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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돌아왔다- Ⅶ

#7. 불완전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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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 기사입력 2025/12/03 [10:00]

오늘도 나는 돌아왔다- Ⅶ

#7. 불완전한 복귀

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 입력 : 2025/12/03 [10:00]

퇴근길, 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창밖엔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집으로 서두르는 발걸음, 동료들과 술 한잔을 나누려는 웃음, 간판 불빛 아래서 메뉴를 고르는 사람들.

 

어깨에 걸린 가방과 두런두런 들려오는 대화 속에서 문득 낯선 이질감이 밀려왔다. 세상은 분명 평화로운데 시선은 자꾸 다른 곳에 머물렀다.

 

골목 어귀엔 불길이 번진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고 신호등 아래에선 큰 사고로 도로가 한참 막혔던 기억이 스친다. 아파트 단지의 불 꺼진 창문을 보면 새벽마다 누군가의 삶이 조용히 멈춘 장면이 떠오르고 놀이터를 지날 땐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가는 거리지만 내겐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장이다. 불빛이 꺼진 자리마다 남은 냄새와 숨결이 도심의 공기 속에 묻어 있다.

 

그렇게 눈앞의 풍경엔 늘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다. 하나는 오늘이고 다른 하나는 어제다. 하나는 평화였고 다른 하나는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지나야 했던 자리였다. 차창 너머의 불빛이 번질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알 수 없는 무게로 내려앉았다.

 

며칠 전 장비함을 정리하다가 낡은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바닥은 닳아 윤이 났고 손목은 바람에 닿은 듯 희미하게 바래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조심스레 손에 쥐었다. 가죽의 표면엔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 장갑으로 수없이 운전대를 잡고 차가운 핸들 위에서 떨리던 손을 감쌌으며 때로는 구조현장에서 사람의 손을 붙잡기도 했다. 살아 있는 체온과 식어가는 체온이 교차하던 순간들. 그 감각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살려내지 못한 얼굴들, 끝내 막지 못한 사고들, 다시 돌아오지 못한 시간들. 그 장면들 앞에서 마음은 자주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지만 안쪽에서는 여전히 자책이 들끓었다. 

 

그날 밤, 장갑을 손에 쥔 채 복도의 불을 껐다. 차고로 스며드는 바람이 희미한 먼지를 일으키고 고요한 공기 속엔 엔진의 잔열이 남아 있다. 그 온기를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런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그 한마디에 오래 눌러뒀던 돌덩이가 천천히 풀렸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때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장갑을 다시 제자리에 넣고 그 위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복귀란 완전함의 증명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안고 다시 서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부서진 채로 돌아오지만 그 파편이 바로 살아온 증거다.

 

창밖에는 불빛이 이어지고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하루가 끝나고 있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길게 이어져 있던 복귀는 그제야 비로소 끝을 맺었다.

 

인천 계양소방서_ 김동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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