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해가 마지막 저물어 가는 12월 29일 밤. 대구 시내는 요란한 소방자동차들의 사이렌 소리에 묻혀 버렸고. 서문시장에서는 싯벌건 불꽃과 함께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기둥이 흩어져 일대를 뒤덮었다.
그날 밤 10시경. 서문시장 2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12월31일 까지 3일간을 비상소집 된 1.500명의 대구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맞교대를 해 가며 불과 싸워야만 했다.
화재 장소인 서문시장 2지구의 경우. 70년도에 지어진 지하1층. 지상3층의 노후 건물로서 내부구조는 길이가 120여 미터. 폭이 45미터의 광활한 밀폐형의 미로(迷路)로 되어 있었고. 특히 연말연시 의 대목 장을 위하여 각종 의류와 원단. 침구류 등을 과적해 놓아 소방 환경 이 극히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다 심야시간에 발생한 화재는 경비원의 화재 발생 신고 지연과. 스프링클러 설비 의 결함으로 화재 시 작동 되지 않아서 초동 진화에 실패 함 으로서 어려움을 격 게 되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달려간 초기 도착 소방관들은 건물 내로 진입 하여 유독 가스와 연기. 그리고 열기가 가득한 공간속에서 장시간동안 불 과 의 전쟁을 치루었으나 각종 화학 섬유 제품들이 타 들어가는 불길의 속도를 따라 잡기 에는 역부족인 상황 이였다고 한다. . 뒤 이어 도착한 소방관들 역시 1층. 2층. 옥상. 그리고 동. 서. 남. 북으로 포위 하여 진화 작전을 전개 하는 등 필사적으로 화재와 맞서 싸웠으나. 꽉 들어차 쌓여 있는 가연물질에 한번 붙은 불은 끊임없이 되 살 아나 방화닥트 를 녹여 버리고. 방화벽을 무너뜨려서 급기야 닥트를 따라 2. 3층으로 급속하게 번져 나감으로 써 노후 된 건물은 이를 견디지 못해 구조물 균열과 건물 붕괴로 이어 졌으며 결국 소방관 들이 건물 밖으로 후퇴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이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대구 소방본부 산하 7개 소방서와 경찰. 한전. 통신. 적십자 자원봉사 대원 등 무려 1.958명의 인력과 헬기를 비롯한 소방차량 116대가 투입됐으나 시장 2지구 전체가 피해를 당해. 소방서 추산 약 180억. 상인들 주장으로 는 수백억원 부터 1.000억원대 에 이르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며. 화재로 인해 재산과 생계를 이어갈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상인들은 소방서 앞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은 초기에 지하 식당가에서 20여명의 인명을 구출했고 주변. 상가로 번지는 불길을 최선을 다 해서 차단하는 데 주렸했다.
3일간 현장 맞 교대 를 해가며 화재 활동을 하는 동안 소방대원들은 누적된 과로로 인하여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날 현장 지휘관들이 화재 진압에 과욕을 부려 건물 내 로 무리하게 직원들을 진입시켰더라면. 유독가스와 건물붕괴 등에 의해 수 많은 순직자가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 했을런지도 모른다. 이것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각급 현장 지휘관들의 현명한 대처로 인해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한가지 만 으로도 현장 지휘관 들 에게 치하를 드리고 싶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화재 사건이후 상인들은“어떠한 사고도 우리들 책임이며 심지어 목숨을 잃을지라도 결코 책임을 묻지 않기로 서약 한다” 는 각서에 사인을 하고 폐허 속으로 들어가 불에 안타고 남은 물건들을 빼내다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건물 밑에서 팔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 소방관 여러분은 시장2지구 건물을 화재로부터 지켜 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죄인처럼 웅크리고 있지 말고 용기를 갖기 바란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제2의 서문시장 같은 화재사고가 발생 하지 않도록 나머지 재래시장 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미연에 예방조치를 할뿐 아니라 유사시 진압 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소방관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만의 일 이라도 행여 외부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소방관들을 희생 양 으로 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