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 재난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제3차 정기 총회에서 ‘재난관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진이나 해일, 풍수해 등 각종 재난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유지와 응급조치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표준화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다.
재난관리에 대한 국제표준의 흐름은 평상시에 발생 가능한 재난의 유형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한 시스템을 유지 · 관리하면서 각종 재난으로 인한 긴급사태 때 핵심업무의 연속성을 확보, 적정 시간 안에 순차적으로 비즈니스 사이클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면 재난을 당할 경우에도 적절한 상시운영 계획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즉흥적인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고 이로 인해 피해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단위의 종합적인 행정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태풍 및 호우 등으로 인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상 · 하수도, 의료, 방역, 구호, 쓰레기 등의 서비스 분야별 긴급행정 수요가 폭주하게 되는 경우에도 평상시와 같이 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재난이 닥치면 현장의 생생한 정보가 신속·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의 혼란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시 · 군 · 구의 경우 각 행정서비스별로 시 · 도 및 중앙의 관련 부서와 시 · 도 및 중앙재난대책본부에 재난 상황을 이중으로 보고하는데 따른 행정력 낭비로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재난 상황 종료 후에 상황관리 기록의 유지·관리가 미흡해 향후 업무개선 및 문제점 보완시 과거 재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강원 태백 · 삼척시, 경북 김천시, 경남 밀양·진주시 등 5개 지역을 재난관리시스템 표준화 시범 지구로 선정했다.
우선 인명피해, 방역, 의료, 시군도, 지방도, 산사태, 상수도, 재해쓰레기 처리 등의 긴급행정 서비스에 대해 태풍, 호우, 대설 등 3가지 재난 유형별로 재난상황 발생에서부터 상황 종료 때까지 시 · 군 · 구, 시 · 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타 부처, 유관기관에 이르는 전체 업무의 흐름을 시 · 군 · 구 중심으로 분석해 표준화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도 시 · 군 · 구의 행정서비스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시 · 군 · 구 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이번 여름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관측정보 및 기상정보 등을 수집 · 분석해 긴급행정 서비스별로 부서 및 개인별 역할과 임무를 자동 표출하고 상황 정보 및 피해 정보와 동원 가능한 인적 · 물적 자원 데이터 베이스(db) 등을 통해 즉각적인 재난 대응 활동에 들어가도록 지원 하는 시스템이다.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종합상황판을 통해 재해위험 지구 및 인명피해우려 지역, 대규모 공사장 등과 같은 재해취약 지역과 쓰레기 처리시설, 이재민 수용시설 등과 같은 주요 시설에 대한 실시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수방자재 및 방역물자, 구호 · 구조장비, 응급복구장비 등의 자원정보와 수위정보, 우량정보, 적설정보, 댐 · 하천수위 정보 등의 관측 정보를 신속 · 정확하게 수집 ·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각종 재난상황 대응을 위한 의사 결정이 훨씬 신속하고 수월하게 되며 시스템 상에서 필요한 조치사항에 대한 지시도 가능하다.
또 재난유형별 표준행동절차(sop)에 따른 개인과 부서별 역할과 임무가 시스템에 자동으로 표출된다. 긴급행정 서비스별 업무 담당자는 표출된 임무를 신속하게 수행하고 그 결과를 입력함으로써 시간대별 조치사항 및 상황 기록이 타임라인(time line)을 통해 관리된다.
이뿐 아니다. 시스템상의 종합상황판 및 자동 출력되는 보고서 등은 별도의 작업이 필요 없이 신속하게 브리핑 및 각종 보고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상황 근무자에 대해 기상정보 및 상황분석정보가 제공되며 훈련 모드로 로그인하면 실제 화면과 동일한 환경에서 재난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재난행정 서비스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과학적인 재난관리와 현장 중심의 효율적인 재난 대응 기반이 마련됐다.
재난 위기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평소에 꾸준히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크나큰 재앙으로 우리를 덮칠 것이 자명하다.
사전에 재난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게는 안전을 지키는 서비스, 재난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 글로벌 관점에서는 재난관리의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정보기술(it) 브랜드를 창출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