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에서「호텔리어」라는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 호텔 종사원들이 겪는 애환과 남편과 사별 한 후 집안 살림만 하던 윤여정(배역을 맡은 탤런트)이 호텔 경영을 맡아 일선에 섰으나 자금에 쪼들리게 되자 이것을 기회로 삼아 호텔을 집어 삼키려는 기업 사냥꾼들의 음모, 공작 그리고 여기 얽힌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들이 박진감 있게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호텔 사장인 윤여정이 보여준 리더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이 이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하루는 이 호텔에 투숙한 불량 끼가 있어 보이는 한 남자 손님이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트집 잡아 종업원들을 괴롭혔다 그의 과격한 행동은 소란이라기보다는 난동에 가까웠다.
직원들이 사과를 하고, 말리다 못해 간부들이 동원되었고 급기야는 지배인까지 달려가 사과를 하고 설득해 보려 했으나 그는 막 무가내였다. 어떻게 보면 일부러 트집거리를 만들어 호텔을 골탕 먹이려고 작심 한 것 같기도 했다. 드디어 이 일은 사장에게까지 보고되었고 윤여정은 문제의 객실로 향했다.
객실에 들어서니 지배인을 비롯한 간부 사원들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그 손님은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윤여정은 그 손님에게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제가 사장입니다. 저희종업원들이 잘못해 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즉각 시정하겠습니다. 노여 움을 푸십시오.” 그러나 그 손님은 더욱 기고만장해서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서있던 윤여정은 천천히 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은 채 말했다. “손님,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제게 있습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노여움을 푸십시오.” 그 순간, 방안은 조용해졌다. 직원들은 눈을 크게 뜬 채 어찌할 바를 몰랐고, 소란을 피던 손님도 놀랐다. 호텔 사장이, 그것도 1급 호텔의 사장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다니?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것으로 문제는 수습 되였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첫째 : 경영자로서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 하는 것과 그 책임지는 자세의 진지함이다. 둘째 : 천금을 주고도 못 시킬 산교육을 직원들에게 시킨 것이다. 사장이 솔선수범 하는 그 모습에서 그들은 값진 교훈을 인상 깊이 얻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의 장면이 오랫동안 진한 감동으로 가슴에 남아 있었다.
감사원은 지방자치제 10년을 맞아 전국 250개 시. 도 와 시. 군. 구 자치단체에 대한 종합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실상은 그야말로 경악할 정도였다고 한다. 단체장들은 인사. 인. 허가. 지역사업 배정. 예산편성 등 중요 엄무 를 장악하고 있는 가히 “제왕적 존재”였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단체장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는 게 지방의 현실이라고 한다. 지방의회가 있다지만 많은 경우 의원들은 전문성과 정보에서 단체장과 집행부를 따라잡지 못한다. 행정, 재정, 복지산업 등 갈수록 전문성이 높아지는 문제들에 대해 의원들이 추궁다운 추궁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일부 지방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숙원사업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배정 받으려고 단체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판이다. 심지어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해 인. 허가나 단속 무마 등을 단체장에게 로비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체장과 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이다. 지역주의 탓으로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방의회에는 여당만 있지 야당다운 야당이 없는 것이다. 이러니 단체장들이 지방의회를 무서워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체장들에게서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이나 “책임지겠다” 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으나 대개가 공허한 장밋빛 공약들뿐이다. 그리고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그것이 곳 당선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공(功)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가 진다”는 것이 참된 리더의 표상이다. 그러나 잘못은 부하에게 미루고, 공은 “내가 차지하겠다” 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와 국가가 망가지고 있다.
더욱이 금년부터는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연봉 6천만원 ~ 7천만원이 지급된다고 한다. 내라는 세금만 꼬박꼬박 내야 하는 우리 서민들의 속은 속이 아니다. 숫덩어리처럼 까맣게 타버리고 말 았다.”책임지는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