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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걸핏하면 꺼놓는 화재경보시설, 대책은 없나

- “일단은 꺼놓자”… 삑삑 우는 골칫거리 화재경보시설
- 관련 제도 선진화되는데… 되레 커지는 오경보 우려?
- 70년대 수준 머무른 화재감지기, 안 바꾸면 “답 없다”
- 화재경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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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5/12/24 [13:36]

[긴급진단] 걸핏하면 꺼놓는 화재경보시설, 대책은 없나

- “일단은 꺼놓자”… 삑삑 우는 골칫거리 화재경보시설
- 관련 제도 선진화되는데… 되레 커지는 오경보 우려?
- 70년대 수준 머무른 화재감지기, 안 바꾸면 “답 없다”
- 화재경보설

최영,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5/12/24 [13:36]
▲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설치되고 있는 열감지기(차동식)     © 신희섭 기자

우리나라 건축물에 설치되는 화재경보시설(자동화재탐지설비)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경보시설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관련 규정까지 강화되자 관리적 측면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1월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취침 또는 숙박 형태 건축물 거실에는 반드시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으로 국가화재안전기준을 손질했다.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화재감지 반응속도가 느린 기존 열감지기 설치 규정을 연기 방식으로 개선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소방시설의 작동이력을 기록하고 이를 조회할 수 있는 ‘블랙박스’ 개념의 기록장치를 화재 수신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내용의 ‘수신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을 입안예고 했다.


이 규정도 빠르면 올해 중 개정이 완료돼 내년부터 생산되는 국내의 모든 화재수신기에는 모두 이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감지기 개선 정책은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에서 나타나는 화재의 조기 감지로 인명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또 수신기 기록장치도 건축물 소방시설의 부실 관리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비정상적인 관리 실태를 개선해 줄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이러한 선진화된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분야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연기감지기의 설치 확대로 비화재보나 오작동 등의 현상이 심화되고 관리자 측면의 책임도 한층 뚜렷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도 화재 상황이 아님에도 경보가 울린다는 이유로 화재 수신기 자체를 꺼놓는 곳들이 많은 실정이어서 앞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FPN)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우리나라 화재경보시설의 실태를 들여다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인지 짚어본다.


자탐설비의 고질병 ‘비화재보와 오작동’


화재감지기는 화재 시 나타나는 열이나 연기, 불꽃 등을 감지해 경보를 울려준다. 이 과정에서 실제 화재가 아닌 유사한 요인으로 화재 신호를 주게 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흔히 ‘비화재보’라 부른다. 고기를 굽거나 수증기로 인해 연기감지기가 작동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오작동은 수신기와 감지기를 잇는 선로나 기기 등에 결함이 생겨 이상신호를 발생시키는 기계적 문제를 일컫는다. 이 예로는 노후된 감지기의 감도 등 기능 문제 발생이나 선로 전류 이상 등에 따른 오신호를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화재경보시설의 비화재보와 오작동 배경에는 사용자의 인식 부재와 시설의 부실 관리, 설치환경 미 고려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비화재보와 오작동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문제를 최소화시키고 이상 신호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더 큰 문제는 화재감지기술이 발전되고 제도도 개선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화재경보시설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화재보나 오작동 등의 현상이 발생될 경우 무작정 화재경보시설 자체를 꺼 놓는 현실이 그 단적인 예다.


제도 개선, 되레 시설 차단 문제 키울까


우리나라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이 경보가 울리지 않도록 중지시키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수신기의 기능 자체를 중지해 놓은 시설물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경기도에 위치한 실제 한 아파트의 화재경보설비(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기의 모습. 평상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로 경종 등 신호 자체를 모두 차단해 놓았다.    ©최영 기자

소방시설관리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일단 화재 경보가 발하면 수신기에서 주경종과 지구경종을 정지해 놓는다”며 “즉시 오신호가 발생된 곳을 찾아내 해결하면 다행이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많은 건축물에서 시스템을 정지시켜 놓은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연기감지기의 설치 확대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열감지기 보다 예민한 연기감지기는 화재 반응속도가 빠른 반면, 축적된 먼지나 수증기, 요리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이상 신호가 발생될 가능성이 많은 탓이다.


잦아지는 이상 경보를 즉시 조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엔 화재경보시설의 차단 행위가 확산되는 악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경보’ 조치, 어려운 이유는?


분야 전문가들은 이렇게 화재경보시설을 차단하는 행위의 근본적인 문제 배경으로 오경보를 지목한다. 현재의 화재경보시설은 이상경보 발생 시 문제요소를 곧바로 파악할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 ▲ 매년 소방서에서 소방시설 오작동 때문에 현장에 출동하는 건수는 2013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17,578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소방서 출동 외 자체적으로 경보를 차단하거나 조치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오작동 사례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 소방방재신문


현행 소방관련법상 화재감지기는 무제한적인 병렬 접속이 가능하다. 각 실 면적이 15㎡인 도시형생활주택을 예로 들면 약 40 세대를 하나의 경계구역으로 묶을 수가 있는데, 이 경우 비화재보로 인한 경보가 울리더라도 곧바로 문제의 세대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하나의 라인에 층마다 두 개 세대가 있다고 치면 이상 경보발생 시 해당 층에서 화재가 발생됐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정확히 몇 호에서 나온 신호인지는 알 길이 없다.


