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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주수 방식을 통한 새로운 산불진압 방식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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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김수영 | 기사입력 2025/07/02 [10:00]

간헐적 주수 방식을 통한 새로운 산불진압 방식에 대한 고찰

국립소방연구원 김수영 | 입력 : 2025/07/02 [10:00]

국가적 절박한 현실,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31명이 숨지고 서울 면적 80%가 불탔다”

 

<119플러스> 2025년 5월호 ‘FOCUS’의 제목이다. 올해 봄 경남ㆍ북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관련해 그 어떤 설명보다도 우리 사회에 전달되는 무게감이 깊게 느껴진다. 국가의 대규모 산불 특징과 문제점, 개선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짚어냈기에 별도로 언급하진 않겠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사망 40명) 때부터 재난 현장을 다닌 관점에서 말한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세월호 사고나 화성 아리셀 사고, 이태원 사고 등은 옛날 재난과 달리 재난과 동시에 현장이 실시간 생중계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개인적으로 언론 속보를 접하면 습관처럼 실시간 올라오는 유튜브 관련 영상을 확인한다).

 

이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공포심과 무기력감을 심어 준다. 또 이런 상황을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지켜보며 ‘우리나라처럼 과학기술이, IT 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왜 빨리 사람을 구하지 못하지?, 왜 빨리 진압하지 못하지?’와 같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여기에 많은 지식인과 전문가가 TV 뉴스에 출연해 지금까지 재난 대응(대비)의 한계점과 개선대책을 언급하곤 한다.

 

그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이번 국가적 산불재난이 그간의 재난과 다른 점은 뭘까? 산불로 인해 역대 최대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 아닐까?

 

▲ 야간 산불 확산 보도(출처 MBC)

 

그간의 산불은 많은 면적의 산림이나 주요 문화재가 소실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산불은 주거지역 또는 도심으로 확산했다. 그런데 그냥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몇 개월씩 산불로 몸살을 앓다가 도심으로까지 번졌다는 걸 외신으로 지켜봤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존 화재진압 체계에서 장비의 한계점

이 글에서는 산불진압 장비 보강이나 인력 증원, 조직개편 등이 아니라 진압 기술에 제한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로봇을 이용해 진압하지 못하나? 인공비를 뿌려 진압할 수 없나? 

탱크 같은 진압 장비가 산에 올라가 진압하지 못하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소화탄을 장착한 드론이 불 속으로 들어가 진압할 수 없나?”

 

주변에서 많은 분에게 여러 의견을 듣는다. 일단 현실적인 제한성부터 언급하겠다.

 

#Case 1.

▲ 출처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 보고서 / ※조건[압력/노즐: 15㎏/26㎜, 노즐 구경: 34~36㎜, 32㎜/A-1, A-2급 펌프 등]

 

우리가 흔히 보는 소방차(펌프차/물탱크차)에 장착된 최대 주수장치인 방수포를 이용해 도심으로 접근하는 산불진압은?

 

⇨ 방수포의 고층도달 높이가 12~15층이라는 건 흔히 아는 내용이지만 수평 도달 거리는 80m 정도다. 또 저장된 용량만으로 방수시간(수량 소모시간)은 1분 44초에서 4분이다.

 

#Case 2.

▲ 출처 MBN / ※참조: (보도자료) “산불 현장 200m까지 들어간다”

 

▲ 출처 MBN / ※참조: (보도자료) “산불 현장 200m까지 들어간다”

 

Case 1과 같이 소방차에서의 주수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화 호스를 지상에서부터 길게 연결해 산불을 진압하는 방식은? 

 

⇨ 기존 소화 호스 길이가 길어질수록 여러 물리적 제한성이 있지만 주수할 땐 호스 내부 압력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200m 길이로 연장된 소화 호스를 사용해 산 중턱 경사진 곳에서 수평으로 10m 떨어진 불을 진압하려 이동한다면 혼자서는 고압의 기존 소방 호스 또는 산불 소방 호스를 이동시키는 게 쉽지 않다.

 

#Case 3.

▲ 고흥군 보도 내용(출처 뉴스핌)

 

드론에 소화탄을 장착해 산불을 진압하는 방식은 최첨단의 모습이다. 드론에 부착된 분말 소화탄 또는 가스계 소화약제 등 질식 효과를 동반한 방식의 소화약제는 밀폐공간이 아닌 개방된 데다가 국가적 대형산불을 발생시키는 강한 풍속 환경에서는 소화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강한 풍속 환경: 순간풍속 28㎧ ≒ 시속 100㎞

⇨ 대형산불로 인한 난류(상승기류) 발생 상공에서의 드론 조종의 어려움

 

#Case 4.

