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연장 91%가 방화막 사각지대”… 국회서 공연장 화재 안전 세미나전문가들 “1천석 이하도 방화막 설치 의무화하고 기술 표준 마련해야”
[FPN 최누리 기자] = 화재 시 화염과 연기 확산을 막는 방화막 설치가 1천석 이상 공연장으로 의무화된 가운데 1천석 이하 중소형 공연장에도 관련 규정 적용을 확대하고 기술 표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1일 진종오 국회의원이 주관하고 임오경ㆍ박정하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한 ‘화재로부터 안전한 공연장을 위한 입법 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3년 5월 방화막 설치ㆍ성능 기준이 담긴 ‘공연법’ 관련 개정안이 시행됐다. 방화막은 공연장 화재 시 화염과 연기가 관람석으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하는 내화성 막이다. 관객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개정된 ‘공연법’ 시행령에 따라 ▲좌석 수 1천석 이상 ▲액자 모양의 건축 구조물을 설치해 무대와 객석을 구분한 구조 ▲방화막 작동에 필요한 공간 확보 ▲‘건축법’에 따른 구조 내력 기준에 충족하는 공연장 등은 방화막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다만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공연장은 설치 대상에 제외된다.
이날 세미나에선 김인준 국민대학교 교수가 ‘극장 방화막 설치 기준 강화의 사회적 수용도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또 서춘기 한양대학교 교수의 ‘화재로부터 안전한 공연장을 만들기 위한 법적 요건 강화의 필요성’, 정지영 신라대학교 교수의 ‘공연장 화재 안전기준 강화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인준 교수는 2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방화막 기준 강화에 대한 수용성 설문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국민 공감대 향상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방화막 성능기준 강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정책 수용도가 증가했고 사회적 약자 집단은 안전 정책에 직접적인 수용자로 정책에 대한 수용 태도가 강했다”며 “공연장 안전관리 집단은 방화막 정책에 매우 높은 지지를 보이는 등 사전 인식과 정보 제공 여부가 정책 수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감형 콘텐츠와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고 공연장 운영자와 공연 제작자, 안전 전문가, 정책 담당자 등 이해관계자가 모인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화재 대피 훈련과 관련 교육을 받은 집단일수록 방화막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가상 시뮬레이션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서춘기 교수는 1천석 이하 공연장도 방화막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수천명이 공연장을 찾기 때문에 불이 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모든 공연 건수는 3만1634건이다. 공연 회차로는 약 12만5천회, 관람객은 약 2224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액자형 무대가 설치된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클래식, 무용 공연 등을 관람한 방문객은 약 1200만명이다.
또 공연장안전지원센터에서 국내 1천석 이상 공연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방화막이 설치된 공연장은 64%, 이중 성능기준(프로시니엄 높이 10m 기준 30초 이내 비상 작동)을 충족한 공연장은 14%에 불과했다. 현행 기준이 대형 공연장에만 적용되면서 종소형 공연장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게 서 교수 지적이다.
서 교수는 “대부분 공연장은 계단형으로 경사각도를 유지하고 창문이 없는 형태라 화재 시 관객 스스로 대처하기 힘들다”면서 “공연장 대피로나 소화시설 위치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속한 대피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객 생명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우선 모든 극장에 방화막이 설치돼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연장 안전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정지영 교수는 공연 관련법에서 방화막 성능에 대한 기술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공연장은 보통 객석 규모로 분류한다. 소공연장은 300석 미만, 중공연장은 300~1000석, 대중공연은 1천석 이상이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공연장 1364곳 중 1천석 미만은 1238곳으로 전체의 90.7%에 달한다.
특히 공연장은 관객이 차례대로 입장하지만 퇴장 시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는 동선 특성을 보인다. 다른 건축물과 달리 층고가 높고 주무대 공간으로 형성되면서 화재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1천석 이하 공연장의 방화막 설치와 기술기준에 대해 논의될 시점이 다가왔다”면서 “현재 무대시설 안전진단 세칙에선 방화막에 대한 기술기준이 반영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공연장에 대한 강제방화막 KS표준이 제정됐지만 2023년 개정된 공연 관련법에선 방화막의 내압과 차연 등의 핵심 성능이 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법’ 시행령에서 KS표준을 준용한 방화셔터 성능기준처럼 공연 관련법 역시 KS표준을 적용한 방화막 성능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미나를 주관한 진종오 의원은 “이번 세미나는 중소형 공연장까지 안전기준이 적용되도록 설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기준을 정량화해 안전한 방화막이 갖춰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오늘 논의가 구체적인 입법과 예산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편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선 ▲최정흠 수원대학교 교수 ▲송재성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장 ▲최상규 군포문화재단 무대기술팀 무대감독 ▲박성진 롯데컬처웍스 무대감독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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