특히 오경보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세대 내 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지만 거주자가 부재중이거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땐 접근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록장치’, 시설 차단 행위 막을 수 있을까


수신기의 기술기준 개정으로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화재수신기에는 999개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해 언제든지 소방시설의 작동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장치’가 부착된다. 이상 경보가 발생됐다고 섣불리 모든 화재경보시설을 꺼놓았다가는 차후 화재나 소방조사 과정에서 과실이 명백히 드러나 낭패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기록장치의 도입으로 화재수신기 차단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될까. 이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기록장치는 기존 ‘수신기’ 기능의 보강 대책으로 현장의 소방시설 관리 이력을 고스란히 남기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규모가 비교적 큰 건축물은 R(Record)형 수신기가 대부분 설치되는데 이러한 시스템에는 이 기록 기능이 내장돼 있는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기록의 임의 삭제가 가능하고 시스템 자체에 내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올해 초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때에도 소방시설의 관리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수신기(P형((Proprietary))가 설치돼 있어 과거 시설 관리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길이 없었다.

▲ 올해 1월 10일 발생한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이 당시 건물에는 P형 수신기가 설치돼 있어 과거 소방시설의 작동이력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이 때문에 앞으로는 화재경보시설을 꺼놓는다거나 중지시켜 놓는 일은 분명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방법을 활용한 경보차단 행위가 성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화재경보시설은 특성상 수신기를 꺼놓지 않더라도 오작동과 비화재보로 인한 경보를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는 감지기의 해체 모습. 우리나라 화재경보시설은 정상작동이 불가능한 감지기가 설치돼 있더라도 수신기에는 정상작동인     ©소방방재신문

보편적으로 설치되는 우리나라 화재수신기는 선로의 상태 점검은 가능하지만 개별 화재감지기의 이상 상태를 확인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해 감지기가 고장이 나거나 고의적으로 천장 거치대에서 분리해 놓더라도 수신기에는 감지기가 멀쩡하다고 표시된다.


전문가들이 화재경보시설을 다른 방법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록장치가 과거 관리 이력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고의로 감지기를 분리하거나 먹통 감지기로 만드는 편법(?) 운영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속속 들어나는 화재감지기 관리 실태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아파트 소방시설 실태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화재경보시설의 현 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 ▲ 소비자원의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습기와 기름 때 등에 심각하게 찌든 화재감지기의 모습     © 한국소비자원 제공

소비자원은 서울과 경기 소재 20년 이상 된 15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총 151대의 화재감지기를 수거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작동시험을 의뢰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세대에 비정상 감지기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관리적 측면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점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4.2%에 불과했고 이 중 최근 1년 이내에 점검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15.2%에 그쳤다.


종합하면 화재감지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십수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소방시설의 관리 역시 세대 내에는 제대로 된 점검조차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방시설점검업계의 B씨는 “감지기 점검을 위해서는 세대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데 입주자들이 이를 꺼려하고 장시간 집을 비우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감지기의 세밀한 점검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설치 기간이 오래됐다고 무조건 새 감지기로 교체를 요구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 화재감지기 점검 과정에서는 세대 내 감지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포기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시설 차단 행위 근절 위한 대책은 없나


화재 발생 시 가장 먼저 작동되는 소방시설은 바로 화재경보시설이다. 불을 끄는 소화설비와 피난시설, 제연설비 등 모든 소방시설은 이 화재경보시설의 신호를 기점으로 가동된다.

 

▲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화재경보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꺼 놓게 되면 모든 소방시설의 오류로 이어지는 만큼 정상 상태를 유지해야만 모든 시설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재경보시설의 차단 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분야 전문가들은 전원 차단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비화재보나 오동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재경보시설의 지능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건축물에 설치되는 수신기와 감지기를 인체의 신경망과 같이 연결하고 감지기의 이상 여부를 즉시 확인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화재감지기의 문제가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조치할 수 있게 되면 시설의 성능저하나 비화재보 문제를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주택을 제외한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에 화재감지기의 온도나 연기 등 상태를 화재수신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분야에서의 아날로그 감지기는 흔히 알려진 단어적 개념과 달리 감지기의 상태와 진단, 환경 보정기능, 개별 감도 설정 등이 가능한 인공지능형 감지기를 말한다. 일반 감지기가 열이나 연기 등을 확인해 신호만 보내주는 단순한 방식이라면 이 아날로그식 감지기는 이상 상태부터 환경설정까지 가능토록 고안된 첨단 감지기다.


이러한 아날로그 감지기가 설치된 시설물은 방재실(수신기)에서 감지기의 이상상태 확인이 가능하고 각 감지기 마다 정확한 주소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화재 또는 이상신호 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상신호나 화재 발생 시 관리자가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시설점검 과정에서도 각 세대 내에 설치된 감지기를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수신기에서 각 감지기에 대한 상태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만 해도 최소한 주소값을 가진 감지기를 설치하고 있는 등 화재경보시설은 인공지능화 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는 몇 천원에 불과한 화재감지기를 아직까지 설치하는 등 그 수준이 70년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건축물에 설치되는 화재경보시설의 전원 차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성능을 수시로 확인하고 감지기 별 주소를 부여해 이상경보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방기술사회 경보기술위원회의 김성한 소방기술사(소방시설관리사)는 “화재경보시설의 비화재보나 오작동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하지만 화재나 오경보시 시설 자체를 꺼 놓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감지 시스템을 선진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영, 신희섭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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