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뚝 떨어져 곳곳은 얼어붙고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는 을씨년스러운 밤, 교직원들이 비상연락을 받고 모두 모여 걱정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한편, 화재가 발생한 곳(기숙사 4층, 408호) 주변 복도에는 소화전호스에서 뿜어져 나온 물로 흥건했고 화재감식반 및 소방대원들이 화재원인을 조사하는 모습과 방송용 카메라를 든 언론사 취재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불로 인해 더워진 공기를 더욱 달구고 있었다. 화재 당시, 방에서 불길이 보이자 즉시 이를 발견한 학교관계자는 신속하게 119로 연락을 하였고 비상상황을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직원들에게 비상연락을 하여 직원들의 4분의 3이 20분 내에 속속 학교에 도착하는 등 사건직후의 초동대처에 발빠른 행동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본인이 만나 함께 대화한 ○○○ 방송사 취재기자의 취재활동에 대하여는 몇 가지 제언하고 싶다. ○○○ 방송사의 ○○○ 기자는 화재현장에 있던 세 개의 소화기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시험하였고 따라온 촬영기자는 그 장면을 eng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소화기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기자는 수첩에 그대로 적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내가 그럴리 없으니 다시 한번 해보라고 독촉하자 함께 있던 전문소방대원이 작동시켜보았다. 그 중 하나는 소화에 사용되었던 빈 통이었고 나머지 두 개는 정상작동을 하였다. 소화기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쓰는 기사거리는 과연 어떤 내용이 될까? ‘○○이 젯밥에만 관심 있지 제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 속담에 굳이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또 하나 목격자 증언 청취태도이다. 화재사고에는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기숙사 상황을 잘 아는 담당자와 학교의 책임자를 도외시하고 아수라장 현장주변에 모여 있는, 관계없는 이들 사이를 누비면서 사전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질문으로 기사감을 찾고자 하는 취재기자의 어설픈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신문기사의 허구성을 목격한 것 같아 화재로 인한 안타까움보다 언론이 끼칠 수 있는 결과의 심각성에 더 마음이 무거웠다. 반면 섣불리 아는 척 하지 않고 기자가 묻는 물음에 담당자에게 문의하라는 교직원들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게 비쳤다. 한결같은 직원의 태도에 예상보다 정보가 적은 듯, 기자는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에 즈음하여 기자들의 오만과 무분별한 취재태도가 피재자들과 해당기관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고 지적되어 온 것이 비단 오늘, 내일만의 일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오로지 기사거리에만 혈안이 되어 피재기관과 피재자를 고려하지 않는 언론사의 준비성 없음과 무지(無知)한 작태는 마땅히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제언한다. 물론 현장에 와 보지 않고도 마치 다 안다는 듯, 책상에서 바로 기사를 쓰는 행위는 또 어떠한가? 따라서 취재기자도 이제 달라져야한다. 타 기관에 대한 겸손과 일에 대한 전문지식, 준비성 등이 갖추어지면 국민들로부터 살가운 사랑을 받고 취재에 적극 협조를 해 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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