헬기에 비해 유지ㆍ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1~3㎞에 달하는 긴 활주로가 필요해 이착륙 환경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는 “재난 대응 목적으로 사용하는 고정익 항공기는 유사시 쉽게 이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공항은 이에 적합하지 않고 공항이 아닌 비행장은 2개소에 불과하다”며 “고정익 항공기를 도입한다 해도 기존 공항을 이용해야 하기에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지형적 특성이 고정익 활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국내엔 1만7천여 개의 저수지ㆍ호수가 있지만 이 중 규모가 작은 농업용 저수지의 비율이 99.3%에 달해 고정익 항공기가 담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정익 항공기를 운영하기 위한 대형 수원지와 막대한 운용 비용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헬기의 운용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며 “필요시 군 헬기 등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방안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산불 대응, 소방 이관 바람직하지만 우려점도”

  © 유튜브 ‘119안방’ 채널 생중계 영상 캡처

 

류상일 국가위기관리학회장(동의대 교수)을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는 ▲진형민 소방청 대응총괄과장 ▲권용수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이재열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이강렬 강원소방학교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황정석 소장의 발제 내용처럼 산불 업무의 소방청 이관 필요성에 공감하는 견해를 내놨다.

 

진형민 과장은 “산불을 포함해 불에 대한 지휘 경험과 현장 대응은 소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문적인 조직”이라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이 부분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소방청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방청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권용수 교수는 “불이라는 주제로 보면 가장 대응체계가 잘 돼 있고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소방이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산불 예방ㆍ복구 부분에서 소방이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맡을 건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소방의 책임이 과중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열 전 본부장은 “소방이 전부 가져오면 산림청과 시군은 현장의 책임에서 뒤로 빠져 나 몰라라 할 테고 결국 못했을 때의 모든 책임은 소방이 지게 될 것”이라며 “차제에 합의를 통해 필요한 예산ㆍ조직ㆍ인력 등을 충분히 가져오고 그 기반 위에서 대응 업무를 맡아야지 섣불리 지휘권만 가지고 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 경북소방학교가 주최ㆍ주관한 이날 세미나엔 이영팔 소방청 차장,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 이상무 경북소방학교장을 비롯한 전국 소방공무원과 산불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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