▲ 출처 매일신문


현재 우리나라의 산불진압 주력인 헬기는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는 운용할 수 없다. 헬기 바스켓(밤비 버킷) 방식은 조종사의 시야 확보가 필수다. 강풍이나 연기로 인한 시계 불량 시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제약으로 야간에 도심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해선 ‘대피 외에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산불 상당수가 야간 시간대에 확산해 주요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24시간 연속 대응 체계의 부재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산불 도심/주거지 접근 시 새로운 진압 방안

▲ 도심지역으로의 연소확대 산불 도식화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야간에 안동시로 산불이 접근했을 때의 상황을 간략하게 그려봤다. 특이한 점은 지상에서 투석기와 같은 장치가 산을 향해 물을 투척하는 모습이다.

 

국립소방연구원 산불 TF팀과 카이스트 재난과학연구소는 회전력을 이용해 로켓을 우주로 보내는 ‘스핀 런치’와 같이 회전력을 이용해 지상에서 도심으로 접근하는 산불에 주수하는 방식(가칭 ‘스핏 워터 젯’)을 PoC(Proof of Concept) 단계에서 검토하고 모형을 만들어 실현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 스핀 런치 개념도(출처 데일리 메일)

 

▲ ‘스핏 워터 젯’(가칭) 개념도

 

▲ 관련 개념 실현을 위한 협력 기술

 

이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하는 관련 기술이 많다. 원심력에 의한 안전성이라든지 주수되는 물 저항성 등 기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간헐적 주수 방식을 통한 기존 화재진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헬기를 사용하는 방식과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스핏 워터 젯’ 방식이 있다.

 

스핏 워터 젯은 물을 저장 장치에 저장하고 회전력에 의해 주수한 후 저속 시엔 중심부에서 용수를 주입하고 다시 설정된 회전 시엔 주수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의 저장 장치가 헬기 1대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 국내 산불진압에 사용되는 헬기와 스핏 워터 젯 용수 용량 비교

 

▲ 관련 개념 실현을 위한 협력기술

 

▲ 관련 개념 실현을 위한 협력기술

 

기타 간헐적 원거리 진압방법

 

국립소방연구원 TF팀은 스핏 워터 젯 외에 간헐적 방식에서 투석기와 Sling, 피칭머신 등의 방식을 통한 물 저장 용기의 투척 방식도 분석하고 있다.

 

물 저장 용기 재질과 화점의 타겟 지점 계산ㆍ확인 방법 등을 고려하면 지상에서 원거리의 산불 확산지점으로 지속해서 주수할 수 있다. 마치 군대의 포병기술과 유사하다.

 

간헐적 주수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산불 속에서 화재진압 대원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소화전 또는 소방차 장착, 지상 하천ㆍ저수지 위에서 계속 용수를 공급받으면서 간헐적 투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화 용수 용기가 단단한 물질이 아니라 고무 튜브 같은 재질이라면 정확히 타점이 아닌 산불의 화염(Flame) 상공 통과 시 용융되면서 내부 용수를 자동 투척할 수도 있다. 

 

도심으로의 산불확산은 건물화재와 달리 골든타임이 짧지 않다. 즉 이런 방식의 개발이 성공하면 도심으로의 산불확산을 예측해 몇 시간 동안 해당 장치를 해당 수원 지역에 설치한 후 주ㆍ야간 구분 없이 투척한다면 직접 산불을 진압하지 못해도 산불확산 속도를 저지할 수 있을 거로 예상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에 기존 패러다임은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까?”

최근 경남ㆍ북 대형산불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야간에 ‘대피 외에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현실을 바꾸려면 근본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서두에 언급했듯이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재난 대응 현장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진압할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만화 같은 얘기다. 어떤 선진국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간헐적 원거리 투척 방식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얘기했지만 아직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1단계도 아닌 PoC 단계다. 몇 년이 혹은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단년에 현장에서 실용화하긴 어렵다(최종목표: 투척거리 2㎞).

 

이미 다른 연구수행자가 산불 소화약제나 인공 호우 기술, 특수 장갑 장비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국가 연구기관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 현장에서 연구기능을 통해 어떤 방법도 모색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잠시 상상 속의 산불진압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혁신적인 발명이란 기존의 방식이나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발명을 의미한다고 한다.

 

거대한 골리앗의 장벽 앞에서 다윗의 돌팔매질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무시무시한 재난의 벽을 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먼거리 주수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국립소방연구원 산불 TF(김수영, 이부선, 최윤미)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국립소방연구원_ 김수영 : sykim00@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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