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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의 위험성- Ⅱ

- 탈출로 -

서울119특수구조단 방제웅 | 기사입력 2020/11/20 [10:00]

수중보의 위험성- Ⅱ

- 탈출로 -

서울119특수구조단 방제웅 | 입력 : 2020/11/20 [10:00]

이번 호에서는 수중보의 위험성에 관해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수중 탈출로(Escape route 또는 Exit route)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재순환 속에 존재하는 탈출로

수중보에 관한 각종 자료를 보면 대부분에서 탈출로(Escape route 또는 Exit route)가 표시돼 있습니다. 탈출로에 대해선 ‘수중보의 재순환에 잡혔을 때는 수중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재순환이 약해지는 부분을 타고 물 밖으로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수중보의 재순환에 잡혔을 때 저 탈출 가능로를 통해 탈출하는 게 쉬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에 가깝다” 입니다.

 

▲ 소방청 급류구조 대응 실무

 

보이지 않는 형태와 그 위험요인

우선 우리가 수중보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받을 때 위 또는 다음 쪽의 그림을 통해 재순환과 위험요인을 배웁니다. 보통은 강바닥에서 재순환되지 않는 물을 통해 탈출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교육 목적상 아주 단순화한 그림이라 실제 수중보 형태는 아주 다른 경우들이 많습니다(다음 쪽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소방관으로서 구조현장을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1. 구조적 위험요인

먼저 현대에 만들어진 수중보의 경우 그 목적에 따라 ‘정수지’ 또는 ‘감세지(Stilling basin)’라고 부르는 구조물을 만듭니다. 이 구조물의 목적은 댐이나 보에서 방출되는 물의 에너지를 감소시키기 위해 만든 인공구조물인데 이게 수중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제작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댐이나 보에서 낙하하는 물의 힘이 셀수록 설치돼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정수지 또는 감세지라 부르는 곳의 끝단에는 끝 턱(End sill)으로 불리는 기둥처럼 툭 튀어나온 구조물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소방관 입장에선 그 형태와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구조물이 존재하는 곳에서 어설프게 수중으로 탈출을 시도했다가는 끝 턱에 걸릴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물속에서 아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감세지의 다양한 형태(구글 이미지)

 

2. 자연발생적 위험요인

수중보 바닥에서 탈출로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건 인공적인 구조물만이 아닙니다. 수중보의 하류 쪽에는 장시간 퇴적물이 쌓여 마치 작은 수중 언덕과 같은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는 수년간 떠내려온 나뭇가지 등 다양한 잔해물들이 박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중으로 탈출하려다 걸려 움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장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퇴적물 예시

 

3. 장비 문제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이런 현장에서 활동하게 됐을 때 착용할 장비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기본적으로 PFD 또는 라이프 자켓을 착용하고 직접 진입하기 위한 대원들은 슈트까지 착용하고 있을 겁니다. PFD와 슈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그 부력을 이겨내고 수중보 바닥까지 잠수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구조적이거나 자연발생적 위험요인과 관련한 위험성이 전혀 없는 곳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여러분이 탈출로를 향해 잠수하기 위해선 최소한 PFD를 벗어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 행위는 단 한 번의 기회에 확실하게 성공한다 해도 빠져나온 뒤 충분한 부력을 가질 수 없다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하물며 재순환이 일어나는 곳에서 침착하게 초과호흡까지 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마치며

1년 차 소방관이었던 막내 시절에 한 선배님이 술자리에서 실제로 본인이 수중보에 빠졌다가 와류를 타고 돌다 기적적으로 빠져나왔단 얘기를 무용담처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대단한 선배님이시구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정말 천운을 타고나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수중보의 탈출로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기고문을 확인해 봐도 전문가 역시 대부분이 여기가 탈출로라 알려주지만 실제로 이걸 성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아예 저 표시를 지우는 게 옳다고 하는 글을 본 적도 있습니다.


급류구조 교육을 받으신 분이라면 공격형 수영 실습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30m 내외의 거리를 준비하고 진입해도 전력을 다해 건너오면 호흡이 가빠지고 얼마나 힘들었나요. 하물며 준비 없이 이보다 더한 재순환에서 수면도 아닌 수중으로 스킨다이빙을 해서 바닥을 기어 나오는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이겠습니까. 수중보에서는 절대 재순환 안쪽으로는 직접 진입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입니다.

 

▲ 공격형 수영을 실습 중인 교육생(충청소방학교 제2기 급류구조반)

 

서울119특수구조단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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